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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이 노동자들의 굴뚝농성을 해결하라

염경석( 1) 2003.11.16 09:17 추천:4

11월 6일 아침 출근을 준비하고 있는 데 군산의 한 노동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군산 기아특수강에서 해고되어 복직을 위해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두 명의 노동자가 회사 안 50미터 굴뚝에 올라갔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이 바라는 것은 회사가 부당한 해고를 철회하고 복직을 통해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이들의 이러한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0여년 동안의 해묵은 사건이다. 억울한 정리해고를 당했던 다른 노동자들과 1년 4개월의 회사 앞 천막농성도 해봤고, 소송을 통해 법정다툼도 해왔다. 그 성과로 함께 천막농성을 했던 6명의 노동자는 복직을 해서 공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복직에서 밀려 여전히 해고자 신분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두 명의 노동자들은 얼마 동안 각각 다른 공간에서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해결하고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동자를 부당하게 억압 착취하는 기업과 정부에 맞서 싸워왔었다. 최근에 법정관리에 있던 기아특수강이 제3자 매각이라는 방식으로 통해 세아그룹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움에 매각이 되면서 복직을 위한 마지막 싸움으로 생각하고 목숨을 건 굴뚝 고공농성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들은 자신의 복직보다 앞으로 닥칠 현장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두 명의 노동자의 해고 사유는 서로 다르다. 고려대를 졸업한 이재현 노동자는 당시 많은 운동권 학생들이 그랬듯이 대학졸업 사실을 숨기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당시 서울에 있던 기아특수강의 모태인 기업에 입사를 하였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몇 년을 공장에서 일을 해 온 것이다. 서울에서 군산으로 공장이 이전하자 군산으로 이사를 하고 여전히 공장 생활을 해 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신분위장을 눈치챈 회사가 감시를 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위장취업을 이유로 해고되고 말았다.

전북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조성옥 노동자는 대학시절 연극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운동을 했던 경험으로 생산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기아특수강에 입사하게 된다. 노동조합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비난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것을 이유로 첫 번째 해고를 당하게 된다. 복직투쟁을 통해 복직한 조씨 노동자는 점심시간에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또 다시 해고 되게된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굴뚝에 올라가 쇠사슬을 묶고 농성을 하자 회사측은 복직을 약속하고 내려올 것을 종용하여 농성을 풀었단다. 그런데 농성을 풀고 내려오자 회사는 약속을 뒤 짚고 복직을 시키지 않고 있으며 그 세월이 5년을 지나고 있다.

지난 2000년 복직협상을 중재했던 나로서는 이들을 복직에서 배제시키고 협상을 한 책임이 있다. 회사측의 2명 배제 입장을 철회 시켜내지 못하고 나머지 6명에 대해서만 복직협상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해고된 지 각각 10년과 7년이 던 그들에게 회사는 지역신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면서 이들을 회사를 전복하려는 불순세력으로 내모는 광고를 게재한 일이 있다. 회사에 노동자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노조를 세우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노력하는 이들을 회사는 두려워했다. 심지어 이념공세까지 퍼부으면서 말이다.

나는 이들이 회사가 말하는 회사전복세력도 불순세력도 아니다고 확신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회사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산업현장의 민주화와 노동자의 권리보장이다. 군사독재정권에서 문민정권으로 다시 수평적 정권교체가 되고 보수언론으로부터 친노동자 정권이라고 비난받은 노무현정권을 맞이했지만 군사독재 정권시절의 반노동자적 노동정책의 희생자인 이들이 여전히 복직을 위해서는 굴뚝농성이라는 극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사회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극한적인 방법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사회의 무관심과 소외현상이 여전하니 말이다.

새롭게 기아특수강을 인수한 회사는 이들의 문제를 대화를 통해 전향적으로 해결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들이 해고되기 전에 자신의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노조민주화 내지 직장민주화를 위한 활동이 해고의 사유이다.

이들이 복직된다 한들 회사가 망하진 않는다. 그리고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는 비인간적이고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만약 정리해고를 자행한다면 엄청난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오히려 회사경영에 어려움을 자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화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살고 싶다. 헌법과 노동법 근로기준법에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만 현실에서 노동자는 하나의 '일하는 기계' 심지어 '똥친 막대기' 취급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은 인간적 존엄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어떠한 권리보다도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고 있는 인간적 존엄성이 지켜지도록 법과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하지 않아도 노동문제가 해결되는 되는 대화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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