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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비정규직노동자대회 도중 또 한명의 노동자가 분신을 시도하고 중태에 빠진 사태가 일어나며, 노동자 열사정국을 만드는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분신을 시도했던 이용석 씨는 일용직으로 1년 9개월간 일하다가 계약직으로 채용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부 산하기관인 공단 측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의 60%에 이르는 임금을 받고 있으며, 고용불안에 시달려야하는 처지였다. 노조는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올 4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단체협상을 진행했으나, 공단 이사장이 자신은 "사업주가 아니"라며 중앙노동위원회의 단체교섭 권한 인정에도 불구하고, 교섭을 회피해 왔다.

이씨의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요구하는 분신 시도 이전에도 회사의 노동탄압과 이를 방관하거나 무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는 노동자들의 극한적인 투쟁은 올해 들어서만 다섯번. 10월에 들어서서는 세차례의 죽음과 죽음 시도가 있었다.

▲왼쪽부터 고 배달호, 고 이현중, 고 박동준, 고 김주익, 이해남(중태), 이용석(중태)
1월 9일/배달호/창원 두산중공업/손해배상 가압류/분신 사망
2002년, 파업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뒤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으며, 연말부터 현장에 복귀한 상태였지만 월급과 부동산(본인의 집)이 가압류되자 경제적·정신적으로 극심한 압박을 받아오다 노조탄압과 가압류에 항의하며 분신.
8월 26일/이현중/세원테크/구사대 폭행 후유증 사망
2002년 사측의 노조탄압에 맞선 투쟁 중, 안면에 갈고리를 맞고 중상. 후유증을 겪다가 심장마비로 사망
9월 27일/박동준/울산 대한화섬/부당노동행위/투신자살
사측의 정리해고, 손해배상 가압류 및 노조 무력화시도로 고통받던 중 대한중합 건물옥상에서 투신 자살.
10월 17일/김주익/부산 한진중공업/손해배상가압류/자살
2002년부터 사측의 노동자 강제해고에 맞서 파업투쟁. 사측이 파업으로 인한 1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 130여일간의 고공크레인 농성 중 목 매어 숨짐.
10월 23일/이해남/대구 세원테크/노조탄압,손배가압류/분신기도, 중태
고 이현중 열사의 죽음 후에도 계속되는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하다가 회사 정문 앞에서 분신 기도, 중태
10월 26일/이용석/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차별/분신기도,중태
근로복지공단의 비정규직 차별정책과 단체교섭거부에 항의하며 비정규직 집회 도중 분신 기도, 중태


"노무현 정부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들의 목숨을 내건 항거가 현 정부의 노동자정책을 봤을 때는 예견된 사태였다고 입을 모은다.

파업투쟁을 벌인 노동자 개인과 노조에 재정적인 부담을 주며 투쟁을 와해시키는 수단으로 악명 높은 손해배상과 가압류는 고 배달호씨(두산중공업)의 죽음으로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알려졌지만, 정부가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 금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여전히 노동자들에게는 커다란 굴레이다. 10월 현재에도 민주노총 산하 48개 사업장이 1727억원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받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올해 초 전주 삼화교통(조합원 80명) 택시노조의 경우 노조간부 및 조합원에게 13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가압류에 견디지 못해 노조를 해산해야 했고, 익산 대용의 경우에는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 가압류로 협박해 노동조합을 탈퇴하게 했으며, 남아 있는 조합원들은 800만원 상당의 금액을 배상하고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4년이 넘는 투쟁을 벌였던 군산개정병원 노동조합은 사측이 조합원 개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금액 총계가 1천7백50여만원에 이른다.

현재 항소심을 진행중인 개정병원노조의 김은혜지부장은 "죽음으로 항거한 그 분들도 정말 하다 하다 안되니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다.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우리가 아무리 투쟁해도 나아지지를 않고 있다. 이런 상태인데도 일부 언론은 귀족노조간부 운운하며, 강성 노동자들이 배부른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부가 제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줬으면 좋겠다"며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정부정책, 비정규직 확산에 사용자 권한 강화

비정규직 차별철폐 요구에도 정부는 오히려 노동자들을 옥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지난 9월 4일 정부는 '노사관계 개혁방향' 발표를 통해 ▲파견업종 대폭확대 ▲임시계약직 2년 규정 ▲특수고용직 권리보장안, 동일노동 동일임금규정 제외 등으로 사실상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며 차별을 확대시키는 정책을 제시했다.

전북지역 일반노조의 염정수 집행위원은 "26일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과 같은 사태가 전북지역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점점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염 집행위원은 "지역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지만, 오랜 투쟁으로 얻어내는 결과는 1년단위의 근로계약이어서 1년이 지나면 다시 고용불안과 차별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말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차별을 철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데 사용자들의 권한만 확대시키는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노동자들이 신뢰할 수 있겠냐"며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차별철폐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이런 목소리에도 정부는 사측의 입지를 강화하는 정책을 적극 옹호하고 있어서 정부의 노동정책이 '반'노동자정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8월 6일에는 산자부장관이 '사용자 대항권 강화를 위한 12개 개혁과제'라는 ▲해고의 자유, ▲쟁의권 제한 ▲노조활동 무력화를 강화시키는 안을 제시했으며, 정부는 이 안들을 노사정위원회를 거쳐 입법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노동계는 거기에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올해 9월까지 노동관련 구속자 수는 기존 정부를 훨씬 웃도는 110명으로 노동탄압을 일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동자를 배신한 정부, 총파업으로 맞선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오기주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동자들이 노무현 정부에 대해 무엇보다도 큰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대통령 선거당시 약속했던 동일노동 동일임금 항목 등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하겠다던 공약이 거짓이 됐다는 점이다. 자본에 이끌려 노동정책은 후퇴하고, 재신임, 정치자금 이슈로 노동자들의 탄압이 묻혀버린 상황"이라며 현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오 위원장은 "11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탄압 분쇄투쟁을 강력히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열사들이 속출하고 있는 정세에서 노동자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치솟아 오르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은 11월 5일부터 전면적인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으며, 한국노총도 이와 함께 강력한 투쟁의 의지를 시사하고 있으며, "대통령재신임 국민투표를 노동정책과 연계하여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과 근본적인 노동정책의 전환이 없는 한 노동자들의 투쟁의 불길은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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