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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일반노조 아주머니들은 작년부터해서 그래도 적지않은 집회에 참석하셨다.

50~60대가 많다보니 아무리 노래를 자주 불러도 가사를 보지않고 부를수 있는 투쟁가는 파업가를 필두로 해서 '님을위한 행진곡' '철의 노동자' 정도다.

물론 음정과 박자는 애초 맞출 생각도 않고 노래는 어느새 많이 들어본 뽕짝풍이 되어 늘어진 테이프 소리마냥 흘러간다. 이쯤되면 웃음이 절로 나와 견딜 수가 없다. 더구나 노래부르실 때 어찌나 진지하신지...

지난 3월 15일 고하켐앞 지역집회에서의 느낀점이다.

조직부장이 집회사회자로 데뷔전을 치르는 날이었는데 꽤나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집회가 너무 관성화되어 있어서 앞으로는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재미있는 집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시작했다.

음... 모두가 열렬한 호응으로 반응을 해주었다.

원대병원 청소용역회사의 계약해지로 파업을 3주째 하다보니 어느새 우리 아주머니들도 투사의 모습이 다 되었다. 일반노조의 검은 투쟁 조끼를 집단으로 입으시고, 햇볕을 피하기위한 모자와 그 위의 빨간 머리띠까지 ...

집회 대열이 줄 못맞추면 또 어떤가

그런데 기존 집회에 너무 많이 익숙한 우리 간부들은 무질서하고 엉거주춤한 아주머니들을 줄을 맞춰 대오를 맞출려고 무지 애를 쓴다.

심지어 '앞으로 나란히' 까지 동원하여 앞사람·옆사람과의 간격을 맞추고 4렬종대 등의 전문용어까지 써가며 기존 집회대오에 부합하려 애쓴다.

그러면 우리 아주머니들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 되어 기존 집회문화를 하나하나씩 배워(?)간다.

왜 굳이 사업장별로 앉아야 하는지 ... 노조별 숫자 파악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인지... 앞사람과의 줄을 꼭 맞춰야하는 무슨 이유라도 있는지,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앉고 싶은 대로 앉고, 이야기하고 싶은대로 이야기하고, 부르고 싶은 노래 부르고...

투쟁 경험이 많은 금속 남성노동자들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집회장에 있으면 어느새 팔동작, 얼굴표정까지 모두 똑같아진다.

역동성을 느낄만큼 우리는 열려있는가?

어느새 우리들이 느끼는 감동과 감정까지도 일률적으로 맞춰지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집회장에서 아주머니들의 어색한 발언이나 구호 외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우리처럼 그만 세련 되졌으면 좋겠다"던 민주노총 관계자의 말처럼

약간은 이질적인 아주머니들의 모습에서 불안한 마음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노동자들의 힘과 그 안에 감춰진 역동성을 발견하고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전북지역의 비정규 노동자들은 기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보기에 뭔가 부족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또 그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원청인 사용 사업주와 고용주가 다른 상황에서 투쟁목표도 헷갈릴 수밖에 없었으며 투쟁전술에서도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투쟁 당사자인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과 전북일반노조만의 투쟁으로는 승리하기 힘들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정규직노동자들과 지역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비정규 노동자 문제가 기업별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실천적으로 확인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이미 수차례 얘기되었던 비정규노동자투쟁의 원칙이기도 한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비정규 노동자투쟁을 보며 어설프고, 맘에 차지 않는 투쟁 전술을 구사한다 하더라도, 아니 분명히 있지만, 이 투쟁을 노동운동이 변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더 폭넓은 연대의 틀을 찾자

비정규 노동자투쟁에 지금보다 더욱 폭넓은 연대의 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지붕 아래 있는 비정규 노동자 투쟁을 주변노조나 정규직 노동자들이 도움을 주어야 하는 어떤 부담이나 짐으로 생각하지 않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정규직노조와 노동자들이 다시한번 자신들을 추스르고 새롭게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럴때만이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승리하는 투쟁이 될 것이다. 그럴때만이 노동운동이, 민주노조운동진영이 위기에서 탈피하여 비정규노동자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한발 전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때 진정한 연대가 되듯이 정규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들의 진정한 연대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모든 역동성은 불완전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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