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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절박한 노동자들, 외면하는 관계기관

최인화( 1) 2003.06.09 19:59 추천:1

최저임금 위반에 노조 불인정과 폭행 등 각종 노동탄압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관계기관들의 움직임은 둔하고 무심하기만 하다.

11일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전북지역 일반노조 등의 지역노동단체들과 노동자들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최저임금의 현실적 수준의 인상과 각종 노동현안에 대한 노동관계기관의 철저한 근로감독을 촉구하는 순회투쟁을 가졌다.


철저한 근로감독 요구에 귀닫은 전주노동사무소

▲ 전주노동사무소의 감독부실을 규탄하는 염경석 민주노총 본부장
낮 12시 전주노동사무소 앞에서는 '최저임금 70만 6백원 쟁취와 직무유기 노동부 규탄 투쟁대회'가 15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한 노동자들은 군산 SPG, 익산 골프장 대원개발등의 노동자들과 전북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최저임금 뿐만 아니라 각종 노동탄압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었다.

이날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2003년도 최저임금을 70만 6백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70만 6백원의 최저임금 인상안은 상용직노동자의 월급 140만원의 반절에 해당하는 것으로 3인가구 월 평균 가계지출액 1백9십4만4천원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는게 노동계의 입장.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라북도내 노동자들 가운데 56.6%가 비정규직이고 이들 대부분이 최저임금 이하이거나 최저임금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전북지역일반노조 나미리 위원장은 "특히 주차관리원 등 감시단속근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적용에서도 예외가 되고 있는데 최저임금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이들을 반드시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집회에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또 노동자들은 노동사무소에 회사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근로감독을 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사무소 최저임금 위반사업장 지도감독현황 및 처리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법이 적용된 99년 9월부터 해마다 20~30여개의 위반사업장이 나왔지만 이중 사법처리가 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행정시정으로 모든 사건을 종결짓는 노동사무소의 관대한 처사가 악덕사업주들이 최저임금법을 무시해도 좋은 법으로 취급하게 해, 사실상 노동자들의 생존권마저 박탈하게 됐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

노동자들의 이런 요구에 전주노동사무소는 상세한 최저임금위반 조사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요구에도 불응하고, 이날 집회도 경찰병력을 투입해 현관 출입구를 막는 등 대화의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중도급, 위장폐업에 복수노조까지-대성산업

사측에게만 관대한 노동사무소의 행정은 최저임금 위반으로 진정을 낸 노동자가 해고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군산 대성산업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박경희씨의 이야기다.

- 관련기사 : [엄마가 새로 취직한 직장 : 대성산업 해고노동자 이야기]


▲ 군산 대성산업 규탄집회 / 해고자 박경희씨

대우자동차 협력업체인 주식회사 한산. 한산이 또 도급을 맡긴 대성산업은 자동차 생산라인을 담당하는 이중도급업체이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사무소에 진정을 냈다는 이유로 네명의 여성 조합원 중 두명은 휴직, 한명은 해고, 또 다른 한명은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지만 해고가 무서워 얘기하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다.

전북지역 일반노조로 가입돼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투쟁이 벌어지자 대성산업은 노동자들을 모아 노동조합을 또 하나 만들었다. 복수노조인 것이다.

올해 초 노동자들은 일반노조로 가입했고, 일반노조 조합원으로 고소장 제출, 임금교섭 등을 진행했지만 군산시청은 또 하나의 노조설립필증을 내주었다. 군산시청은 판례를 이유로 들어 복수노조설립을 인정했지만 "판례는 법원 행정소송에서나 적용되는 것이지 공무처리와는 상관이 없다"는게 일반노조의 주장이다.

11일 오후 3시 반. 전주 노동사무소에서 최저임금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대성산업 공장 앞에 모여 사측의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어 박경희 해고자와 일반노조가 사장과의 면담을 했으나 사장은 "죽일려면 줄여라. 회사 문 닫을거다"라며 지난 해 한번의 위장폐업에 이어 또 한번의 위장폐업을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각종노동탄압 수수방관 군산시청

오후 4시 반. 노동자들은 군산시청으로 이동해 집회를 열었다. 대성산업의 불법적인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운송업체 군산 SPG 산업의 위험물질 관리허술에 관한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시청의 행정부실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였다.

군산 SPG 산업은 수소 등 위험물질을 운송하지만 가스안전관리법에 따른 차량규정, 소화기 비치 등 안전수칙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혹여 운송중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를 일반 시민들이 모두 받아야 한다. 사측의 교섭기피로 27일째 파업투쟁을 하고 있는 SPG 노동조합의 문성운 씨는 군산 시청에 민원신청을 했지만 담당자는 차일피일 그 처리를 미루고 있었다.

- 관련기사 : [우린 회사 사장 얼굴도 모른다 : 파업 10일째 군산 SPG 노동자들]

비가 내려 시청 현관 바로 앞에서 집회를 열려던 노동자들은 시청 직원과 마찰을 빚고 민원처리과에 집단으로 민원을 신청했다. 담당자는 SPG 관리감독에 대해 "본사가 인천에 있기 때문에 인천 담당부서로 민원을 넘겼다"고 답변한 후 자리를 피했고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 책임을 회피하며 자리를 뜬 군산시청 직원 / SPG 산업 노동자


"관계기관의 무책임한 행정,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오후 6시 반 경 노동자들은 시청 현관 앞에서 감독기관의 무책임한 행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자리를 정리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이창석 조직부장은 "민주노총과 일반노조 등 상급단체의 개입이 없는한 소규모영세사업장은 교섭마저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영세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부장은 "지역에 열악한 노동조건과 각종 노동탄압이 판을 치고 있지만 잘 해결되지 않는 것은 관리감독기관의 감독부실때문"이라며 "노동현안 해결과 관계기관의 무책임한 행정 개선을 촉구하는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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