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경제 "복직"은 35년의 간절한 꿈입니다
“해고자 김진숙을 복직시켜라” 기자회견 열려
10월 13일 오전 10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해고자 김진숙을 복직시켜라”라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에 이어 2020년에도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이 해결할 일이라고 합니다. 한진중공업은 명분이 없다며 교섭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에 대한 책임을 핑퐁식으로 서로 떠넘기는 동안 한 노동자는 불면의 밤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10월 13일 오전 10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해고자 김진숙을 복직시켜라"라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가톨릭노동상담소 소장 이영훈 신부는 “세월이 지나 대한조선공사주식회사는 ‘한진중공업’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이 노동자는 여전히 ‘해고노동자’였습니다. 200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사측에 복직 권고를 했지만, 이 노동자는 여전히 ‘해고노동자’였습니다. 사측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1년이 지나 다시 복직을 재권고했지만, 이 노동자가 돌아가야 할 곳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무려 35년간 이 노동자는 복직하지 못한 채, ‘해고노동자’로 남아 있습니다.”라며 “저는 그가 다시 용접 노동자로 돌아가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퇴근길에 동료들과 소주 한 잔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한진중공업 열사들과 함께 일했던 그 장소에 되돌아가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노동자 김진숙을 보고 싶습니다. ‘나, 김진숙 다시 돌아왔어. 동지들!’하고 크게 웃으며, 외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노동자 김진숙을 회사로 다시 출근시킵시다. 그가 있었던 곳으로 다시 보냅시다.”라고 간절한 소망을 담아 발언을 했습니다.
(사진:김진숙 지도위원이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을 위해 자필로 쓴 원문)
김진숙 지도위원도 자필로 쓴 발언을 통해 “35년을 기다렸는데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일곱 번의 정권을 거치고, 촛불 정부라는 지금의 정부에서조차 정년퇴직이 두 달 남은 단 한 사람의 복직이 왜 이다지도 힘든 걸까요. 경영진이 여러 번이 바뀌도록 왜 저들에겐 사람의 마음이 안 통할까요. 왜 저들에겐 사람의 말이 안 들릴까요.”라며 “자산승계, 고용승계 사실마저 부정하는, 정부기관의 두 번의 복직 권고조차 무시하는 저들의 귀에 들리게 하려면 도대체 뭘 더해야 할까요. 35년 동안 저의 존재를 부정해온 저들의 눈에 보이게 하려면 전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정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한진중공업이 벌이는 핑퐁게임에 한 노동자가 불면의 밤들을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진:김진숙 지도위원은 "초침 소리가 들릴 만큼 지금 저의 시간은 빠르게 흐릅니다. 정화수를 떠놓고 비손하는 심정으로,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새벽마다 출투를 나섭니다."라며 35년의 간절한 꿈은 "복직"이라고 말합니다.)
35년 동안 한 노동자가 끝내 놓지 못한 꿈, 동료들 곁에 하루만이라도 돌아가서 작업복을 입고 용접을 하고 싶다는 그 간절한 희망, 과연 그것이 그렇게도 힘든 소원일까요. 이제는 한진중공업이 답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답해야 합니다. 그 답은 이미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두 차례에 걸친 복직 권고를 이행하는 일입니다. 한 노동자가 35년 동안 간절히 바라는 두 글자는 “복직”입니다. 그 복직은 한 인간이 굴절된 시대에 희생된 전 생애를 바로잡는 정의이며 ‘시대의 복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