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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쌍용차 송전탑 “삼겹살 굽는 것처럼 지글거리는 소리”

정재은 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3.01.23 17:32

“삼겹살 구울 때 기름이 지글거리는 것처럼, 전류 흐르는 소리가 지글댄다. 날이 흐리면 더 크게 들린다. 세찬 바람이 무섭다.”

 

머리 위로 15만4천 볼트 전류가 흐른 지 64일째다. 국정조사 실시 등을 요구하며 높이 41m 송전탑의 18m 지점에서 고공농성 중인 한상균 쌍용차 전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의 안전과 건강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엔 특히 그렇다.

 

오는 24일 송전탑 고공농성 100일째인 최병승 현대차울산 비정규직 해고자도 쌍용차 농성자들을 걱정했다. 울산 송전탑은 현재 고압전류가 흐르지 않지만 추위와 강제퇴거 시도로 위협받고 있다. 또, 퇴거단행 및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에 법원이 농성 1일당 30만 원씩을 내라며 한국전력공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최병승 씨는 “우리는 잔여전류가 남아 흐를 수 있어도 고압전류는 흐르지 않는 상황이다”며 “우리가 송전탑 농성에 돌입하고, 2~3일 뒤 한전에서 안전 문제로 전류를 우회해서 송출했다”고 전했다.

 

최병승 씨는 “2005년 비정규직 류기혁 열사가 사망했을 때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 잠시 오른 적이 있는데, 특히 비가 오면 불꽃이 튀었다. 윙윙 전류 흐르는 소리가 들리니까 철탑 구조물 잡는 것도 두려웠다”며 “쌍용차 농성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쌍용차 송전탑 아래서 천막농성 중인 쌍용차 해고자도 “가끔 송전탑 아래 여기까지 고압전류로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래에서 보면 가끔 불꽃도 튄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농성 중인 복기성 수석부지회장은 “고압전류가 흐르는 곳에서 농성한다는 게 위험하고 건강에 좋지 않아 스트레칭하고 노력하며 견딘다”며 “전기를 전혀 사용할 수 없어 춥고 불편하지만 침낭 덮고 옷을 껴입고 있다. 저녁에는 송전탑 아래서 뜨거운 물이 올라와서 껴안고 잔다”고 상황을 전했다.

 

하미나 단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고압전류가 가까이 흐르면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어 위험할 텐데, 단기적으로 생체움직임에서 나타나는 전기적 현상을 교란시켜 당장 병을 유발하진 않지만 찌릿찌릿 하는 등 신경감각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불편할 것이다”며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미나 교수는 이어 “고압전류 자체가 몸에 닿으면 급사할 수도 있고, 비가 오거나 하면 전류가 확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오히려 더 시급하고 큰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한파에 농성자들의 건강도 우려된다.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농성이 길어지자 노동자,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한전, 지자체, 경찰측에 몇 차례 안전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투명 비닐로 농성장 옆을 둘러놨는데, 아침이면 습기가 얼음으로 변해 얼음동굴이 된다”며 “아침마다 얼음을 터는데, 특히 영하 5도 이하면 매일 그렇다”고 전했다.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우리를 위해 안전 조치를 할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문 지회장은 “발판이 불안정해서 보강을 위한 합판을 올릴 때도 보름이상 얘기해 간신히 올라왔다. 원목이 아니라 두께 1cm의 합판이라 물을 먹으면 늘어지고 빨리 삭는다. 어제 하루 종일 비가 와서 발로 밟으면 꿀렁꿀렁 거렸다”며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안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남섭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송전탑 농성장이 추워 난방용품을 사용하려는데, 지자체와 한전은 책임 떠넘기기만 한다”며 “송전탑이 있는 땅이 평택시 소유 땅이라 평택시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경기도 녹지과 담당이랬다가, 한전 경기본부랑 얘기하라고 한다”고 비난했다.

 

김남섭 사무국장은 이어 “답답하다. 고압전류가 흐르고, 얼음이 얼어 얼음을 털어내고, 동상 걸리고, 걱정이다”며 “농성자들에게 무조건 내려오라고 할 게 아니라 국정조사를 실시해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야 농성자들도 내려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한전 경기본부 관계자는 관련해 “장기농성과 안전조치가 어떤 관계냐”고 의아해하며 “한전의 추가적인 안전대책을 계획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전 직원이 비닐 정리해주고 그런 정도는 하고 있지만 안전조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며 “울산의 경우 다른 쪽으로 전기 공급이 되지만, 쌍용차는 공급되는 선로가 주공급라인이기 때문에 전류를 우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쌍용차 농성자들은 지난 11월 20일 새벽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해고자 즉각 복직 등을 요구하며 송전탑 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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