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사회 새만금방조제 뚫어야 생명의 땅 회복[현장르뽀]

해창갯벌서 상시해수유통 전북서명운동본부 발대식

관리자( ycy6529@hanmail.net) 2024.04.21 16:22

KakaoTalk_20240421_161957171_01.jpg

<발대식에 함께 한 사람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수유통을 원하는 비들도 우리와 함께 하고 싶은가 봐요."

20일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을 위한 전북서명운동본부 발대식이 열리는 부안 해창갯벌.

오전 11시부터 시작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구중서(52) 추진위원은 해창갯벌을 촉촉히 적시운 빗줄기가 마치 해수유통을 열망하는 간절함이 담긴것 같다며 미소짓는다.

그는 행사 준비를 위한 천막과 테이블을 꾸미고, 음향장비와 장승만들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비가 내리더라도 많이 분들이 함께 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는지 비바람에 천막이 견딜 수 있도록 단단히 엮어 매는 모습이 활기차 보인다.

행사를 준비하는 추진위원들 옷은 이미 흠뻑 젖어 있다.

비바람을 속에서 행사 물품을 나르는 것은 평소때보다 몇배는 더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발대식을 갖는다는 것이 참여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닌지 지금 힘든 자신보다 타인에 대한 걱정과 염려를 먼저 드러낸다.

현장 설치는 도왔던 장종혁(65) 전 천주교전주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지금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지지만 점점 게일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행사 참여에 앞서 준비에도 도움이 되고자 일찍 이곳에 왔고 지금 기쁜 마음"이라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갑자기 해창벌 입구 매향비 앞에서 애띤 소녀 2명이 걸어 내려왔다.

그 소녀들이 갑자기그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와 사탕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탕을 다 나눠준 후 옆에 있는 언니를 향해 "언니! 나도 하나 먹어도 돼지?"라고 말하는 모습이 천사가 환생한 듯한 느낌이다.

알고 보니 그 소녀들은 발대식 도중 '수라갯벌'이라는 노래 함께부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창단의 일부였고, 행사 참여를 위해 서둘러 왔다고 한다.

뒤이어 여러명의 사람들이 해창갯벌로 모여든다.

이들은 오늘 행사가 점심식사와 맞물려 있기에 참여자들의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먹을거리를 준비해 왔고, 현장에서 즉석요리를 하며 따뜻한 음식 마련에 분주했다.

음식 테이블에는 김밥과 과자, 쥬스가 놓여진 것은 물론 감자전, 파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건너편에는 따뜻한 차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오늘 해창갯벌의 모습은 예날 어느 대감집의 잔치집이 연상되는 장면같다.

 

KakaoTalk_20240421_161957171_06.jpg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는 장종혁 전 천주교전주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장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KakaoTalk_20240421_161957171_05.jpg

<새상해 장승깎기를 준비하기 위해 오동필(오른쪽) 단장과 구중서 국장이 나무를 다듬고 있다.>

KakaoTalk_20240421_161957171_03.jpg

<행사 참여자들의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전을 만들고 있는 모습>

 

오늘 발대식 프로그램은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을 해야 하는 이유와 시민 서명동참이 중요한 이유를 말하는 발제자들의 연설과 학생중창단과 '수라갯벌 함께부르기', 팽나무풍물팀의 풍악놀이, 새상해(새만금 상시 해수유통) 장승만들기와 심기, 장승을 돌며 함께 기원의 춤을 추는 '댄스포수라', 그리고 모두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마치는 순서였다.

발대식에서 발제에 나선 한 분의 참여동기가 인상적이다.

그녀는 지난해 새만금잼버리대회 통역봉사자로 참가했었던 학교 선생님이었다.

새만금과 환경의 중요성을 함께 나누고자 잼버리참여자들과 함께 다큐영화 '수라'를 함께 볼 계획이었단다.

그런데 주최측(여성가족부, 전북도 등)에서 수라 상영에 대해 '하지말아야 할 행동'으로 규제했다고 한다.

영화 '수라'는 환경상을 받은 작품이기에 이런 장소에서 상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주최측에서 금지하는 것 이해도 되지 않고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 후 새만금 현장을 알기 위해 더 많은 정보와 현장답사를 통해 '학살 현장'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통탄스런 심정이었다는 고백을 쏟았다.

'지금이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해야만 해요.'

그녀는 이런 내적 결심과 함께 방조제가 허물어져 생명이 돌아오는 날까지 함께 하고 픈 열망을 드러냈다.

팽나무풍물패는 발제자들의 아픔과 고통이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풍물놀이로 기원을 올린다.

"지키세~ 지키세~ 해창갯벌 지키세~ 살리세~ 살리세~수라갯벌 살리세~"

"얼쑤" "지키세~".

주변 이곳 저곳에서는 추임새가 쉼없이 흘러나왔다.

이런 가운데 열심히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 서명판을 들고 사람들 사이에서 서명을 받고 다니는 문현옥(80) 인보성체수도회 수녀는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사명은 모든 생명을 잘 돌보고 관리하라는 것"이라며 "새만금 방조제는 인간의 탐욕이 가득차 생명이 아닌 죽음의 땅으로 만든 장벽과 같아, 방조제를 허물어야 생명의 땅이 다시 회복되고 이를 위한 시작이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대식에 함께 한 사람은 150여명.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과 일산 마두동성당 신자들이 이날 함께 했다.

또 전북 시민사회단체 사람들과 녹색정의당 등도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고창 어민과 부안 군민도 몇몇 보였다.

지역민 한 분은 "새만금 생명운동에 대한 우리 지역민들의 관심이 많이 부족하다"면서 "돈벌이와 관련 되지 않으면 함께 해 주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서글품이 가슴에 스며든다"며 답답함을 내비쳤다.

새상해 장승깎기와 장승심기에 주된 역할을 했던 오동필(50) 군산시민생태조사단 단장은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은 내부개발을 위한 수위 -1.5m를 정부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면서 "생명과 풍요의 갯벌을 되돌리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 험난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군산시의회에서 해수유통 확대를 건의했다고 하지만 교대로 수문 열기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생색내기에 그칠 뿐 현실적으로 수질개선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면서 "이런 건의물은 의원들의 관심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에 감사를 드리지만 -1.5m수위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 성급한 얘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 정치인이 현 현장이해를 돕는데 적극적으로 설명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KakaoTalk_20240421_161957171_02.jpg

<문현옥(오른쪽) 수녀가 행사에 온 시민에게 상시 해수유통 서명을 받고 있다.>

KakaoTalk_20240421_161957171_07.jpg

<댄스포수라를 추기 위한 방법을 듣기 위해 참여자들이 둥근 원을 만들고 있다.>

KakaoTalk_20240421_161957171.jpg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선생님들이 문규현(가운데) 신부와 함께 새상해 장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