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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있은 후, 가장 먼저 손호철 교수가 머리에 떠올랐다. 정치학 전공 연구자로서 이 국면을, 진보적 연구자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 보는 지 궁금했다. 글을 부탁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내친 김에 직접 찾아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인터뷰는 12일 오후 2시부터 분당에 있는 손호철 교수의 자택에서 진행했다. 미리 질문지를 보내준 탓인지, 노트북을 켜기 무섭게 말을 쏟아냈다. 이야기는 "여대야소 상황에서 노무현정권이 한 게 뭐 있냐"라는 호된 질책으로 시작되었다. 노무현정권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 실망과 분노 등이 한꺼번에 묻어나오는 분위기다. 인터뷰는 2시간이 넘게 5분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손호철 교수는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을 일러 각각 '냉전적 수구적 보수세력', '자유주의적 개혁적 보수세력'으로 부른다.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이나 열린우리당으로 대표되는 '개혁세력' 모두가 보수라는 주장이다. 가령 '개혁'에 대해 "개혁은 한마디로 극우로 왜곡되었던 한국의 우익을 글로벌스탠다드로, 정상적으로 가도록 하는 게 개혁이다. 그러므로 개혁 대 보수는 말이 안 된다. 개혁하는 게 보수가 아니냐. 자유민주주의 넘는 개혁 있었나?"라며 일침을 놓았다.

손호철 교수는 연정 발언의 배경에 대해 서두에서는 "국면전환용 아젠다"라는 정세적 요인을 짚었으나 인터뷰 중반에 가서는 "신자유주의 정치의 불안정성"이라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요인을 들어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가 국민적 지지를 받아 계속 승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이 정치적 위기를 겪게 되는 이유로는 "20 : 80 사회가 만들어지면 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이 몰락하고, 생존권 위협을 받게 되는데, 그러므로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스스로의 기반을 갉아먹는 딜렘머"를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자유주의자의 불행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집권했다는 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개혁전선과 반신자유주의전선 등 두 개의 전선을 언급한 손호철 교수는 "이제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이다"라고 언급하고, "과거와의 싸움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와의 싸움이다. 국보법이 50명의 피해자를 구하기 위한 싸움이라면 신자유주의는 3-4천만 명을 구하는 싸움이다"라는 말로 반신자유주의전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87년체제의 성과와 한계를 논하는 대목에서는 97년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61년 87년 97년이 역사적 분기점"이고 "97년을 경과하면서 신자유주의가 한국 사회 주된 모순으로 자리잡았는데, 87년체제를 거론하면서 97년을 보지 않고 2003년, 또는 2007년체제를 말하는 것 자체가 신자유주의 문제를 경시한다는 이야기"라는 인식이다. 정치 민주화 측면이든, 정치경제의 측면이든, 정치운동 측면이든 97년을 전후한 시기 한국 사회 지각 변동에 각별한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정 제안에 따른 내각제 실현 가능성과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손호철 교수는 당장 실현될지 여부를 짤라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유럽식 내각제보다는 일본식 내각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신자유주의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재벌이나 재계의 입장에서 일본의 자민당 식의 패권적 보수대연합은 매우 호감을 주는 구도가 된다"고 설명, 노무현정권이 그리는 내각제의 성격을 내다보게 하였다.

연정 제안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정책공조를 하면 되지 왜 연정을 하냐"며 단호하게 답했다. 민주노동당이 득표정당으로 가느냐, 장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면서 외연을 넓히느냐 라는 갈등은 있겠지만, 원칙없는 연정은 "소탐대실"로 이어진다는 우려와 경고를 덧붙였다.

손호철 교수는 "지금 다수 대중은 개혁적 보수세력의 지지기반임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고통에 의해 결국 파시즘의 지지기반으로 휩쓸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며 다수 대중의 양면성을 잘 살펴, 민주개혁과제와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넓히는 노력에 경주할 것을 주문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손호철 교수는 평소 '참세상'이 재미가 없다며 불평하곤 했는데, 이날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지던 차에도 "좀 재미있게 만들어 봐"라며 어깨를 떠민다. 어쩌나. 이 인터뷰 기사도 그 기대에는 턱없이 못미칠 듯 하다.


여소야대 때문이라니, 아전인수 하지 말라

▲손호철 교수
지난 달 노무현 대통령이 당정청 11인모임에서 '연정'을 최초 제기하고, 이달 초 언론에 알려졌을 때 정치권 전반적으로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1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야당에 총리지명권을 주고 내각제 수준으로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히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당의 제안 배경을 어떻게 보나

선거제도 개혁은 사실 노무현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제기해온 문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닌데, 왜 이 시점에서 재론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제기된 연정은 변형된 보수대연합으로서의 내각제를 말하고 있다. 구체적인 연정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왜 그랬겠는가. 우선 지난 재보선 선거 참패에 따른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연정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때문에 정상 정치가 안 되고,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아전인수식 현실 인식이다. 여소야대 된 것은 불과 한 달 남짓하다. 지난 총선에서 여대야소 만들어줬는데 지난 4대개혁입법 처리 실패에서 확인 되듯이 여대야소에서 노무현정권이 한 게 무엇이 있느냐.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재편 구상은 집권 시점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4년중임제 개헌이 공공연히 이야기되어왔고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 이야기도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도된 제안이라는 측면과, 그동안 수차례 정치적 위기 상황을 겪은 노무현정권이 최근 지지율 하락 등을 만회하기 위한 국면 전환의 측면 등 두 가지 요소가 맞물려 있는 듯 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스타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과거 3김식의 제왕적 대통령으로부터 탈권위주의화 되었고, 여소야대 정국 문제와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요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있긴 하다.

주목할 것 중 하나는 대통령이 갖는 권력 중 최고 구조적 권력은 의제설정권이라는 점이다. 조중동 등 수구언론이 의제설정권을 독점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갖는 막강한 권력이 바로 의제설정권이다. 미국 대통령도 국내 정치나 경제가 어려워지면 전쟁을 일으켜서 의제를 바꿔서 판을 바꾸는 걸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연정 제안 이후 경제실정, 국방 총기사건 등에 대해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국면전환용 아젠다 카드라는 복합적인 요소도 있다.

여소야대 돌파 측면이든, 국면전환 때문이든 노무현정권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다는 지적인데, 4대개혁입법 처리 과정에서 보이듯 개혁과 민주주의 과제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가

노무현 정부의 위기의 원인으로는 좁게는 최근 오일게이트, 행담도 등 비리 문제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중범위로 볼 때 430재보궐 선거에서 23:0이라는 충격적 참패의 원인이 무언가를 살펴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열린우리당 내에 두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용적 입장에서는 개혁피로증 때문이라는, 즉 민생을 돌보지 않고, 국보법 폐지로 야기된 공허한 개혁론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개혁주의자들은 개혁을 포기했기 때문에 패배했다고 한다. 둘 다 맞다. 노무현 정부의 지난 3년, 그리고 선거 이후 17대 국회에서 개혁은 최근 책으로도 썼지만 '빈수레 개혁'이었다. 내용도 없고, 보수적인 개혁도 못했지만 담론과 스타일은 급진적인 모습을 띠고 있어 국민들이나 보수세력이 보기에 불안하고, 민생은 안보고... 또 개혁세력이 보기에는 내용상 공허하고... 이로서 수구와 보수세력 모두 잃어버린 셈이다.


한국 자유주의자의 불행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집권한 것
민주주의와 개혁 추진의 명분도 있고, 여대야소의 의회권력까지 장악한 상황이데 정치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 추진이 '빈수레 개혁'이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좀더 짚어본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 정치가 비정상적 상황이고, 지역주의 때문이라고 하는데, 일말의 진실은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한국 정치세력은 크게 3분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냉전적,수구적 보수세력' - '자유주의적,개혁적 보수세력' - '진보세력'으로 나뉘어진다. 대표되는 게 한나라당,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으로 분류할 수 있고, 시민사회도 그에 준해 형성되어 있다. 어쨌든 김대중, 노무현으로 표현되는 개혁적 보수세력이 계속 승리해왔는데 여소야대 문제, 지역주의 문제, 국민의 여당 견제심리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자유주의자의 불행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집권했다는 점이다. 서구의 자유주의는 케인즈주의, 포드주의 시대에 집권했기 때문에 다른 시대에 비해 진보적 프로그램으로 노동자 농민을 포섭할 수 있었던 데 비해,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케인즈주의나 포디즘이 아니라 포스트포드주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집권했는데 정치적 측면에서는 승리했지만, 경제적으로는 반민중적인 측면이 지배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70년대 이후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이었지만. 전두환, 박정희, 김영삼 정부 때보다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킨 가장 반민중적인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20 : 80 사회가 만들어지면 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이 몰락하고, 생존권 위협을 받게 되는데, 그러므로 국민적 지지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스스로의 기반을 갉아먹는 딜레머를 안고 있다.

국가적 차원이나 시민사회 차원에서나 민주주의와 개혁의 과제가 상당 부분 실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수세력과 개혁세력 간의 대립도 4대개혁입법을 둘러싼 대립 이외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87년 이후 한국 사회를 규정해왔던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 구도가 소멸된다고 봐도 되겠는가

지금 우리 나라 수구적 보수세력과 개혁적 보수세력 간의 질적 차이가 얼마나 있나. 그 질적 차이를 나눌 수 있나. 한나라당도 동질적 이념 스펙트럼이 아니고, 열린우리당도 실용파부터 강격개혁파까지 다양한 세력이 있다. 그런데도 양 세력간 차이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과장되어 있다. 정책 차원에서 차이가 없는데 담론적 수준에서는 과장된 모양을 하고 있다. 국보법 폐지도 기준이 아니다. 국보법 찬성이나 폐지 여부가 진보와 보수를 구별하는 기준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문화되어 있다. 이는 겨우 수구와 보수를 구분하는 기준에 불과하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으로 나누어 표현하는데 '개혁'에 대해 인색한 평가인 듯 하다

개혁은 한마디로 극우로 왜곡되었던 한국의 우익을 글로벌스탠다드로, 정상적으로 가도록 하는 게 개혁이다. 그러므로 개혁 대 보수는 말이 안 된다. 개혁하는 게 보수가 아니냐. 자유민주주의 넘는 개혁 있었나?

다만 수구 대 개혁 담론 차이의 핵심은 자유주의 시민권 문제와 북에 대한 태도 정도를 들 수 있다. 수구적 보수세력의 자유주의는 반공주의다. 반공을 위해서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모든 기본권을 없애도 그것이 자유주의라고 한다면, 개혁적 보수세력의 자유주의 입장에서는 자유권을 보장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정치학자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한 바 있다. 2003년 현충일에 일본에서 일본 공산당 만나서, "한국도 일본처럼 공산당을 허용할 때 한국도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가 된다"고 했다. 이때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이다. 이게 정확한 답이다.


열린우리당 죽 쑤니까 한나라당 변신 안 해도 살아남는다

주목할 만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지난 대선 끝난 이후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성공하자, 정치평론가들이 한국 정치는 열린우리당은 소멸하고,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구도로 갈 것이다 라는 주장을 했다. 한나라당은 계속 패배해왔다. 한나라당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진 것이다. 탈냉전 세대라 할 수 있는 2030을 보면 신자유주의나 경제정책에 대해 보수적이다. 그런데 문화적으로는 진보적인 경향을 갖는다. 말하자면 민족해방론적 NL의 의미라기 보다 자유주의적 NL이라 할 수 있겠는데, 탈냉전적이고 자존심 갖는 세대들이고 따라서 한나라당이 이를 잡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적 보수세력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이 흐름이 확대되면 열린우리당의 입지는 줄어들게 된다는 예측이었다. 그런데 냉전적 수구세력이 소멸되고 서구식의 보수와 진보가 형성되는 계기가 많았는데, 한나라당이 자기 변신에 실패했다.

여기서 일등공신이 노무현 정부였다. 예를 들어 사문화된 국보법은 이념 논쟁으로 가져갈 게 아니라 법리의 문제로 접근하거나 21세기 시대적 환경을 들어 논쟁을 통해 폐지했어야 했다. 그렇게 하면 여론 업고 일방적 통과가 가능했는데,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극우파의 당내 입지만 강화시켜준 꼴이 되었다. 이렇게 노무현 정부가 죽을 쑤니까 한나라당은 변신을 안 해도 살아남는...

이야기를 좀 옮겨보자. 지난 맑스코뮤날레 종합발표 때, 손호철 교수는 '두 개의 전선'을 화두로 던진 바 있다. 최근 계속되는 노동운동 내부의 논쟁과 갈등을 들어, 4대개혁입법과 관련한 민주개혁 전선과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그것이었는데, 두 개의 전선은 지금도 유효한가, 그렇다면 앞으로 2006년 지자체,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을 거치는 권력재편 과정에서 전선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겠는가

97년 이후 한국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개혁이 가는 의미 두 가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개혁이 뭐냐. 하나는 민주개혁의 문제가 있다. 국보법 폐지라든가, 4대개혁입법이라든가.. 극우냉전체제에서 왜곡되었던 관행들을 자유권을 중심으로 글로벌스탠다드 자유주의, 보수로 바꾸는 게 민주개혁이다.

이 때 민주개혁의 가치도 두 가지 의미가 있겠는데 하나는 권력의 탈권위주의화로,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난다거나 삼권분립을 한다거나... 노무현 대통령이 이건 좀 하는 것 같다. 하나는 최소한의 사상결사표현집회의 자유 등 자유권의 확대 문제이다.


언론에서 '개혁' 이야기하면 '무슨 개혁'인지 물어야

또 하나는 신자유주의 개혁 문제이다. 가령 노동개혁은 우리가 볼 때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이를 묶어서 개혁이라 부른다. 혼란스럽다. 언론에서 개혁이라 할 때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개혁이냐 민주개혁이냐. 두 개의 전선이 여기서 비롯된다. 민주개혁전선과 신자유주의개혁전선이 그것이다.

반신자유주의전선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IMF의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민주노총과 민중연대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2000년 총선만 하더라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이 민주개혁전선을 중심으로 한 운동이었다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대자 매각반대. 한전 매각반대 등을 중단하지 않을 시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심판한다는 투쟁 등을 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반신자유주의전선은 96,97년 총파업투쟁을 전후해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와 세계화 반대 투쟁 등을 통해 지속되었는데, 2002년 대선을 경과하며 약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흐름으로 보면 반신자유주의전선은 약화되고 민주-반민주 대립, 즉 손호철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민주개혁전선이 현실에서 더 큰 규정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

김대중, 노무현 거치면서 일반 대중의 차원에서는 반신자유주의 정서가 상당히 넓어진 것 같다. 그런데 조직화된 조직세력으로서 민주노총이나 민중연대가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해왔다. 최근 농민 투쟁이나 비정규법안 반대 투쟁 등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위력은 상당히 약해 보인다. 방어적 수준에 그친 것 같고, 단결되고 통일된 전선을 이루기 보다는 조합주의적이고, 분산된... 이러다 보니 민주개혁전선이 부각된다. 조중동이나 한겨레 등 언론의 영향도 막대하다. 결국 한나라당과 열우당간의 대립에서 공통점인 신자유주의는 안 보이고, 차이점이 더 많이 눈에 띠는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총선까지, 민주개혁을 한 것은 없고, 신자유주의개혁을 중심으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같이 갔다. 파병,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등등... 사실상 한노련(한나라당과 노무현 연합)이나 다름없었다. 17대 총선 후부터 2004년 말까지는 민주개혁전선이 부각되었던 시기로 한나라당과 노무현의 대립이 중심이었고, 이 시기는 노노련(민주노동당과 노무현 연합)으로 볼 수 있고, 지금은 다시 경제살리기 등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강행, 상생의 한노련을 복원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 개의 전선이 복잡한 형국을 띠고 맞물려왔다는 지적인데, 현실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대립을 어떻게 해석할지, 두 전선의 문제를 어떤 시각에서 보는가

민주개혁전선 빨리 해소 안 하면 파시즘 토양으로 연결

중요한 것은 빨리 민주개혁이 이루어져서 민주개혁전선이 거기에 걸맞게 사망선고를 내리는 일이다. 여기 미련을 가지면 안 된다. 죽은 망령이 산 것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보법 폐지 중요하고 해야 한다. 그런데 국보법은 죽어가는 것과의 싸움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이다. 과거와의 싸움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와의 싸움이다. 국보법이 50명의 피해자를 구하기 위한 싸움이라면 신자유주의는 3-4천만 명을 구하는 싸움이다.

민주개혁전선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왜 민주개혁이 실패하고 있나. 노무현정권은 민주개혁을 추진하지만 신자유주의정권이라는 딜래머를 안고 있다. 조중동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국보법 폐지냐 라고 따져든다. 이때 이건 일반 국민의 말이 되어버린다.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에 의해서 사회가 양극화되고, 그 침해를 받은 사람들이 다시 민주개혁의 지지기반이 되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개혁이 민주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면서도 개혁이 실패하는 원인이다.

문제는 이 실패가 박정희 신드롬과 관계를 맺는데,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파시즘의 토양으로 이어진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유럽에서 파시즘이 기층 대중의 지지를 받은 과정을 한 번 되짚어 보라. 민주개혁과 신자유주의개혁의 딜래머가 해결되지 않고는 자유주의적 개혁정부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87년체제의 성과와 한계를 지적하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60여 년의 한국 현대사를 '48년 체제-63년 체제-87년 체제'로 구분해서 "탈냉전과 세계화 흐름을 예상 못한 87년 체제의 극복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87년체제의 성과와 한계 논의는 모두 87년체제 이후 도래할 새로운 체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이런 맥락에서 비춰본다면

63년이 아니라 61년체제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지난 시기 한국사회 지배는 61년체제가 재생산되어온 과정이었다. 61년체제는 개발독점체제, 즉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체체라 할 수 있는데, 억압적 정치체제의 구조화로 정치적으로는 종속적 파시즘이, 경제적으로는 국가주도형 체제를 중심축으로 하였다. 61년체제는 87년에 파동을 겪는데 민주화투쟁에 따라 억압적 정치체제가 이완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박정희 모형은 계속 한국 정치경제체제의 근간을 이루었다.

87년 이후에는 제한적 민주주의 체제와 박정희 체제가 공존하는 양상을 띠었고, 90년대 이후 금융세계화와 탈냉전과 결합되면서 긴장이 커진 것이다. 그런 변화에 적응하려는 것이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전략이었다, 한국은 성급하게 아제국주의 전략을 추구하는데 결국 준비되지 않은 급속한 개방에 나서면서 97년 외환위기를 겪게 되고, 이 과정에서 61년체제가 2차적으로 붕괴되는 흐름을 갖는다.

김우중 날아간 것, 신자유주의 세계 자본주의 전략 때문

87년체제를 민주화체제로 단순화해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인데 그러한 맥락을 짚어준 것 같다. 96,97년 총파업투쟁과 외환위기 이후 자본의 신자유주의 처방에 따른 개방 확대와 세계화 정책이 전면화 되었고, 이를 저항하는 흐름이 만들어졌고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중심으로 반신자유주의전선이 확대되었다. 87년체제 논란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부분 아니겠는가

98년으로 돌아가 김우중 씨 이야기를 좀 하자면,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고 재벌개혁에 대해 대한민국을 죽이기 위한 초국적자본과 월스트리트의 음모라는 주장이 있었다. 대우 무너진 것은 부실경영 부실기업의 측면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현대는 무엇이 달랐느냐. 결국 대우, 김우중 무너진 것은 신자유주의 발전 모형과 일국적 자본주의 모형이 부딪힌 것으로, 김우중은 신자유주의 세계 자본주의 전략에 의해 날아간 것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큰 틀에서 신자유주의 연합세력이라고 했는데, 일정한 차이가 있다면 한나라당이 박정희 향수와 연관해서 친재벌, 친국내독점자본적이라면 김대중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반재벌, 친해외독점자본적이라는 것이다. 과거 방점이 국내 독점에 찍혀 있었다면 지금은 해외 자본에게 넘어간 차이가 있는데, 이 점이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97년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 맥락을 갖는다.

김대중 정부는 민주화의 진전을 이루었지만, 정치적 민주화도 보수세력이 중심이 된, 디제이피 연합으로 나갔고, 정치경제 체제에서 박정희 모형을 대신할 대안적 경제체제를 놓고 고민했지만 결국 대안적 민주화에 상응하는 민주적 민중적 정치경제 모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박정희 모형을 대신한 것이 신자유주의 모형이었던 것이다. 이후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이 빠른 속도로 관철되고, 97년 이후 정치적 민주화에 따른 것과 그 토대로서의 정치경제 체제로서의 긴장이 부조응하는 모순이 심화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체제를 굳이 호명한다면 97년체제라 할 수 있다. 97년을 경과하며 한국 정치경제 모형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김대중정부를 87년체제의 연장으로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좁은 정치주의적 기준이다. 좁은 의미의 정치적 민주주의 기준으로 보면 87년 다음에 2003년, 또는 2007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경제적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때 61년 87년 97년이 역사적 분기점을 이룬다고 봐야 한다. 97년을 경과하면서 신자유주의가 한국 사회 주된 모순으로 자리잡았는데, 87년체제를 거론하면서 97년을 보지 않고 2003년, 또는 2007년체제를 말하는 것 자체가 신자유주의 문제를 경시한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87년체제의 성과와 한계를 논하는 과정에 97년이 갖는 의미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87년체제의 성과와 한계가 제대로 짚어진다면, 87년 이후 민주화투쟁의 성과가 분화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반신자유주의 노동자운동의 출현이라든가...

연정 제안, 신자유주의정권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근원

부정하고 싶을지 모르나 97년의 성과는 일정하게는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이 3김시대 끝나고 선거제도의 변화에 따라 등장한 것도 있지만,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에 따라 개혁적 보수세력의 한계가 드러나고 그 틈을 비집고 진보정당이 성장했다.

개혁적 보수세력은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한 다수의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인기 없을 수밖에. 이것이 정권의 불안정성의 근원이다. 연정도 결국 신자유주의정권의 정치적 불안정성의 근거로 불거진 것이다. 정치적 불안정성의 근원을 지역주의라 하는데 틀린 말이다. 한나라당과의 연정이 가능해지면 한노련(한나라당과 노무현 연합)의 전면화는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의 강력한 추진으로 나타날 것이다.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는 불가능해 보인다. 민주노동당이 신자유주의 전선 버리고 민주전선을 중심으로 연합한다는 이야기인데 노무현정권이 신자유주의 버릴 수 있겠는가. 거의 자살 행위다. 어렵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연정이냐 민노당과의 연정이냐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개혁전선과 신자유주의전선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고 어느 것이든 모순을 띠게 된다.

질문해 준 것처럼 97년체제와 관련, 사회세력 측면에서 노동계급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일상화, 전면화로 표현되는 변화들을 노동운동, 민주변혁운동이 어떻게 끌어안고 풀어갈 것인가 라는 과제가 부여된다. 민주노총의 위상, 전략, 그리고 최근 '사회적 합의' 문제 등도 포함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두 개의 전선'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되는 것은 한나라당이다. 다음 대권 가능성은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결국 한편으로 열린우리당이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것은 민주개혁전선이고, 그러려면 민주노동당과 손잡아야 한다.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프로그램 포기하지 않는데 연정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어렵다고 본다. 결국 정치적 수준에서는 한나라당과 대립해야 하지만,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동북아중심국가 등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경제철학으로 갖는 이상 민주노동당과 연대는 어려울 것이다.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책임제 그림이 나온다고 보면, 이는 이념과 노선, 정책에 기반을 둔 정당간 대결 구도에서 모든 정치세력의 권력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향후 보수-개혁 연합권력의 형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의 실현가능성과 실현되었을 때 한국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화한다고 보나

바람직하냐. 가능하냐. 두 측면인데... 우선 가능하냐 문제는 이해당사자가 합치면 가능한 것인데, 이원집정제나 내각책임제는 대통령 될 수 없는 세력은 다 찬성한다. 유력한 대권 주자는 반대하겠지만 수적으로는 다수가 대통령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라든가 이명박이라든가 대권 주자와 측근들, 열린우리당은 정동영이나 김근태 등은 반대할 것이고... 하여간 쉽게 계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유럽식 내각제 아닌 일본식 내각제 가능성 커, 삼성내각제?

바람직하냐 문제에 있어서는...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 내각제는 과거 김종필이 이야기했지만, 내각제론자들을 보면 김대중 정부 시절 소위 친디제이 진영 학자들이 있었다. 지역간 권력 분점, 승자독식주의 때문에 지역주의 극복의 문제와 승자독식이 아니므로, 소수정당의 연정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내각제가 이념정당, 정책정당 키우는 데 유리하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런데 제도가 반드시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대통령제가 한국 정치를 미국식으로 자리잡게 하지 않았듯이 내각제가 한국 정치를 유럽식으로 자리잡게 할 가능성은 약하다. 더군다나 유럽식 내각제가 정책 대결이나 정책정당으로 가는 것을 촉진할 것인가에 대해서 별로 자신이 서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내각제가 적용된다면 오히려 일본식 내각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내각제가 임기가 없긴 하지만 3김시대가 끝난 데다가 부패정치에 대한 반부패정치 분위기도 확대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각제가 되겠는가의 문제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최근에 한 인터넷신문에 '삼성내각제'라는 말이 떠서 살펴봤는데 삼성이 내각제 민다는 소문이고, 삼성이 밀면 된다는 이야기가 유포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신자유주의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재벌이나 재계의 입장에서 일본의 자민당 식의 패권적 보수대연합은 매우 호감을 주는 구도가 된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연정을 통해 내각제 타협을 이룬다면 최상의 컴비네이션이 될 테고,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충분히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보수세력이나 개혁세력이 공히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대북정책, 파병, 노사관계선진화방안, 사회통합 정책, 개방통상정책 등 국정과제 대부분에 있어 결정적인 대립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향후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가 실현된다는 것은 보다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권력재편의 성격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중대선거구제나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는 민주노동당에게, 제1야당에게 주어지는 총리지명권은 한나라당에게 파격적인 제안이 될 수 있을 텐데

민노당이 미끼정치라 했는데 제안 자체가 빅딜의 형태를 띠긴 한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총리지명제라는 미끼에 관심이 크지만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 없고 반대하는 입장이므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소탐대실 하지 말아야

노무현 대통령의 속내도 연정 문제를 제기하긴 했지만 선거제도의 개혁이라 보인다.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하나는 대통령의 학습과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중요한 진보적 정치인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중대선거구제 했으면 지역구도 깨졌을 것이라는 개인 경험이 작용한다. 그랬으면 부산에서 국회의원 되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건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김대중 정부 때 당시 국민회의에서 제기된 바 있다. 국민회의 정강에 보면 중대선거제는 돈이 많이 들고, 정치 신인 진출 장벽 높아지고, 파벌론 강화되고 해서 세계적으로 폐기되고 있는 선거제도라고 쓰여있다. 그걸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한다. 일본도 중대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바꿨다. 그걸 왜 하려고 하나.

두 번째는 문희상이 중대선거구제가 좋은데 한나라당이 결사 반대하므로 어렵고 권역별비례대표제나 독일식정당명부제를 하자고 하는데 일순위 안 되면, 이삼 순위로 제안하고 있다. 이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생각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독일식정당명부제는 시민 학계가 계속 도입을 요구해온 정책이고, 17대 국회가 출범한 다음 김원기 국회의장 체제 하에서 제2기 정치개혁협의회 구성하고, 지난 6월 임시국회 때 안을 내놨는데 이때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아무 이야기 안 하고 넘어갔다. 정개협이 범국민적 합의기구인만큼 여기서 그 이야기 나왔을 때 그 때 하자고 했으면 잡음도 없이 사회적으로 공론화 될 수 있었을 거다. 그때 아무 소리 안 하다가 서신이네 뭐네 해서 온 세상 시끄럽게 한다. 어처구니없다.

하여간 독일식으로 가야 된다. 표의 등가성 원리가 민주주의 원리의 핵심이다. 모든 표가 사표가 안 된다는 점에서, 독일식 제도는 바람직하다. 민노당 지난 총선 지지율로 환산하면 30석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이 소탐대실 해서는 안 된다. 정당명부식 주장하고, 의석 늘리기 위해 독일식으로 가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노무현 정부와의 원칙 없는 연정이나 연합은 조심해야 한다.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개혁이냐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 흐름이 가시화된다면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의 입지는 보는 각도에 따라 넓어질 수도, 좁아질 수도 있다. 민주노동당은 정책정당, 이념정당,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정당 지지율은 올라가는 추세지만 노동운동이나 시민사회와의 연대는 상대적으로 취약해지는 경향을 띤다. 연정 제안에 대해 진보세력이 어떠한 자세를 견지하는 게 필요하겠는가

정책공조를 하면 되지 왜 연정을 하냐. 4대 개혁입법이 민주노동당이 연정 안 해줘서 실패했나.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얼마든지 연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더라도 민주노동당이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고, 민주개혁을 빨리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연정이 자신의 당의 위상이 격상되는 측면과 이후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들어 적극적으로 검토하자는 흐름이 있을 수 있겠는데, 이는 민주노동당의 내적 모순의 표현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이 어떤 정당을 지향하는가의 문제와 맞물려 있는 문제로, 득표정당으로 가려느냐, 자기정체성을 지키며 외연을 확대하는 것으로 갈 거냐의 갈등이 있을 것이다.

하여간 진보세력들은 단기적으로, 중장기적으로 민주개혁 과제를 무시할 수 없다. 진보세력이 민주개혁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고, 일반민주주의 투쟁에 있어 민주적 헤게모니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빨리 민주개혁전선을 정리해야 한다. 동시에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넓혀가야 한다.

아울러 다수 대중이 갖고 있는 양면성을 잘 보아야 한다. 지금 다수 대중은 개혁적 보수세력의 지지기반임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고통에 의해 결국 파시즘의 지지기반으로 휩쓸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잘 보라. 과거 모래시계 드라마의 감동이 작년 과거사 청산 국면에서 재연되지 않는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죽 쑤기 전에 일이다. 신자유주의 조건에 따른 질을 고민하지 않을 때 과거청산은 역효과를 내기까지 한다. 박정희 신드롬이 박근혜로 이어지는 신드롬이 더 크다. 이렇게 되면 다시 비판적 지지론이 부활할 수 있다.

지금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개혁이냐 라는 것이 대부분 국민의 말이다. 진보세력이 대중의 마음을 잡지 않으면 어찌 되겠는가.


-민중언론 참세상(www.newscham.net)
-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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