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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민선지방자치 10년, 그 성과와 한계

최인화( 1) 2005.06.15 14:10 추천:2

“민선지방자치가 온전히 실현되고 있었다면, 과연 부안 군수가 ‘국책사업 유치에 따른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그렇게 독단적으로 핵폐기장 유치신청을 할 수 있었을까?”

부안 핵폐기장 문제로 짚어볼 수 있는 민선자치 10년 현재의 한 단면이다.

현재 관․학․시민사회 등 각계에서는 민선자치 10년에 대한 평가작업이 한창이다. 1995년 6월 27일 민선단체장 선거를 실시하며 본격적으로 부활한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시행 10년동안 자치단체의 기구와 인사행정 자율권 확대, 주민발의제도의 도입과 주민투표법 제정 등 분권화와 민주화에 긍정적인 성과를 이루었다는 것.

그러나 중앙정부의 권한집중과 지역간 격차확대, 지방 재정자립도의 미비, 단체장 독주와 민심을 의식한 선심성 행사 남발, 난개발에 따른 환경문제 등은 여전한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실제 이달 초 경실련이 전국 시민 3백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관선시대에 비해 민원행정, 정보공개, 복지서비스 분야가 개선됐다는 의견이 73%에 이르는 반면, 선심성행사, 무분별한 난개발, 지역경제 편차 심화의 문제를 54%로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혔다.


중앙정부 권한 이양의 핵심 기관․재정․인사권 터덕거려

재정 이양의 경우,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57.2%(전북 25.1%)로 중앙정부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으며, 정부가 제출한 지방분권로드맵 중 재정분야도 국세의 지방세로의 이전은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전국시․도지사협의회도 지방소비세 신설과 특소세 일부 지방세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를 요구한 바 있다.

또 아직까지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조례제정권 확대, 형벌부과권 확보, 중앙부처의 행정입법 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구도와 반목의 재현을 만드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등 지방정치제도의 혁신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기현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자치 10년에 대해 “참여정부 이후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려는 노력이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으며 비가시적이긴 하지만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공공기관 이전 등에 있어 낙후도 등 지역 특성에 다른 지원이 균형발전을 가능케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제시된 청사진과 달리 실제 분권화는 중앙부처와 지자체간의 갈등양상까지 보이며 터덕거리고 있는 현실인데 이는 “중앙통제의 효율성”이라는 기존 논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자체 독선 부작용 견제는 중앙정부가?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국토관리청, 산림청, 환경청 등 지역특별행정기관 중앙분리와 지자체로 통합 문제가 그 사례.

특히 지방환경청의 경우 중앙정부는 새만금, 방폐장, 골프장 등 지역난개발에 따른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갈등사안에 대한 중앙부처의 관리 및 통제의 필요가 있다는 논리이다. 신 교수는 “시민사회의 성장과 견제 방안들이 제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부처의 논리는 시대에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중앙정부의 이같은 논리는 환경단체들에 의해서도 동일하게 비판받고 있다. 김진태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일방적 밀실담합이라는 지자체의 마인드가 존재하는 한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문제가 발생한다”면서도, “지방분권의 원칙적인 취지에서 지방이양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중앙정부로부터는 일정 자유롭되 감시와 견제가 가능한 합리적인 제도정착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단체장 독선독주는 견제해야 : 의회 및 시민사회

민선을 통해 인사권 등 단체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시켰지만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비는 미비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민선자치 10년 동안 전북지역에서는 유종근 전도지사(2002년), 이창승 전전주시장(1996년), 강근호 전 군산시장(2004년), 강수원 전부안군수(1997년) 등 총 8명의 광역 및 기초단체장이 인사전횡, 선거법 위반, 뇌물수수 등을 이유로 도중하차 했으며, 선심성 행정과 예산 낭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실련의 민선자치 평가토론회에서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에도 지방선거제도 개선만이 있을 뿐 지방정치의 혁신과 활성화는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토착세력과 지방정부, 정치권의 결탁을 통한 왜곡된 지역정치구조가 지역민의 무관심과 참여 단절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민선을 통해 인사권 등 단체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시켰지만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비가 미비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언론, 시민단체, 주민 등 시민사회의 참여구조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영배 전북도의원(열린우리당, 행정자치위원회)은 “지방의회가 91년에 부활됐는데도, 95년 단체장민선을 기점으로 지방자치 10년이라고 부른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며 단체장 중심구조를 근본적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지방의회의 입법권(조례제정권)및 예산편성권의 확대 △의회 사무국 인사의 독립 △소선거구제 개편과 상임위 중심 의회논의 구조 개혁 등 지방의회 내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참여와 단체장 독주를 견제할 장비를 보완하는 문제도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제도적으로 주민투표, 주민소송제도 등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주민소환제 등 강력한 견제수단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또 집행부 예산남용을 막기위한 시민감사관제도, 형식화된 지자체 각급위원회에 민간참여를 보장하고 심의의결권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앙정부의 권한이양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교육자치제, 자치경찰제가 최근 논쟁의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중앙부처 및 당사자들의 시기상조 논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해당사자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권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시선이 만만치 않다. 지방분권이라는 큰 틀에서의 바람직한 토론과 이양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각계의 평가에 귀기울여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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