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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일정에 따른 각 시,도별 유치경쟁이 알맹이 없는 큰기관 유치 주장과 정치논리로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지역 혁신도시 건설과 함께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룬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계획. 25일 건설교통부는 총 177개의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이전키로 잠정 확정했고, 27일 공청회를 거쳐 6월 중순 경 지방이전 계획을 최종 확정ㆍ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방이전 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혁신도시 후보지 선정 등에 착수, 2012년까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국 10개 시도의 공공기관 유치경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올초부터 전북도는 한국전력, 토지공사, 주택공사 소위 ‘빅3’를 유치한다는 전략을 가졌으나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어느 곳이든 큰 기관 하나 가져온다’는 기조하에 방폐장을 연계한 한전 유치에만 총력을 기울이는 추세다.

다른 한편으로는 혁신도시(지방이전 공공기관과 지역 산·학·연·관 인프라 구축 공간) 선정 주체의 문제가 있으나 각 시도는 정부에 일괄 맡긴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도내에서는 전주-김제-익산이 공동으로 도내에 혁신도시를 선정키로 뜻을 모았으나, 남원, 정읍 등은 반대하고 있어 또 다른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전-방폐장 연계’...정치적 논리로 큰것 다잃어

유치경쟁에서 가장 큰 논란은 가장 큰 ‘몸통’으로 불리고 있는 한전(한국전력) 이전 문제다. 1천억에 달하는 지방세 수익과 직원 이동에 따른 인구유입의 효과 등 부가가치가 크다는 이유 때문.

‘한전-방폐장 연계 이전’ 방안을 주장하고 있는 전북과 경북, 그리고 낙후도를 이유로 한 전남이 유치경쟁에 뛰어든 형세다. 그러나 정부와 여권은 지자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한전 문제를 잠정보류하고 수도권 잔류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특정지역 배치에 따른 표심 이탈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각에서는 한전과 방폐장을 연계시켜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는 전북, 표심 이탈을 우려해 한전 수도권 잔류의 뜻을 보이는 정치권 양자 모두가 정치논리에 휩쓸려 국가균형발전의 원취지를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전북도의 입장은 방폐장 유치 찬반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도내 현실을 볼 때 사실상 주민들의 의사를 봉쇄시키는 것이며, 한전에 방폐장을 끼워넣는 것은 다른 측면으로 그간 역설된 방폐장의 안정성을 의심케 만든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한전의 수도권 잔류는 큰 규모의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가로막아 실질적인 이전정책을 퇴색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큰 기관에만 혈안, 내실없는 유치경쟁 부채질

또 전북도의 ‘빅3 유치전략’을 비롯해 모든 지자체가 매출과 직원 규모가 큰 기관에만 눈독을 들이면서 지역균형 발전의 문제를 장기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산업이 될 수 있는 정보기술(IT)·문화기술(CT)·생명기술(BT) 등을 지역전략산업으로 내세웠던 지자체들조차 관련 기관 및 연구소에는 등을 돌린 채 큰 기관 유치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지방분권운동전북본부의 최두현 사무처장은 “세수와 인구유입 뿐만 아니라 지역특성에 맞는 기관을 유치하고 관련기관과 연구소를 추가 유치하는 것이 어느 산업보다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을 텐데 정작 중요한 발전전략에 대한 논의는 빠져있다”고 제기했다.

또 “지자체장과 관련자들만이 큰 기관을 찾아가 각종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지역의 내적성장동력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며 지역사회에서의 공론화 노력이 부재함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닥쳐서야 속독으로 몰아부치는 ‘쪽집게 과외’식 유치경쟁이라는 것이다.

지역언론들은 지자체간 ‘큰기관’ 유치경쟁을 부추기는 보도태도를 보인다.

연초까지만 해도 지역균형발전전략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일부언론들마저 유치경쟁이 과열화되자, ‘정부에 모대학 출신 인사가 있는데 접촉노력이 없었다’는 등 도가 협상능력이 떨어지고 너무 ‘얌전하다’며 몰아붙인다. 심지어 한 언론은 과거 옆 지역에 기관이전을 내주었던 사례를 피해의식 섞인 어조로 제기하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논평도 서슴지 않았다.

전북민주언론운동연합의 박민 사무국장은 “공공기관 이전 문제도 새만금 논의와 마찬가지로 애향 이데올로기와 지역개발 지상주의를 등치시키며 다른 모든 가치를 부정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최근 지역발전 논의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원칙적인 고민이 배제된 채 ‘큰 기관 유치’에만 혈안이 된 정국.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이고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의 공론을 모아나가려는 노력이 지금이라도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기사는 부안독립신문 5월 30일자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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