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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대응에 대한 안팎의 비판들

독도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대응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16일 일본 시마네현 현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전후해 연일 발표한 논평과 기자회견문에서 ‘독도 군대 주둔’ ‘독도 개발’등 진보정당이라는 자임에 걸맞지 않은 개발주의적, 국가주의적 내용들을 포함시켜 안팎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또한 당 학생위원회등 당 소속 일부 단체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북핵저지시민연대’등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일장기 소각, 계란 투척등 즉자적인 대응을 벌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동당은 김혜경 당대표를 비롯한 당 최고지도부가 21일 독도를 방문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라”며 고춧가루 10kg을 독도경비대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박용진 전 대변인, "민주노동당이 있어야 할 곳은 불타는 일장기 앞이 아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전 대변인인 박용진 당원은 지난 18일 “‘독도문제’, 민주노동당이 가져야 할 태도”라는 공개 이메일을 발송해 독도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이메일에서 박용진 당원은 ‘당이 한국인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며 독도경비대에 고춧가루를 전달하겠다고 한 것’은 “방송용 카메라와 신문기사 사진 한컷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진보정당의 지도부가 기껏 시민단체가 해도 될 만한 퍼포먼스로 당의 어떤 입장과 태도를 민중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전통적으로 영토문제는 우익에게는 자국내 민중을 선동하고 정치적 성장을 도모하는 좋은 소재이지만 역사적으로 영토문제가 파멸적 전쟁의 결과를 가져와 해당국 노동자와 민중들 모두에게 불행이었던 점 때문에 좌파정치세력에게는 곤혹스러운 문제”라며 “그만큼 조심스럽고 원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이 있어야 할 곳은 국제연대의 깃발 아래이지 일본대사관 근처 불타는 일장기 앞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원칙없는 노선변경이 일본 사회당 공산당의 분열과 몰락을 가져왔고 사회당, 공산당의 몰락과 좌파세력 없는 오늘날이 일본의 불행이듯이 민주노동당의 원칙없는 태도와 내부분열이 당의 몰락 뿐 아니라 한국의 불행일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독일 사민당의 배신이 세계대전이라는 대참화의 시작이었듯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당의 모습은 스스럼 없이 전쟁불사를 주장하는 일부의 감정적 대응에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무능한 태도임을 깨달아야 할 듯 하다”고 마무리 지었다.

"청년학생 기백 드높여 독도 수호할 것“, 무기한 울릉도 농성 들어간 당학생위원회

그러나 당 안팎의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21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장기 화형식’등을 진행했고 김혜경 당대표, 이영순 의원, 유선희, 이정미 최고의원등 10여명의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21일 독도를 방문했다. 이미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경찰청장 등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라 이 방문은 별로 주목을 끌지도 못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독도 동도 선착장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연날리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또한 “한국인의 매운맛을 전해주라”는 퍼포먼스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고춧가루 10kg을 독도경비대에 전달하고 돌아왔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독도에서 돌아 온 직후에는 민주노동당 학생위 소속 당원 2명이 독도를 한 시간여 동안 방문해 성명서를 낭독했다. 한 시간 만에 섬에서 나온 학생 당원들은 울릉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당원들과 합류해 21일 저녁 아홉시 경부터 울릉도 도동항 부두 앞 공원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본의 영토강탈행위에 대해서 청년학생 기백을 드높여 독도를 수호할 것”이고 “ 역사의 길목에서 분연히 떨쳐 일어났던 청년학생들의 기상으로 일본의 영토강탈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즉각 폐기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라△다카노 일본대사를 추방하라 △ 라종일 주일대사를 소환하라 △전국민의 힘으로 독도를 수호하자 는 요구 조건을 내걸고 이 요구가 실현되기 전까지 독도를 떠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울릉도로 이동했다.

대변인, "당 공식 입장과 학위 입장에 혼선이 있었다"

민주노동당 홍승하 대변인은 최근 독도 문제에 대한 당의 대응이 표피적이고 과도할 정도로 민족주의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당의 대응을 다듬고 있다”고 답변했다. 홍승하 대변인은 “독도 주권 수호와 동북아시아 평화 구축을 위한 민주노동당 입장”이라는 성명에 담긴 내용이 당의 입장이 최종적으로 정리된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한일관계 형성으로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 실현하자’라는 다소 긴 부제가 달린 이 성명은 ‘동북아 비핵지대화’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성’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홍승하 대변인의 설명을 들은 후, 당의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위원회에서 “일본대사 추방, 주일 한국대사 소환”등을 내걸고 무기한 울릉도 농성에 돌입한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지 다시 물었다. 이에 대해 홍승하 대변인은 “그런 요구안은 분명히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전제하며 “학생위원회 등과 소통의 문제가 약간 발생한 것 같다”는 답을 내놓고 ‘독도 주권 수호와 동북아시아 평화 구축을 위한 민주노동당 입장’에 들어있는 내용이 민주노동당의 최종적이고 공식적인 입장이라 전했다.

학위위원장, “왜 우리가 진보적이지 않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독도수호 농성 돌입을 밝혔다 /사진출처 :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그러나 이주희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위원장의 답은 달랐다. “최근 민주노동당의 독도 대응 방안에 대한 비판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주희 위원장은 “금시초문”이라 답했다. 박용진 전 대변인의 비판과 홍승하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일러주자 “그 분들이 어떤 입장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들은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희 위원장은 “왜 우리의 대응이 진보적이지 않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다소간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울릉도 농성단이 내 건 ‘일본대사 추방’등의 요구안이 당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지 않냐고 재차 질문하자 이주희 위원장은 “당과 계속 논의중”이라며 “국회의원들 사이에도 그런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의원 몇몇이 민족적 감정에 편승해서 책임질 수 없는 이야기를 내놓는 것과 진보정당은 좀 달라야 하지 않냐”고 재차 질문하자 이주희 위원장은 “꼭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전민족적 공분이 형성됐고 이에 대한 목소리가 그들에게서도 나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결국 현재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보이는 운동방식에 대한 고수의지를 확인하고 향후 운동방향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주희 위원장은 다소 길게 답했다. 이주희 위원장은 “당 학생위원회가 선도적 투쟁으로 돌파구를 열어나가 대중동원을 좀 더 강력하게 해내겠다는 입장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과도 이야기를 이미 진행해다”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활발하게 투쟁할 것”이라 강조했다. “대규모 군중을 동원해 촛불시위를 조직해 일본대사관을 포위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한일민중연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615공동선언실현 청년학생운동본부 같은 단체들과 최대한 연대할 계획”이라며 “4월 5일 그 쪽에서 일본에 항의방문단을 파견하는데 당 학생위원회도 적극 결합해 일본의 진보적 청년 지식인 등과 우리의 주의주장을 함께 해 나갈 것”이라 답했다.

의원실 관계자도 모르는 결의안 원내대표 명의로 발표

독도를 둘러싼 논란은 의원단과 최고위원회로 까지 불똥이 튀었다. 22일 오전 열린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에서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자신이 발의자로 18일 국회에 제출된 일본국의 독도영유권 주장 규탄 결의안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결의안에는단교 직전 조치로 해석되는 “주한 일본대사 추방”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천영세 의원실의 관계자는 “그 결의안 작성과정에 대해 천영세 의원실은 전혀 알지 못한다”며 “원내 행정실에서 별 상의없이 작성해 이름을 달아 올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미리 봤으면 충분한 검토가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 결의안의 내용도 물론 문제지만 상당히 이완되어 있는 당내 행정체계와 의사소통 체계가 오히려 더 큰 문제”라는 답을 내놓았다.

당 차원의 명확한 입장 정리 필요해

결국 이런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당학생위원회의 울릉도 농성이나 일본대사관 앞 퍼포먼스 는 ‘당 공식방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과도한 민족주의적 흐름에 대한 비판이 당 안팎과 의원실등에서 충분히 제기되고 있지만 그 비판이 당의 공식적 사업으로는 충분히 녹아들지 못하고 개별 사업들이 각개약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진보정당을 자임하고 국제주의를 주요한 강령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명확한 당 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에 대해 김종철 최고위원은 “물론 각자 어떻게 운동하던지 그것은 자유지만 과도한 대응이 상대측(일본)의 우익이나 수구세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겠냐”며 “일장기 찟고 태우고 하는 식으로 감정적인 국가주의를 자극하는 방식을 올바르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종철 최고위원은 “평화주의, 진보적 원칙하의 실질적 대응이 필요할 때”라며 “이런 점에서 볼 때 오히려 우리 정부가 얼마전 대마도의 날을 지정한 마산시 의회 조례안 철회를 요구한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답했다. 김종철 최고위원은 “평화, 진보적 흐름을 한일 양국에서 추동시켜 대세화 시키는 것이 결국 해결책일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미디어참세상(media.jinbo.net)
-윤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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