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17대 국회는 2005년 본회의장에서 열심히 법안들을 처리하며 새해를 맞았다. 구랍 31일, 파병연장동의안과 예산안 처리에 목이 맨 여당은 이른바 4대 개혁 법안 가운데 누더기가 된 신문법 만을 처리하고 나머지는 내년 임시국회로 넘겼다.

2004년을 두시간 여 남겨놓고 발등의 불인 파병연장동의안과 예산안을 처리해 한 숨 돌린 국회는 구랍 31일 밤에서 1일 새벽에 걸쳐 일사천리로 여러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기업총수의 경영권 보장을 돕는 증권거래법을 필두로 당초의 안보다 상당히 후퇴한 종합부동산세법까지 14개의 법안이 거대양당의 이전투구에 가려진 채로 통과됐다.

갑신년 마무리는 경제자유구역법안과 공무원노조특별법으로

14개 법안 가운데 먼저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개정)’ 이 찬성 202 반대 18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원안대로 통과됨에 따라 시행령 개정작업을 거쳐 오는 4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법안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내에 세워지는 건축물은 건폐율, 용적률 등에 대해 대폭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또한 인천, 부산. 진해,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되는 외국병원에 내국인 진료가 전면허용된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 미국의 2개 병원이 개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보건의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외국인병원의 내국인진료는 의료 공공성의 전면적 악화를 불러일으킨다며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한편 미국 의료자본이 2개의 병원을 오는 2008년까지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개원하기 위해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 때부터 내국인 진료가 가능해 질 전망이다.

2004년 대한민국 국회가 마지막으로 통과시킨 법안은 ‘공무원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제정)’이다. 이 법안은 노동조합 가입범위를 직무와 직위로 이중 제한 해 실질적으로 단결권을 제한 할 뿐 아니라 일체의 단체행동권을 부정하고 단체교섭권 마저 제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을 위하여 정부측은 ‘성실히 노력할 의무’를 부과해놓은데 불과해, 단협 사항이 이행되지 않는다손치더라도 실질적 제재조치가 없게 된다.

을유년은 국세기본법과 누더기 신세된 신문법 제정으로 시작

‘공무원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제정)’을 처리한 구랍 31일 11시 58분경, 대한민국 17대 국회는 임시국회 차수 변경을 위해 약 2분간을 멍하니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2005년 을유년 1월 1일 0시 국회는 본연의 임무인 입법활동을 하며 한 해를 시작했다. 새해 첫 아침을 노동의 현장에서 맞는 사람들이야 꽤 많지만 제야의 종이 울리고 묵은 달력이 넘어가는 그 순간을 노동으로 맞이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새해를 맞이한 국회는 국세기본법을 첫 처리한데 이어 이른바 4대 개혁 법안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유일하게 처리된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개정)’을 통과시켰다. 개정 신문법은 신문유통원의 설립, 인터넷 언론의 법제화등 전향적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중앙일간지 시장점유율로 시장지배적사업자를 추려내기로 했던 것을 전국신문시장(중앙지, 지방지, 일반 일간신문과 특수일간신문 모두 포함)전체 시장의 30%, 3개 신문이 60%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기로 대폭 후퇴해 조중동은 털끝 만큼의 영향도 받지 않게 됐다.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의 속내는 무엇?

이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한국판 뉴딜법안들도 무리없이 처리됐다. 경기반등을 위한 투자확대라는 명목에 가려져 있던 이 법안들의 문제점 또한 심각하다. 먼저 정부에서 공을 들인 기금관리기본법(개정)이 처리됐다. 개정법안의 핵심은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구 기금관리기본법 제3조 3항의 삭제다. 그러나 기금관리기본법 3조3항에서 원치적으로 주식투자를 금지하고 있더라도 개별 기금관련법에서 주식투자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법에 의해서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연기금이 주식투자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에 따르면 2003년을 기준으로 할 때 연기금 여유자금 190조 가운데 145조원이 투자에 대한 아무런 법적제약을 받지 않고 있고,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으로 새롭게 주식투자가 가능해지는 연기금의 규모는 2003년 기준 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외국계 증권사, 법안통과 대환영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쌍수를 들어 이 법안을 환영했다. 장영우 UBS 증권 서울지점 주식부문 대표는 기금관리기본법 통과와 미국 401k같은 기업연금 도입 등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영우 대표는 "현재 각종연기금 규모가 230조원이고 이들의 주식편입비중이 6.5%인 15조에 불과하지만 법안 개정으로 큰 폭의 자금 유입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기금의 자산이 5년후에는 지금의 두 배 가량인 45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주식편입비중이 15%까지 확대되도 지금보다 50조원이 넘는 자금이 추가로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 전망했다.

민주노동당과 UBS증권 서울지점의 두 가지 전망은 사뭇 달라보이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마찬가지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상정 의원실은 이 법안은 ‘이미 법적으로 아무런 투자제한이 없는 연기금에 운용의 기본원칙인 안정성을 고려하지 말고 주식투자에 박차를 가하라는 정부여당의 정치적 메시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국민개개인의 쌈짓돈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기금으로 주식시장을 떠받치게 된다는 것이고, 그 와중에 최소한의 안정성을 담보하던 기존 법안의 안전장치 조차 개정을 통해 사라져버렸다는 분석이다.

사회복지시설 투자는 민간자본이, 뒷감당은 정부와 개인이

▲공항인근주민들이 과도한 통행료에 항의하며 닭과 토끼로 요금을 납부하고 있다. /사진출처 : 인천공항고속도로통행료인하 추진위원회

연달아 ‘사회간접자본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개정)’도 처리됐다. 정부가 제안한 이 법안의 핵심은 민간투자의 대상에 사회복지시설을 포함하는 것과 BTL방식(민간 사업자는 자금투자와 건설을 담당하고 정부가 시설운영을 담당하며 민간투자비는 정부의 시설임대료 및 부대사업수익 등으로 회수할 수 있는 “건설 - 이전 - 임대” 방식)의 도입이다.

일견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법안의 맹점도 곳곳에 숨어있다. 민간자본 투자에 의해 사회복지시설이 건설될 경우, 투여된 민간자본에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적 운영이 침해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회복지시설보다 그나마 수익성이 높은 사회기반시설의 전례가 이를 증명한다.

민간투자 사회기반시설 사업 1호인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소형차 통행료가 6,400원으로 도로공사 산하 고속도로에 비해 동일 거리 대비 2.5배나 높은 실정이다. 그리고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의 경우 총 건설비 1조 5,957억원 중 국고보조금 4,368억원이 투여됐음에도 불구하고 통행료는 도로공사 고속도로 대비 1.5배에 달한다. 결국 민간자본에 의해 사회기반시설이 건설될 경우 정부 재정부담, 시설이용 접근 양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힘든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이런 문제점이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민간사업자에게 정부재정으로 보상을 하던가, 수익위주의 시설 운용이 심화될 전망이다.

BTL방식 전면 도입, 심각한 문제 초래할 수도

또한 BTL방식의 전면적 도입은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월 1일, 법안 반대토론에 나선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은 BTL방식의 도입은 “민간자본에 운영리스크도 없이 수익을 보장해주는 특혜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BTL 방식의 경우 민간자본이 시설 건설을 담당하고 정부는 매년 임대료 지출을 하게 됨으로 수치상 국가재정 부담이 작아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건설 원리금을 모두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채 발행을 통해 사회복지시설을 건설할 경우 채권수익률만 부담하면 되지만 BTL방식을 적용할 경우 투여 민간자본에 대한 금융이자 외에 운용수익까지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어 국회는 당초안 보다 대폭 후퇴한 종합부동산세법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농어촌특별세법, 지방교부세법, 국세와지방세의조정등에관한법률을 무더기로 개정하며 을유년을 첫 입법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 윤태곤 기자
- 미디어 참세상 (media.jinbo.net)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