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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위헌이라며 제시한 판결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 청구인들은 1948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세워진 이후 만들어진 헌법에 위반되는지는 판단해 달라고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엉뚱하게도 조선왕조 500년을 이야기고, 조선왕조의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경국대전’을 인용하면서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울고 싶은 헌재에게 청구인들이 뺨 을 때려준 격이다.

민주항쟁의 성과 헌재 제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

헌법재판소제도는 지난 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로 만들어졌다. 이는 입법부가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법률을 제정할 때 이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도입되었다. 즉, 여야 정당들이 밀실야합과 군사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해 군사정권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역사적 교훈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헌법재판소가 보수기득권 층과 수도권의 기득권 세력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헌법재판소 구성원의 보수성과 추천과정 등을 고려할 때 어색함이 있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라 할 수 있는 의회의 입법권과 국민직선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권한을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이 판단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헌법과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헌재 스스로 이런 의문을 자초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법전에 명백하게 문자화된 성문헌법으로 존재하는 헌법 대신에 조선왕조 때부터 이어온 관습과 ‘경국대전’ 등을 인용해 성문헌법의 개정 없는 수도이전은 위헌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헌법 아닌 '경국대전'에 따른 판결

말장난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대한민국 헌법을 기준으로 한 판결이 아니다. ‘경국대전’에 위반되는 것이며, 조선왕조가 수도를 한양으로 결정한 관습과 전통에 위반하는 것임을 확인한 ‘역사적 고증’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가 자신과 자신의 소속정당이 만든 법을 위헌이라고 판정했는데도 환영하며 박수를 치고 사필귀정이라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심각한 자기분열증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을 위반한 법률을 만들었다면, 사실 그 행위 자체도 위헌에 가깝다. 그런데도 그것이 좋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연민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당리당략과 정쟁에 휩쓸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분권, 지역균형 발전 지속 추진해야

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새삼스럽게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울만 혹은 수도권만 대한민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위기에 봉착했지만, 대안은 여전히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다.

중앙에 각종 자원과 권한이 집중된 형태로는 지방의 자립과 창조성, 지역혁신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균형발전도 쉽지 않다. 행정수도 이전은 이들 목적을 실현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중의 하나였다. 비록 그것이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이미 제정된 지방분권특별법과 균형발전법에 의해 분권과 균형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 최두현 / 지방분권운동전북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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