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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기호 2번을 달고 치른 마지막 선거였다. 전남의 유권자들은 당의 기호를 표기한 모두 5곳의 광역 및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가운데, 무소속 화순군수를 제외한 4곳에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남도지사 선거에서는 우리당 민화식 후보보다 민주당 박준영 후보에게 12만표를 더 주었고, 진도군수는 민주당 김경부 후보를, 그리고 광역의원 목포 제1선거구와 무안 제2선거구도 민주당 황정호 후보와 김철주 후보를 당선시켰다. 화순군은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된 임호경 전 화순군수의 부인 이영남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반면 우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전남지역 13개 선거구 가운데 과반이 넘는 7개 선거구에서 승리했음에도, 광역및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에서 단 한곳도 이기지 못했다. 화순군의 경우 우리당 김성인 후보는 민주당 정완기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전남유권자들은 이밖에 기초의원의 경우 목포 신흥동 김홍식, 담양 무정면 정 진, 완도 신지면 정은상, 영광 홍농읍 이장석, 신안 암태면 정일호 후보를 당선시켰다.

한편, 지난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는 7.4%득표에 그쳐, 이 지역의 현실을 다시 한번 절감해야 했다.

왜 '2번' 이었나

이번 재보궐선거의 핵심은 전남도지사 선거. 민주당 박준영 후보는 전남지역 22개 시군 가운데 우리당 민화식 군수의 출신지인 해남을 제외한 전 지역을 석권했다. 이는 지난 총선 이후 우리당이 보여준 정치행태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견제의식과 민주당에 대한 동정론이 표심의 바닥에 깔렸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민주당의 선거전략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영남발전 특위'로 대변되는 호남소외론전략과 중앙당을 옮기다시피한 당차원의 '올인'전략이다. 여기에 DJ 향수와 국정경험능력, 그리고 미디어선거전에 유리한 청와대 대변인과 공보수석이라는 관록까지 겸비한 박후보의 '인물론'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승리의 일등공신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당이었다. 17대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냈음에도 이후 우리당이 보여준 정치행태는 과반의석을 차지한 제1여당의 기대치에 크게 밑돌았던 것.

민주당이 우리당의 지역주의조장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영남발전특위'를 쟁점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도 지역민들에게 우리당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지난 총선에서 탄핵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심판을 했던 경험이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민주당 살아나나

이번 선거 결과가 호남지역에 미칠 영향의 중심엔 민주당이 있다. 민주당은 그만큼 오랜동안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며 호남 정치에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현재도 그 뿌리에 대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5일밤 박준영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민주당이 다시 일어설 전기를 마련했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총선 참패를 만회할 계기가 절실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선언이 이후로 계속될지, 아니면 '전기'에 그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승리가 민주당에 근본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부터 따져볼 일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패배로 민주노동당에 이은 제4당의 처지로 떨어졌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인원도 안됐다. 그럼에도 우리당과 뿌리가 같다보니 이념과 성향에서 차별성을 나타내지 못했다. 자연스레 당내에서 우리당과의 통합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 선거직전까지만 해도 통합론의 주도권은 우리당이 쥐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우리당은 불안한 과반의석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어 소수였던 통합목소리가 힘을 얻게됐고, 반면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 중심체제가 더욱 강고해짐에 따라 소수의 '통합론' 목소리가 더욱 움츠러들게 됐다.

한대표는 '민주당 정통성'을 강조하며 초기부터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한대표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과거 민주당 세력의 응집력도 강해질 전망이다. 이는 결국 민주당의 선택지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민주당의 호남 자민련' 전망이다. 정당은 단체장의 숫자가 아닌 국회의원의 숫자가 힘이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민주당 생존의 발판'이지 그 자체로 '부활'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도 생존을 위해 호남, 특히 전라도에 기댈수록 정책정당보다는 지역정당의 색깔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DJ향수에 기댄다는 비판도, 지역주의라는 비판도 생존 앞에선 무의미하다는 것이 한대표 발언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 당 간판에 매몰되지 않고 더 크게 사는 방법은 확고해진 당내 지지기반을 토대로 당 안팎의 다양한 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시민의소리: http://www.siminsori.com/
-이광재 기자 kjlee@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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