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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17대총선 결과에 대한 약식 평가

조문익( 1) 2004.04.13 23:32 추천:9

17대총선이 마무리되었다. 선거결과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합리적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열린우리당의 압승과 지역주의에 기댄 한-민-자등 수구주의 정치세력의 몰락, 그리고 진보정당의 약진, 그리고 여전한 정치불신으로 인한 투표거부 경향 유지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지난 탄핵국면에서 극적으로 드러난 탄핵반대-탄핵찬성-탄핵반대/노무현비판-정치권일반심판의 4가지 정치적 입장에 대한 전국의 여론동향이 그대로 유지된 것을 의미한다.


전국선거결과에 대한 총평
투표율 59.9%의 의미 - 투표거부자들의 수동적 세력화

투표율이 투표일 전날까지 이루어진 설문조사에서는 75%이상까지 나오다가 결국 60%도 안되는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르조아 대의정치일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투표거부자들이 자각하고 있건 아니건 간에 투표거부자들의 광범한 출현은 부르조아대의정치가 한계에 봉착하였음을 의미한다. 특히, 숫자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고창부안 선거구에서 투표거부자가 약간 다수라는 점은 '심도있는 대중투쟁과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을 경험한 고창부안지역 주민들에게 한-민-자연합이든, 열린우리당이든, 심지어 민주노동당등 진보정당조차 효과적으로 제도정치일정에 주민들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투표현장에서 직접 취재해보면 이것은 확실히 드러난다. 투표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어떤 후보와 특정정당을 지지한다는 유권자보다는 마지못해 투표한다는 소극적 지지자가 의외로 많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투표행위 자체가 민주주의를 재생산하는 핵심적인 도구라는 부르조아정치 선전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의미하는 것
- 지역주의는 일단 몰락했으나 열린우리당의 오만을 허용치는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말그대로 압승하였다. 헌법개정안과 아주 특별한 의안처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법률안은 무조건 통과시킬 수 있는 무소불위의 과반수 의석을 훌쩍 넘겨 얻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을 '압승'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두차례에 걸친 노무현대통령의 대통령직을 건 도박정치 - 첫 번째는 재신임국면, 두 번째는 탄핵국면 - 는 일단 부르조아정치 내부에서 총선에서의 압승이라는 형태로 최대의 성공을 기록하였다.

이는 열린우리당의 기본전략, 즉 수구정치 반대, 지역주의반대와 민주주의 지지자들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정치적 경향을 '탄핵반대'라는 구호아래 일시적인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묶어세우는데 성공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인 여성 박근혜를 내세운 수구주의-지역주의 연합세력 구축을 기본전략으로 한 한나라당의 강력한 막판추격을 대구경북지역에 묶어두고 물리친 것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이는 열린우리당의 강점들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라기 보다는 수구-지역주의 정치세력으로서의 한나라당의 몰락에 기댄 것으로 자민련과 민주당의 완전한 몰락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열린우리당은 부르조아정치세력 내부에서의 경쟁구도에서 수구주의-지역주의보다는 다소 나은 합리적 보수주의의 정치적 전망을 보여줌으로써 부르조아 정치내부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대중들에게 표를 획득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의가 안전히 몰락하였느냐하면 그렇지는 않다. 특히, 대구경북, 나아가 부산경남의 한나라당-지역주의와 호남지역의 변형된 열린우리당-지역주의는 여전히 지역주의가 정치변동의 종속변수로는 충분히 작동할 것임을 말해준다.

열린우리당이 만약 15%수준의 진보정당지지자와 40%가량의 선거거부자가 여전히 열린우리당의 합리적 보수주의와 적대적인 정치세력으로서 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부르조아정치세력 일반이 비판받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점과 40%수준의 수구-지역주의 정치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도 잊으면 안될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자민련의 몰락
- 수구정치세력은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은 모두 몰락하였다. 대구경북지역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한나라당은 100석이상 넘는 일정한 세력을 유지하기는 하였지만 기존의 의회판세로 볼 때 한나라당의 처참한 패배는 자명하다. 이는 한나라당의 수구-지역주의가 세력을 부르조아정치세력 내부의 경쟁구도에서 일정한 세력 유지에 도움되기는 하지만 승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지역주의는 사실상 몰락했다. 비록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주의를 선동하여 맹추격을 해오기는 하였지만 총선승리까지 이어나가기는 어려웠다. 민주당 조순형, 추미애와 자민련 김종필 모두가 몰락한 상황에서 한나라당 중심의 수주-보수주의 정당패편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수구-지역주의 정치세력은 결국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1997년에서 2002년 사이에 부르조아정치세력들은 모두 변화를 강요받았는데 열린우리당만이 막판에 변화를 수용하였고 수구-지역주의를 벗어난 합리적 보수주의로의 변화를 성공시켰으며 탄핵국면에서 최종적으로 이 과제를 마무리하였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은 16대국회까지 그동안 자신을 성공시켜준 수구-보수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으며 결국 몰락을 자초하였다. 모든 정치세력은 자신의 성공요인 때문에 그 성공요인을 고집하다가 몰락해왔다. 이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보수주의의 변화가 주목된다. 앞으로 한나라당등이 열린우리당식으로 변화하고 그에 따라 합리적보수주의의 또다른 분파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시간이 가면서 그냥 몰락할지는 정확치 않지만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진보정당의 약진
-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입은 한국제도정치의 새로운 국면을 의미한다.

민주노동당이 15%수준의 정당지지를 획득하여 10석 또는 11석까지 내다볼수 있게되는 약진을 기록하였다. 그동안 한국제도정치는 진보진영의 제도정치 입성을 극단적으로 봉쇄하여왔다. 이러한 부르조아정치세력의 의석 과잉점유, 또는 독점현상은 의회정치와 현실여론간의 불일치를 심화시켜 제도정치 외부에서의 정치, 즉 거리정치가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일단 예상가능한 법칙성은 민주노동당이 제도정치에 진입함으로써 거리정치가 제도화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합리적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 정권인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회 점유로 인해 민주노동당이 지닌 기본노선인 신자유주의반대입장의 정책들이 번번히 충돌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정책적 갈등구도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점하였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역할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법안이 열린우리당의 입장대로 통과될 개연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원내에서 열린우리당의 150석과 한나라당의 100석이상의 의석을 동시에 적으로 맞이하는 상황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이 대중투쟁들과 교감하며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고양시키는 촉매역할을 하려는 원칙을 확실히 해야하고 민주노동당의 활동이 대중투쟁을 제도화시켜 계급적 동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확실한 것은 민주노동당 자신의 노력과 대중운동의 연대전략 형성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왔다는 점이다.

전북지역 총선결과 총평

전북지역의 투표결과는 열린우리당의 압승이다. 유일하게 민주당의 승리가 가능성도 점쳐진 부안고창지역선거구마저 열린우리당 김춘진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보인다.

전북지역에서의 열린우리당의 압승은 본래 예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원인을 확실하게 아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무엇이 70%수준의 지지를 재생산하였는가?

첫째, 탄핵정국이후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압도적인 상황이 지나자 점차 총선국면으로 전화한 뒤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일단 전국적인 수준에서 정치적 쟁점인 '탄핵반대'라는 이데올로기가 주효하였다.

둘째, 막판에서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당대결구도 강화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지지표를 대폭 이탈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면서 열린우리당지지를 다시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열린우리당의 후보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당선된 것이라기보다는 열린우리당 후보였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라고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후자의 경우 문제가 된다. 특히, 노무현대통령 당선이후 시간을 경과하면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의 경우 김원기, 정동영으로 이어지는 전북지역 정치인들이 전북지역 주민들을 볼모로 삼아온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번 17대총선에서 막판의 한나라당 지지세의 급성장과 '정동영사퇴효과'는 전북지역의 열린우리당 지지자를 결집시켰다고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안고창의 김춘진후보와 전주 덕진의 채수찬후보는 총선정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도가 떨어졌으나 정동영사퇴이후 다시 지지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변형된 지역주의'로 해석될만한 수준의 것이다. 1987년 대선이후 한번도 변하지 않은 일관된 전북지역의 몰표현상은 상당한 시간을 거치면서 민주주의와 지역주의의 혼합체인 '전북지역주의'를 '여당을 지지하는 변형된 지역주의'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한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합쳐서 대략 25%수준의 지지도를 기록하였다. 이는 적어도 열린우리당지지도와는 비교할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에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세력이 상당정도로 자리잡고 있고 자리잡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투표율도 61%밖에 기록하지 않으면서 투표거부층도 여전히 존재함을 확인해주었다. FTA를 기준으로 볼때 전북지역의 민주당-민주노동당 지지자는 진보정치에 친화적일수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을 반대하는 정치세력 중 민주당은 사실상 몰락하고 있는 정치세력이고 민주노동당은 성장하는 정치세력이라는 점에서 향후 지역정치판도를 변화시킬 수 변화가 '야당교체'라는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선거결과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정당득표율과 후보득표율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개표가 진행중인 비례대표 투표결과를 보면 열린우리당은 65%내외의 정당지지율에 후보지지율은 선거구마다 들쑥날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지역구 후보지지율은 평균 8 ~ 9%가 나오지만 비례대표 후보지지율은 12%수준으로 후보지지율이 더 낮은 현상을 보여주었다. 이는 정당과 후보를 각각 선택하여 지지할 수 있는 1인 2투표제가 만들어낸 함정일 수도 있는데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 지지자들로부터 지지받았다고 안도할수도 있고 여전히 열린우리당 지지자들로 인해 일정한 손실을 받고 있다고 판단할수도 있다.

비례대표의 경우 부안고창지역도 개표중인 현재 민주노동당은 13%, 열린우리당은 57%의 득표를 하고 있다. 이 정당지지도는 전북지역 평균인 65%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열린우리당 김춘진후보가 지역구에서 얻을 가능성이 있는 35%수준보다 훨씬 높은 지지도이며, 민주노동당은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전북지역 평균 12%수준에 비하여 약간 높거나 비슷한 정도밖에 못얻을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역의회 비례대표선거에서 정당지지가 12.8%가 나왔던 것과 비교해도 별로 못얻은 것이다.

정당지지와 후보지지의 불일치, 부안고창지역 사례는 각 정당이 선거전략을 통해 지지자를 획득하는 선거전략과 실천역량에 상당히 영향받는다는 것과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이 확실하게 지역주민들을 획득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근 광주전남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지지가 15%수준으로 높은 점을 비교하면 광역권 정치전략의 중요성이 확인된다.

부안고창지역의 경우는 열린우리당 김춘진후보가 35%내외, 민주당 정균환후보가 20%내외, 그리고 무소속의 두 김후보가 각각 15%내외로 열린우리당의 김춘진후보가 당선될 것이 확실하다. 이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인데 첫째, 김춘진후보가 새롭게 등장한 정치신인이자 열린우리당 후보였다는 점 둘째, 어쨌든 김춘진후보가 핵폐기장 반대를 공약했다는 점 셋째, 정균환후보와 김경민후보등 반핵후보들간의 각개약진, 넷째, 이러한 각개약진 상황에 대한 부안대책위의 개입력의 부족등이 내용이다.
부안대책위의 경우 무소속 주민후보를 내지도 못한데다가 낙선운동을 결정하고도 적극적으로 조직하지 못하였는데 이점은 추후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불행하게도 전북지역의 정치의 미래상은 별로 달라지는 점이 없을 지도 모른다.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승리는 특정정치세력의 지역정치독점을 의미하는 것이고 '여당정치'과 '중앙정부'에 의존적인 지역주민들을 동원하는 새만금, 핵폐기장, 경제자유구역, 기업신도시등의 지역개발전략은 여전히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17대총선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거의 현실성이 없거나 진정한 의미의 지역발전과는 무관한 정치공약들을 쏟아낸바 있다. 이러한 정치적 행태는 민주노동당과 같은 새로운 제도정치세력이 상당한 정도로 성장하거나 지역대중운동이 계급화되어 강력한 투쟁동력을 확보할 때 가능하다. 민주노동당 전북도지부의 미래가 중요한 이유이고 파병과 한칠레FTA에, 노동법개악을 반대하는 진영, 즉 신자유주의반대 민중진영의 대중투쟁 조직화가 중요한 이유이다.

맺는 말

어쨋든 17대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내일 새벽이면 정확히 확인될 것이고 깊이있는 평가는 다시 또 이루어지겠지만 열린우리당은 과반수의석을 얻고 한나라당은 개헌저지선을 얻고 민주노동당은 10석정도의 상징적인 의석을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정치의 진실이라고 믿을 근거는 아무데도 없다는 사실을 제도정치권은 잘 알아야할 것이다.

40%의 선거거부자의 고정화, 15%내외의 진보정당 지지세력, 40%의 잠복한 지역주의는 여전히 제도정치의 안정화로 한국사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일단 대중들은 50%부패정당, 신자유주의 보수정당 열린우리당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100%부패정당, 신자유주의 수구정당 한나라당에게 개헌저지선이상의 표를 몰아주었다. 심지어 자민련의 김종필조차도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개혁국회'는 '개혁국회'일뿐이고 '민주국회' 특히 '민중국회'하고는 거리가 멀다. 어떤 의미에서는 '개혁국회'는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국회이기는 해도 '50% 부패국회'인데다가 '신자유주의 국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입하기는 하였지만 10/299는 숫자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소수의 세력이어서 신자유주의의 큼 흐름을 막아내기위해서는 강력한 대중투쟁과 연계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이고, 이를 이끌어내는 대중투쟁의 조직화이다. 탄핵정국에서 보여준 대중들의 민주주의 지지는 비록 열린우리당의 지지로 휩쓸리기는 하였어도 본래부터 열린우리당지지 수준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중들은 투쟁 속에서 자신의 민주주의를, 즉 '민중 demo 의 지배 cratia'를 실현해나간다. 이러한 대중들의 투쟁속에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힘을 조직할 수 있다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보다 확실하게 전진할 것이다. 미래는 실천하는 집단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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