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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부안고창 선거구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돼, 낙선운동을 천명했던 부안대책위와 핵폐기장반대투쟁 관계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월 15일 밤 11시 17대 총선 부안고창선거구 지역구 후보 개표결과 열린우리당 김춘진 후보가 23,310표로 36.3%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는 2위를 한 민주당 정균환 후보의 29.8%의 득표율을 약 4천표를 앞선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이날 저녁 6시 각 방송언론사들의 출구조사결과를 통해 예측이 됐고,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부안 각계는 희비가 엇갈리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총선시기동안 열린우리당의 전반적인 우세라는 전북지역의 판세분석과는 달리, 부안고창지역만은 핵폐기장 유치반대라는 지역의 특수한 현안을 두고 어느 누구도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지 못했다.

그간 핵폐기장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주민들은 '정치인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 그나마 핵폐기장 반대운동에 조금이라도 함께 했던 후보를 찍겠다' 정도의 반응을 보였었다. 선거가 시작되기전 방송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등 엇갈리는 여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거기에 부안대책위가 핵폐기장 백지화라는 입장을 명확히 취하지 않는 후보, 사실상 열린우리당 후보를 염두에 둔 낙선운동 방침을 천명했던 것, 그리고 부안과 고창의 유권자들의 판단조건이 다를 수 있는 점 등은 총선 판세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더욱 예측을 힘들게 만들었던 변수였다.

지역 일선의 기자들은 부안고창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 후보와 열린우리당 후보의 경합이 이루어지겠지만 민주당 쪽이 조금 우세하지 않겠냐는 예측을 하기도 했었다.

부안읍의 한 주민은 "그간 핵폐기장 반대투쟁에 함께 했던 민주당 정균환 후보나 무소속 김경민 후보 둘 중에 한명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고창뿐만 아니라 부안에서도 열린우리당이 다수득표를 해 당혹스럽다"고 말하며 "전국적으로 탄핵정국이 큰 이슈로 있었고, 부안에서도 그 여파가 미친게 아니겠느냐"고 원인분석을 했다.

비교적 담담한 주민들의 반응에 비해 열린우리당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 입장을 밝힌 바 있는 부안대책위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원인분석에 골몰한 모습이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대책위와 부안 주민들간에 정치적 간극이 이렇게 차이가 있었는가를 개인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고, "정확한 원인분석작업은 시간을 두고 이루어져야겠다"며 짧게 답변했다.

김춘진 당선자 선거캠프는 밀려오는 전화와 방송언론사들의 취재세례로 늦은 시간까지 분주했다. 선거캠프 기획홍보 담당 이혜성 씨는 "토종막걸리가 16년짜리 양주를 이긴 셈"이라고 비유하며 민주당 4선의원인 정균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것을 염두에 둔 소감을 밝혔다. 부안에서도 열린우리당의 탄핵심판론 대세 분위기를 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안의 총선 쟁점은 반핵이냐, 찬핵이냐였다"며 일축하고, "열린우리당을 찬핵으로 규정하는 네거티브 전략이 먹혀들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부안민심이 찬핵, 반핵으로 갈려있기 때문에 우리는 개혁과 화합의 정치를 일관되게 주장했다"며 승리의 비결을 덧붙였다.

부안대책위의 낙선운동에 공감했던 계화면의 한 주민은 "대책위가 낙선운동 방침을 밝히긴 했지만, 그 후에 낙선운동의 취지와 정확한 내용을 알리는 등, 주민들을 조직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이번 총선 결과로 대책위가 예전처럼 부안민심을 아우르고 조절하는 능력이 현저히 약해졌음을 지적하며, "아직 핵폐기장 투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총선 이후로 부안 주민들이 한뜻으로 잘 모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부안 주민들의 총선민심에 대해 '핵폐기장 문제와 총선을 일정하게 분리시켜 사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 바 있는 문화운동가 고길섶 씨는 "총선 결과를 두고 핵폐기장 투쟁의 전망을 우려하는 것은 섣부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낙선운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대책위가 일정한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앞으로 대책위가 어떻게 스스로를 정비하고 주민들을 추스릴 것인지가 과제로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안 정당별 득표상황표. 열린우리당 42.0%, 민주당 25%, 민주노동당 17.3%로 도내 다른 지역에 비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득표율이 높은 것이 눈에 띄인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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