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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은 오랫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에서도 재정자립도나 경제사정이 거의 꼴찌에 가까운 낙후지역이었다. 부안핵폐기장, 새만금, 김제공항, 1000만평기업신도시등 개발사업이 그 어느 지역보다도 뜨거운 쟁점이 되는 이유는 바로 이 ‘낙후’를 벗어나고자하는 주민들의 열망이 저변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낙후된 전북을 살기놓은 전북으로? 누가? 어떻게?

낙후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오랜동안의 독재정권 시절 경인지역과 영남지역 중심의 불균형발전전략이 계속되어왔고, 지역 차원에서도 내재적인 발전전략을 모색하거나 지역발전동력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전북지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복합적인 증상에는 복합처방이 필요한데도 문제를 단순화하여 단순하게 몇마디 구호와 일점돌파식 개발사업으로 풀려는 버릇을 버리지 않고 4, 50녕동안 유지되어온 ‘고전적인’ 레파토리를 반복해온 것이었다.

지방자치가 시작되었으나 지역 정치권은 대부분 지역발전전략에 대해서만큼은 개발독재시절의 행정적 관성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였다. 전북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들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유치하여 중앙정부에 기대어 발전을 도모하거나 외국인투자나 대기업을 유치하여 낙후를 벗어나고자 하였다. 노무현정부의 지방분권화방침과 ‘지역혁신’ 개념이 나왔으나 이를 집행하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의식인 ‘지역자체의 인적, 물적 자원의 집중’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충분치 못하였다.


17대 총선 지역개발공약에 대한 점검

▲각 정당별 개발정책에 관한 비교표

그런 의미에서 지역주민들에게 17대총선은 전국적인 정치적 쟁점에 대한 논쟁 이외에 그간 진행되어온 개발사업에 대한 심판의 장이자 지방자치시대 전북지역발전에 대한 전망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17대총선에서도 전북지역에서는 논쟁은 없고 주장과 구호만 난무하는 선거판이 만들어졌고 이제 거의 마무리되려하고 있다. 전북지역 모든 언론들이 ‘정책토론없는 선거판’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1985년 총선에서 초기형태로 나타나고 1987년이후 전북지역을 단 하나의 색깔만으로 덧칠해온 ‘황색바람’이 평화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당의 이름만 바꾸어 재현되고 논쟁은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거기에다가 최근 분당하기는 했지만 지역정치를 사실상 독점해온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부안핵폐기장 문제를 제외하고는 새정치국민회의 시절부터 함께 추진해온 지역개발사업에 대해서만큼은 아래 도표에서 보듯이 거의 입장이 동일하여 논쟁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이다.

“어떤 주제가 캠페인이 되는 순간 진실은 사라진다”고 했던가? 정치적 독점·과점현상과 논쟁의 부재현상이 반드시 일치하라는 법은 없겠지만 적어도 전북지역에서는 이런 철의 법칙이 관철되어왔다. 지난 몇 년동안 새만금과 핵폐기장 만큼 전북지역에서 토론이 불가능한 쟁점은 없었다. 강한전북일등도민운동 같은 민간단체들의 의사관제적 주민동원전략은 모양만 바꾸어 계속되었고 개발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독재행정이 전라북도나 기초단체 수준에서 당연한 듯이 계속되었다.

새만금사업은 군사정권 시절에 ‘농지를 조성한다’는 명분을 걸고 지역표를 잡기위한 시혜성 시책으로 시작되어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논의없이 시작되었고, 군산경제자유구역은 지정신청을 하기전에 주민공청회와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았으며, 전주경전철사업도 논의가 부족했다.

특히, 부안핵폐기장 지정신청은 하룻밤만에 전라북도지사와 부안군수에 의해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모든 사업들이 그대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 재론의 여지없이 그대로 추진한다는 공약으로 다시 나타났다.

전주경전철사업의 경우 열린우리당 출마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견해가 다르다.김제공항의 경우는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전략과 무관하게 정치권의 공약사업으로 시작되어 지역주민의 의사를 모으는 과정은 생략되었고 이 때문에 17대총선에서는 해당지역인 김제완주지역 열린우리당-민주당 출마자들마저 반대하는 사업이 되었으나 전북차원에서는 여전히 포기되고 있지 않다.

새롭게 대두된 정치적 쟁점인 1000만평 기업신도시는 아이디어 수준을 많이 넘어서지 않는 전경련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 공약화되었다. 기업신도시 구상은 전주시정발전연구원의 정책보고서에서 지적하였듯이 산업시설전략이라기 보다는 교육, 의료, 교통등의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도시개발전략에 가깝다. 1000만평이라는 거대한 숫자도 사실은 허구적인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조차 있다.

특히, 전북지역 정치세력들의 17대총선 공약은 전라북도와 전주시등의 자치단체들이 요구한 공약요구안을 대부분 받아들여 적당히 짜깁기하여만들어낸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이것은 사실에 가깝고 탄핵과 찬핵등의 전국적 정치적 쟁점을 제외하고는 전북지역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전라북도등 자치단체보다도 못한 ‘정치적 무능력’의 반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북지역 주요정치세력들이 전북지역 주민을 표찍기대상으로 인식하고 본격적인 의미의 ‘지방정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정치세력인 민주노동당만이 그동안 진행되어온 국책사업 중심의 지역발전전략을 비판하고 내재적 개발동력 형성을 통한 청정균형발전과 도농복합형의 포괄적인 발전전략을 내놓고있어서 추상적인 수준에서나마 내재적 지역발전정책을 본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지만 각론수준의 구체적발전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하고 ‘지방정치’에 대한 본격적인 활동을 얘기하기는 힘든 수준이다.


전북지역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향해
우리는 전진하고 있는 것인가?


전북지역의 민주주의와 주민자치는 전진하고 있는 것인가? 17대총선에서 주요 전북지역 정치세력들이 제시한 공약들은 ‘탄핵과 찬핵’이라는 중앙정치의 쟁점을 넘어서고 나아가 그동안 당연시해온 발전전략으로서의 국책사업 따내기와 대기업과 외국자본유치라는 두가지 기본 방식을 깊이있게 재고하는 공론의 장으로 주민들을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17대총선이후의 지역전망과 관련하여 다음 세가지 결론을 유추해볼 수 있다.

첫째, 지역발전전략과 관련하여 획기적인 정치적 변동이 없는한 국책사업만능론과 대기업·외국자본 유치론은 여전히 지역발전이데올로기의 중심일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그동안 민주적 지역발전을 가로막아온 가장 중요한 요인인 ‘자치단체와 정치세력의 융합현상’과 개발독재방식의 비민주적 행정은 지속될 것이다.

셋째, 그러므로 개발독재와 이에 저항하는 주민, 민중들간에는 전북지역 정치권과 언론들이 비판해마지 않는 지역적 쟁점을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불가피하다.

결론이 이렇다면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전진하였다고 말할 수 없다. 17대총선은 주민참여속의 토론과 열린 행정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공론의 장이 되지 못하였다. 열린 토론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전북지역의 미래는 오직 전북지역 발전과 관련하여 토론없이 주장만 난무하는, 밑바닥으로 추락한 지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에 달려있다. 부안주민들은 2003년 7월부터 2004년 2월까지의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실험을 통해 전북지역 주민들이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실증해주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전북지역 발전전략에 대하여 다시 논의하자! 그동안 정치권에, 행정에 문제점이 있었다면 흔쾌히 인정하자! 토론하고 또 토론하고 또 토론하자!

민주주의의 기초를 든든히 하는 민주적 지방분권과 주민자치의 시대에 새로운 전북의 힘을 충전해나가는 길은 주요정치세력들의 반성과 새로운 결의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외에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민중의 지배’(demo 민중 + cratia지배)로서의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가는 전북지역 주민 모두의 소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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