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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총선도 결국, 총선이 아닌 대선 형국이 돼 버렸다. 아니, 이미 예견된 일 였고 정치권은 당연히 그렇게 몰아갔다.

대선처럼 치러지는 총선에서, 어떠한 이유에서든 기존 정당에 소속되지 않고 정치개혁 변화의 흐름에 일말의 기대를 하면서, 나 홀로 나서게 된 무소속 후보들은 현 상황이 원망스럽기 한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한 석이라도 건지기 위해 몸부림치는 기존 정당에서는 그 몹쓸 지역주의 망령까지 다시 불러내고 있는 판이다. 이런 판 속에서, 그동안 국회의원과 시장 등 공직선거에 6번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다시 이번 총선에 도전하고 있는 한 무소속 후보의 항변이 귀에 박힌다.

6전7기가 될지, 7전8기가 될지, 그의 도전이 언제 끝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지역 주민과 발전을 위해 일해 보겠다는 그 끊임없는 도전 정신만큼은 정말 가상할 정도다. 그런데 이 무소속 후보의 이유있는 항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전북지역 시민단체와 언론사가 주최한 총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선관위가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해 해당 지역 선거구 토론회에 당당히 참석하게 된 이 무소속 후보는, 각종 공직선거에 출마해 이미 6번이나 낙선했다면 주민들로부터 부분적인 심판을 받은 게 아니냐는 패널의 질문에 곧바로 목소리를 높여 이렇게 반박했다.

‘과연 지난번 선거까지, 정상적인 선거’였냐고,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였지 않냐고, 그러한 지역주의를 안타까워하던 패널이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더 섭섭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 이 무소속 후보를 정치신인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낡은 정치 관행에 물든 개혁 대상의 구 정치인으로 여겨야 할지, 그 또한 옳지 않다면 인물과 능력은 괜찮지만 매번 선거 때마다 운이 없어(?) 줄을 잘못 서는 정치 지망생으로 봐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낡은 정치 행태의 틀을 깨자는 것이, 17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들의 일관된 바람이었었다. 또, 정치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도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도 공감한 사안였다 그런데, 총선의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은 또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물론, 탄핵정국이라는 돌출변수가 생기기는 했지만, 그 역시 총선에 이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총선 선거운동 막바지까지 기존 정치권은 오로지 ‘의석수를 어떤 방법을 쓰면 한석이라도 더 건질까?‘ 에만 온통 몰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를 개혁하고자 한다는 정당에서조차 지역주민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일부 선거구에 낙하산 공천을 했다는 눈총을 받고 있으며, 자격미달 후보를 내놓고 구차한 변명을 하면서 자기당 후보에게 표를 달라고 강요(?)하고 있다.

아마, 이번에도 지역주의에 함몰돼 ‘묻지마’ 투표가 횡행할 것 같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존 정당은 이번 총선을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밀어 붙이면서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언제까지나, 우리 선거에서 이렇게 겉만 다르게 포장한 지역주의가 판을 치고, 언제까지, 우리의 정치권은 선거 때만 양의 탈을 쓰고, 국민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원외정당이지만 이번 총선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총선시민연대의 정책과 총선 공약 평가에서 기존 정당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오는 15일이면 제17대 총선도 막을 내리게 된다. 줄만 잘 서면 손쉽게 금배지를 달게 되는 정치현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될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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