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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9조 투자해서 15조 손해 본 새만금 사업, 대안이 절실하다"

[새만금 평가 토론회] 내부 매립과 담수 아닌 해수유통 방식의 대안 개발 제안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03.21 22:31

“새만금이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정치권이 용기를 내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다. 지금 새만금은 대안이 필요하다.”

심각한 환경 재앙을 부를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에도 일관되게 추진되었던 새만금 간척 사업이 중대 기로에 서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와 정치권, 전북도는 새만금 간척 사업을 ‘제2의 두바이’, ‘동양의 베네치아’, ‘바다 위의 만리장성’ 등 온갖 수사가 동원되며 성공을 장담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상황이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고 10년이 지난 현재, 사실상 재앙에 가까운 실패로 향해가는 새만금 사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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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새만금 개발에 대한 계획이 발표되자 걸린 현수막.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현재, 새만금호의 수질은 모두가 깜짝 놀랄만큼 나빠졌다.

“9조 투자해서 15조 손해 본 새만금 사업”

지난 15일 오후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새만금 물막이 10년 평가와 전환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해수유통과 대안개발의 가능성에 대해 집중 논의가 이뤄졌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비롯해 시민사회가 준비한 토론회에서 이 두 가지 대안에 대해 지금부터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 주자들은 새만금 조기 개발 등 기존의 새만금 공약을 되풀이하고 있다. 수질 개선 실패와 매립의 어려움 등 새만금 간척 사업의 발목을 잡는 과제들에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의 새만금 공약은 전북 도민들에게 또 다시 헛된 희망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새만금 사업 초기부터 반대 활동을 해왔던 오창환 전북대 교수와 전승수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해수유통과 이를 통한 대안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만금 대안 개발의 방향, 환경보전과 전북경제 활성화’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오창환 교수는 “현재까지 진행된 새만금 간척 사업은 9조원을 투자해서 15조원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새만금 간척 사업 이후(1990~2015년) 전북의 어업생산량은 그 전보다 70% 감소했다. 전북녹색연합에 따르면 이 기간 우리나라 전체 어업생산량은 22% 증가했다. 충남과 전남 등 전북 인근의 지역의 어업생산량은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북지역의 어업생산량 감소는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이 전북녹색연합의 주장이다. 그 이유는 간척 사업으로 전북지역 대부분의 갯벌이 사라졌고 그곳에 사는 조개들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새만금 사업 기간 동안 대표적인 조개류인 백합의 생산량은 94%가 감소했다. 이와 더불어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 악화는 어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전북녹색연합은 이 때문에 어업 손실이 약 1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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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있던 새만금과 사라진 새만금 <사진 제공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창환 교수는 담수와 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금의 새만금 간척 사업은 앞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수질은 5~6등급으로 앞으로도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5년 새만금 수질 관련 보고서를 통해 2020년까지 기존의 대책에서 3가지만 추가하면 수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는 새만금 내부 개발을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기존 대책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수질 대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시 개발과 산업 활동이 시작되어 인구가 늘어나는 등의 고려가 되지 않았다. 결국 개발 이 후 발생할 오염 물질이 고려되지 않은 것. 그렇다면 2020년 겨우 수질을 목표치에 맞게 관리할 수 있다는 보고서의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이 오창환 교수의 지적이다.

그리고 오창환 교수는 “뿐만 아니라 매립토 확보가 어려워서 현재 서천과 보령의 석탄재 폐기물까지 들여오는 상태이고, 연약지반 개선을 위한 골재 역시 부족하다”면서 “매립토를 얻기 위해 새만금호 내부 준설을 하는데, 이는 수심을 깊게 하여 수질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부 개발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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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사업 평가 토론회

“해수유통과 조력발전, 새만금 대안 개발로 적절”

오창환 교수가 시민사회의 요구와 같이 해수유통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경제성과 환경, 양쪽을 모두 고려했을 때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해수유통은 막대한 수질 정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고 과거처럼 돌아갈 수 없지만 갯벌을 일부 복원하여 생태 관광 등으로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침체된 수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 경제적으로 가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다는 것.

이와 더불어 오 교수는 조력발전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해수유통과 함께 시화호와 같이 조력발전소를 추진한다면 약 6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오 교수의 주장이다. 오 교수는 다가올 에너지 위기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창환 교수에 이어 발표자로 나선 전승수 전남대 교수는 ‘선진국의 하구역 관리 및 이용 : 새만금의 미래’라는 주제로 하구둑 및 하구호를 생태계 복원의 관점에서 관리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전 교수는 “새만금 사업은 하구를 틀어막는 네덜란드의 1920년대 하구둑 방식을 모델로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네덜란드는 새만금 사업이 시작하기 직전인 1980년대 해수유통을 하구둑에 도입했다. 그런데 당시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던 이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면서 새만금 사업의 위선을 꼬집었다.

전 교수는 “미국의 뉴욕과 영국의 런던, 프랑스와 캐나다 등에는 강 하구에 살기 좋은 도시들이 위치하고 있다”면서 “이 나라들은 하구둑을 막는 등 환경을 훼손한 것들을 복원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이용이 가능한 방식을 고민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독일 홀머질호는 담수와 기수, 해수를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볼사치카 하구습지는 복원이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도 하국둑과 댐들도 해수유통을 통해 수질을 개선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하구를 막는 방식에서 해수유통의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여러 효과들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을 이뤄냈고, 생태관광 등으로 주민 소득을 증대시키고 인구 증가와 지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큰 효과를 얻었다는 것.

전 교수는 “새만금 방조제로 막아놓고 생태 관광을 하겠다는 것은 위선”이라면서 “물이 깨끗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오겠나”고 반문했다.

전 교수는 무엇보다 해수유통이 대안 개발의 핵심이라는 점을 이야기 했다. 전 교수는 “배들이 들어와야 마리나 리조트와 같은 관광지가 가능하다”면서 “물이 더러우면 이와 같은 (대안적 개발도)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승수 교수는 해수유통과 대안 개발을 위해서는 많은 논의들이 지금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전 교수는 “해수유통 방안이 사실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면서 “조력발전도 마찬가지다. 해수유통을 할 때는 어디까지 담수하고 해수를 할 것이며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여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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