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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계화도 '사오정'의 갯벌사랑가

임성희( 1) 2003.05.09 17:04 추천:6

들었다. “야! 새만금에서 부안주민이 삼보일배한대” “왜?”“성직자들 삼보일배 하는거 보고 도저히 그냥 있을수가 없어서 혼자 하겠다고...”“정말! 제 정신이야”

내 발길은 어느새 부안을 향해 있었다. 계화도 간척지를 지나니 컨테이너가 보인다. 삼보일배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 저녁 주민들이 모여 기도를 하는 곳이다. 들어가니 삼보일배에 앞서 기도를 하고 있다.

5월 7일부터 매일 아침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한다. 도요새를 부른다. 노래만 불러도 눈물이 나 끝까지 부르기가 어렵다. 차마 마지막까지 부르지 못하고 노래를 마친다. 삼보일배를 시작한다.

▲ 성직자들의 삼보일배를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어 삼보일배 한다는 고은식 씨와 염정우 씨

새만금간척 사업으로인해 죽어가는 생명과 상쳐받는, 이곳 주민들의 아픔을 위한 기도. 성직자들의 삼보일배를 그냥 보고 있을수 없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포기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여 보고자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새만금 공사가 중단될수 있다면...

계화도에 오랜 두 친구, 염정우씨와 고은식씨. 고은식씨는 삼보일배를 하고 염정우씨는 피켓을 들고 뒤를 따른다. 세걸음 걷고 한번 절하고. 무릅보호대도 장갑도 없다. 무릅이 까지면 까지는 대로, 손이 아프면 아픈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해체되어가는 마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먼저 묻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지나가던 마을주민이 멈춘다.“은식이! 고생해! 미안해!” 12시쯤되니 신새벽과, 신푸른, 그리고 그 아이들의 엄마가 동참한다. 뒤에서 아무말없이 따라가던 새벽이가 준비운동을 한다. 그러더니 이내 삼보일배를 함께 한다.

▲혼자서 다리를 풀고 있는 새벽이

▲매스컴도 주목하지 않는 계화도 삼보일배. 그러나 이들의 마음은 간절하다.

초라하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아니 비웃지 않으면 다행이다. 새만금공사 중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새만금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갯벌의 모든 생명을 살리자.” 이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지치도록 다했다

이제 아무런 영향력도 가지지 못한 부안의 어민 두 친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 고행의 삼보일배다. 두 분의 얼굴에서 나는 분노도 다른 욕심도 볼 수 없었다.

더 이상 갯벌이 죽지 않을수 있다면, 더 이상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지 않을수 있다면, 그저 지금까지 살았던 것처럼 갯벌에서 조개 캐고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면서 살고싶은 소망만 있을뿐... 너무나 당연한 소망을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야 얻을 수 있는 잘못된 세상 노동자도, 농민도, 어민도 모두 너무나 당연한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삼보일배가 잠시 쉬는 시간 새벽이에게 물었다.
“무슨 마음으로 같이할려고 생각했어?”“혼자 시작했지만 저도 하고 또 누구도 하면 나중에는 성직자들 삼보일배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 않겠어요”

내가 먼저 느낀대로 실천하고 그 실천을 보고 다른 누가 동참하고 그렇게 새상은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되겠지. 새만금 공사를 강행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하여 무감각한 의식과 양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간절한 호소의 뜻을 담고 부안의 삼보일배는 5월 2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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