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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삼보일배 38일째 소식

편집팀( 1) 2003.05.03 11:10

2003년 5월 4일(일), 삼보일배 38일째
옅은 구름이 끼면서 후텁지근한 날씨

오늘부터 네 성직자들은 묵언기도를 시작하셨습니다.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가 조금씩 알려지고 확산되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순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제부터는 거의 대부분 도시구간을 지나게 되면서 소음과 번잡함이 더합니다. 이처럼 기도수행이 흐트러질 우려가 있어, 전체 구간의 삼분의 일이 남아있는 지금, 생명·평화에 대한 기도수행의 강도를 한층 높이고 그 뜻을 마음으로 전하기 위해 묵언기도를 시작하신 것입니다.

▲뙤약볕 아래 삼보일배 고행을 하시며 성환읍을 향해 가고계신 네 성직자

네 성직자들은 하루 종일 입을 굳게 다무신채 삼보일배를 수행하시며, 꼭 필요한 내용이 있으시면 간단한 필담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셨습니다. 진행팀도 이러한 성직자들의 뜻을 고려하여 최대한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150여명에 달하는 많은 분들이 오늘 방문하시거나 순례에 참여하셨는데 모두 이러한 취지에 잘 따라주셔서 어수선하지 않고 보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목사님은 주일을 지키기 위해 오전에는 순례에 참여하지 않으시고 다른 곳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오후에는 도보로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목사님은 주일을 지키기 위해 오전에는 순례에 참여하지 않으시고 다른 곳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오후에는 도보로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신부님, 스님과 두 교무님만 삼보일배를 진행하셨는데, 옅은 구름이 끼어 약간 흐린 날씨에 기온이 높이 올라가자 습도가 높은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땀을 무척 많이 흘리셨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인데 아스팔트 도로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가 더해져 걸어다니는 저도 땀을 많이 흘려 옷이 젖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고난의 행진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휴일을 맞아 함께 해주셔서 네 분은 덜 외로우셨습니다. 어제 저녁 천안역 광장에서 있었던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의 날' 행사에 참여했던 서울대학교 환경동아리 '씨알' 학생들과 수경스님께서 단장으로 참여하셨던 지리산과 낙동강 도보순례 참가자들, 강동송파환경연합 회원 두 분, 서울에 있는 새만금 삼보일배 상황실장인 환경연합 황호섭 국장과 실무자들 등이 아침부터 순례에 참여했습니다.

멀리 울산에서 지난 밤 12시 30분에 출발하여 오늘 새벽 6시 30분에 도착한 이숙님 가족 네 분도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이숙님은 울산환경연합 여성회와 천주고 여성생태모임 '레헴'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멀지만 너무 오고싶었다. 마침 휴일이 겹쳐 가족과 함께 왔는데 특별히 도와드리는 것도 아니지만 참여만이라도 꼭 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시켜 주고싶다"고 말씀하시며 쉬는 시간에는 아홉·다섯살 난 두 아이와 함께 성직자들의 팔과 다리를 열심히 주물러드렸습니다. "새만금 하루소식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힘들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매일 소식을 알게되어 참 좋다.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울산에서도 힘닿는대로 돕겠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라"는 고마운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경기도 이천에서도 장동범님 가족 네 분이 오셨는데, 장동범님은 "환경문제와 새만금에 관심이 많으며 지난해에는 새만금 해창갯벌에도 가보았다. 수경스님 무릎은 괜찮으시냐?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아이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많이 데리고 다닌다. 삼년째 해마다 소백산으로 데리고 다니며 꽃이 만발한 모습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직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다니다보면 조금씩 알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길가에 잔뜩 피어있는 민들레 씨앗을 '호∼' 불어 날리며 즐거워하는 열살 난 딸 한빛이는 "조금 덥지만 걸어다니는게 재미있어요. 할아버지 댁에 가는 길에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왔어요. 조개랑 게랑 못살게 되니까요.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는 쓰레기도 안버리고, 합성세제도 많이 쓰지 말고, 물건도 아껴쓰고, 책도 찢어버리지 않아야 해요"라고 의젓하게 이야기합니다.

▲아이에게는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민들레 씨앗이 좋은 장난감입니다.

내일이 마침 어린이날인데 이처럼 맑고 착하게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미리 만나게 돼서 참 흐뭇합니다. 어른들보다도 더 어른스럽고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 아이들이 보다 나은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도록 새만금갯벌과 이 땅을 잘 지켜야겠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다닌다는 김영준님은 "삼보일배 분위기가 어떤가 보러왔다. 환경문제는 실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실천이 맞닿아야 한다. 어떻게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고, 실천하게 만드는지 경험하기 위해 왔다. 또한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는 실천을 통해 나 자신도 좀 더 맑아졌으면 한다. 성직자들을 보며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이기주의가 팽배한 삶을 살아가는데, 성직자들께서는 맑은 눈으로 이렇게 사는 것이 올바로 사는 것이라고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이다"고 관련 공부를 하고있는 학생다운 느낌을 말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다 휴학중이라는 한은희님은 쉬는 시간마다 성직자들의 고단한 몸도 주물러 드리고, 부채질도 해주셨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자연을 보호하고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삼보일배 현장에 와서 자신의 철학을 행동으로 나타내고 몸소 실천하시는 분들을 뵙고 감명받았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고 싶었다. 새만금 문제에 대해서도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오늘 이 느낌을 많은 친구와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겠다. 직접 보거나 느끼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경희대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는 김나희님은 순례에 참여한 내용을 오마이뉴스에 실을 예정인데, "전북을 지나고 있을 때 한번 온 이후, 이번이 두 번째로 참여하는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좀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너무 더워졌으며, 봄이 되어 꽃이 피면 길을 가기 좋지않을까 했더니 아스팔트 길만 나온다. 전북지역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곳까지 오신 것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참여한 느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서울에서는 핵폐기장 건설에 반대하기 위해 원불교 김성근 교무님께서 같은 날에 단식을 시작하셨다가 며칠 전에 쓰러지셨는데, 새만금과 핵폐기장 두 가지 문제에 마음이 많이 쓰였다. 핵폐기장의 경우 새만금 삼보일배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훨씬 적어 마음이 아팠다. 핵폐기장 문제나 삼보일배나 다 여러 종교의 종교인들이 함께 참여하시는데 이것이 진짜 종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종교 때문에 싸움도 하는데 종교 사이의 화해와 일치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은 기적이라 할 수 있다"며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반면, 네티즌의 참여와 역할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라며,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새만금이나 핵폐기장 관련한 답글에 악의적인 내용이 많다. 많은 네티즌들이 자기 편한 것에 대해서만 진보적이다.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개혁적이라는 세력도 인간사회를 벗어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바라볼 때에는 '그들의 진보는 자연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소설 '백경'에 나오는 주이공 선장은 흰 고래 모비딕을 찾아 복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쳐있는데, 소설 속에서 그는 '나의 목적만 광적이며, 나의 수단은 광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정부도 새만금 간척사업의 목적에 대해서만 미쳐있고, 그 수단은 매우 정교하고 과학적이다. 완전히 미친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무서운 일들을 목적만 미친 사람들은 광적으로 할 수 있다"며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멀리 지리산에서 오신 지리산생명연대의 김경일 사무처장님은 "스님이나 다른 성직자들이 흘리신 땀과 눈물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야할텐데, 그것이 제일 걱정이다. 우리 노무현 대통령의 가슴에는 꽃이 언제 피려나? 지리산이나 새만금이나 똑같은 문제이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무수한 생명이 사라지게 되는 것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뭇 생명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성직자들이 저렇게 하시는 것이다. 스님의 무릎이 큰 걱정이다"며 지리산에서도 새만금갯벌 살리기를 위해 적극 활동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밖에도 전 조계종 종회 부의장이셨던 명진 스님과 작은형제회 석일웅 수사님, 실상사 농장과 귀농학교에서 이주승·김규동님을 비롯한 일곱 분, 녹색연합 윤기돈·정명희 간사님, 부안성당 수녀님과 교우 이십여분, 원불교 종로교당 신도 여러분, 손은하 목사님, 이덕우 변호사님, 풀꽃세상의 얼떨풀 회원 등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길에서도 많은 분들이 손을 흔들어주거나 힘내라고 외쳐주셨는데, 직산읍 수헐리를 지날 때에는 길가의 고층 아파트 10층 베란다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해주시는 분이 계셔 참가자들이 다 감동했습니다.

▲천안시 직산읍 수헐리를 지날 때에는 길가의 고층 아파트 10층 베란다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해주시는 분이 계셔 순례단이 모두 감동했습니다.

아침은 원불교 천안교당, 점심은 민주노총 천안지부, 저녁은 천안 충무병원에서 각각 마련해주셨습니다. 성환읍에 사시는 '정식이 아버지와 고모'님은 지나가시다가 생수 다섯병과 후원금을 주시고 가셨습니다. 이외에도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내일은 5월 5일 어린이날입니다. 요즘 며칠째 날씨가 무척 더운 상황에서 조금 무리하게 일정을 진행하여 피로가 쌓였고, 연휴 마지막날이라 차가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 많이 복잡할 것을 염려하여 내일은 하루 쉬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5월 8일(목) 오후 5시 10분에는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부처님 오신 날' 특집프로그램에도 삼보일배 순례단 이야기가 방송될 예정입니다. 많은 청취 바랍니다.

※순례가 한 달을 넘기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늘었는데,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시려면 자신이 마실 물 정도는 준비해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 천안시 외곽 - 성환읍 (5.5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12km)
※앞으로 갈 길 : 천안시 성환읍 - 경기도 평택시(5월 7일) - 송탄(5월 9일) - 진위면(5월 10일) - 오산시(5월 11일) - 수원시(5월 15일) - 의왕시(5월 19일) - 안양시(20일) - 과천시(5월 22일) - 서울 사당동(5월 23일) - 여의도(5월 25일) - 광화문(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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