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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삼보일배 39일째 소식

편집팀( 1) 2003.05.04 01:09

2003년 5월 5일(일), 삼보일배 39일째 - 어린이날
하루 종일 맑은 날

오월 오일 어린이날입니다. 앞으로 자라날 어린이들이 맑고 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한번 더 신경써야할 날이 오늘이기도 합니다. 순례단 가운데 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는 기수이신 신권 선생님 한 분뿐인데, 두 달 동안이나 집을 떠나 계시니 마음이 편치 않으십니다. 대신, 부안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 달만 기다리면 아빠가 선물 많이 사가지고 갈께.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씀하십니다.

▲재롱잔치를 보며 즐거운 청중들

신선생님의 일곱 살 난 딸 해는 어제 유치원에서 어린이날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우리 아빠 빨리 돌아오게 해주세요"라는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비가 오면 아빠가 쉴 수 있다는 이야기에 "아빠, 비오기를 기도할께요. 그런데 내일은 안돼요. 내일은 유치원에서 소풍 가야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착하고 예쁜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날을 보내지 못해 미안하지만, 선생님은 나중에 아빠가 이토록 훌륭하고 장한 일에 함께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십니다.

이 어린이날에 순례단은 하루를 쉬었습니다. 요즘 며칠째 날씨가 무척 더운 상황에서 조금 무리하게 일정을 진행하여 피로가 쌓였고, 연휴 마지막날이라 서울로 올라가는 차량이 많아 길이 복잡할 것을 염려하였기 때문입니다.

밀린 잠도 자고, 목욕과 빨래도 하고, PC방에 가서 전자우편도 확인하고, 바둑도 두고, 당구와 탁구를 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시내에 나가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사먹을 계획이었지만, 성직자들을 돌보고 계속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멀리 갈 계획은 포기했을뿐만 아니라 순례단의 착한 자매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쉬지 못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바로 수경 스님이신데, 아침 밥을 먹고나서는 손수 화장실 청소를 하시는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2년전 지리산 도보순례를 하실 때에도 매일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시고, 쓰레기도 보이는 대로 주우셨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어 알고있었는데, 맨손으로 변기에 손을 넣고 싹싹 닦으시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니 충격이었습니다.

매일매일의 삼보일배 고행에 무척이나 고단하실텐데 오늘 같은 날에 쉬시지도 않고 아침부터 냄새나고 지저분한 화장실을 몸소 말끔히 닦으시는 모습에 이분이야말로 혼탁한 시대를 정화시켜주실 수 있는 진정한 성자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싹싹 닦아 말끔해진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추어보고는 몸뚱이 하나 편하려고 어려운 일, 힘든 일은 마다하려던 제가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침 밥을 먹고나서 손수 화장실 청소를 하시는 수경 스님.

이런 스님과 성직자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힘이 되어드리려는 사람들의 행렬은 쉬는 날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환경단체 '생명회의'의 전재경·제종길·박병상 세 박사님과 가족 등 십여분이 오셨는데, 점심을 먹고나서 '삼보일배 수행하시는 성직자들과 어린이를 위한 어른들의 재롱잔치'를 준비하여 노래와 음악을 들려주셨습니다. 덕분에 순례단은 피곤한 것도 잊고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삼보일배 하시는 사진만 보아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는 생명회의 진위향 유사님은 마음이라도 보태기 위해 어린이날에 미래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생명회의에서 운영하는 미래학교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기 위해 모든 부모가 자원교사가 되어 연극도 하고, 생태공부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우리의 모든 아이들이 이처럼 생명과 더불어 사는 공부를 하면서 자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늦은 오후에는 대전 가톨릭신학교에서 박영봉 교수신부님과 사회교리연구회 학생 등 열세명이 순례단을 찾아왔습니다. 2학기에 '생명'을 주제로 학술제를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새만금 관련한 자료도 많이 보았다는 이들은 오늘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려했다가 순례단이 쉰다는 이야기에 차를 돌려 새만금갯벌과 간척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왔다고 합니다. 진행팀의 장지영 부장으로부터 새만금 간척사업의 문제점에 관해 듣고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녁 식사를 드시면서 필담을 나누시는 네 성직자. 어제부터 묵언기도를 시작하신 후 네 성직자께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계십니다.

함께 오신 권지훈 도제님은 "멋모르고 따라왔는데, 그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었다. 상당히 좋은 경험을 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은 아주 작지만, 하나둘 모이면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신 이분들과 함께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며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을 위해 도와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분들 외에도 익산 원의원에서 이정선·안훈·오형근 교무님과 교화연구소 장경도 교무님, 서울 영등포교당에서 고주심 교무님, 전농교당의 이운숙 교무님, 경기도 일산에서 김성효·이홍운 교도님 등 여러 원불교 관계자들께서 방문하시고 힘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아침은 원불교 천안 원성교당, 점심은 불교 태안 부석사, 저녁은 천주교 서울 공덕동성당에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오늘도 성환성당에서 쉴 자리를 제공해주셔서 편히 쉴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 : 마용운)


※5월 8일(목) 오후 5시 10분에는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부처님 오신 날' 특집프로그램에도 삼보일배 순례단 이야기가 방송될 예정입니다. 많은 청취 바랍니다.

※순례가 한 달을 넘기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늘었는데,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시려면 자신이 마실 물 정도는 준비해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 천안시 성환읍 성환성당에서 휴식 (0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12km)
※앞으로 갈 길 : 천안시 성환읍 - 경기도 평택시(5월 7일) - 송탄(5월 9일) - 진위면(5월 10일) - 오산시(5월 11일) - 수원시(5월 15일) - 의왕시(5월 19일) - 안양시(20일) - 과천시(5월 22일) - 서울 사당동(5월 23일) - 여의도(5월 25일) - 광화문(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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