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정보혁명으로 등장한 비트(bit)가 공간혁명의 상징인 물리적 도시를 죽였다." - 윌리엄 미첼

"디지털 세계의 조화로운 효과는 과거에는 서로 구분되었던 학과와 사업이 서로 경쟁이 아니라 협동하는 사실에서 이미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나의 낙관주의는 무엇보다도 디지털화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분권화의 특성에 기인한다." -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쿼터스 컴퓨팅은 물리공간에다 컴퓨터를 집어넣는 것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은 소형 마이크로프로세서 컴퓨팅 장치를 물컵, 약병, 나무, 책상, 주택, 터널, 도시 등 모든 일상생활 환경에 내장하여(embedded computing) 환경이나 사물 그 자체가 지능화되는 기술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마크 와이저에 의해 처음 제시된 유비쿼터스 컴퓨팅 개념은 라틴어 '신은 어디에나 널리 존재한다'라는 종교용어에서 처음 파생되어 지금은 언론이나 사람들에게 흔히 '편재(遍在)된 계산능력', 혹은 더 쉬운 말로 '어디에나 컴퓨터 능력이 있다'는 의미로 '어디에나 컴퓨터(everywhere computer)'라는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 컴퓨터는 메인프레임과 개인용 컴퓨터의 도구적 기능에서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전혀 다른 의미, 즉 네트워크와 공간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의미'가 추가되었다. 온라인이라는 버추얼 공간개념이 등장했고 현실의 실재를 온라인이라는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에 옮기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유비쿼터스는 반대로 모든 실재에 컴퓨팅 공간 개념을 심는 전혀 새로운 발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 단적인 표현이 바로 '정보혁명은 물리공간을 컴퓨터 속에다 집어넣은 혁명이지만 유비쿼터스 혁명은 물리공간에다 컴퓨터를 집어넣는 혁명'이라는 명제이다.

즉 인터넷의 등장으로 아날로그의 현실을 컴퓨터의 공간에 디지털로 재현했던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의 가상현실을, 이제는 컴퓨터를 직접 우리 삶으로 '집어넣어' 물리적 자연적 세계가 디지털화되어 가는 공간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사이버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시도하면서 물리공간을 더욱 폭넓게 디지털(전자)화하여 전자공간의 영토를 빠르게 확산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컴퓨터에 현실을 모방하여 사이버스페이스에 말 그대로 '가상현실'을 재현하는 시대가 아니라 컴퓨터가 우리의 현실로 직접 들어와 삶의 한 기능으로 작동하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가상현실'이 자연의 물리공간에 대한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이제는 '진짜현실'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터스 컴퓨팅은 오픈 아키텍쳐로 나아가야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유비쿼터스 기술의 혁명'에 담긴 대립적인 사고이다. 이 분야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연구자인 사카무라 겐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언급하면서 서구, 혹은 미국이 지금까지 주도하고 있는 정보기술에 대한 은유 섞인 비판을 가했다. 그들의 정보기술이 추구하는 '네트워크를 통한 단일통합시스템'이 아니라 '내장된 컴퓨터끼리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상호간에 협조 타협을 해 나가는, 전체적으로 통합된 단일 시스템이라기보다는 개개 시스템의 집합체가 서로 협력한다'는 분산협력시스템을 제시하면서 그들의 방향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그가 제기하고 있는 것은 '단일, 통합, 통제'라는 현재 미국의 'security by security(비밀로 비밀을 지킨다)'의 닫힌 사고에 대해 '분산-협력-타협'이라는 원칙을 제시하며 오픈 아키텍쳐(Open Architecture)의 열린 사고를 이야기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기술과 그로 인해 변화될 물리적 현실과 구조 그리고 그 의미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여기에서 우리는 물음을 좀 더 근원으로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 즉 컴퓨터가 지니고 있고 감추고 있는 의미로 말이다. 실제 컴퓨터는 단순히 기술의 '도구'라는 이미지에 의해 그것의 맨 얼굴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근원에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명한 현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은폐된 컴퓨터의 얼굴은 분명 '정보화 시대'와 '지식강국의 21세기'를 이야기하는 곳에서는 폭로될 여지가 별로 없다. 즉 아이러니하게 이미 'IT(Information Technology)'는 단순히 기술의 도구가 아니라 사회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러한 막강한 인식의 틀에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바탕에 깔려있는 '장밋빛 미래'는 결국 '컴퓨터 이데올로기(Computer Ideology)'가 제공하는 '이데아'를 IT나 유비쿼터스 컴퓨팅, 디지털 혁명이라는 다양한 '이데올로기 버전'이 그들의 미래를 지금 만들어 가고 있다.


미국의 '컴퓨터 이데올로기'는 '국가안보'를 위한 '통제'와 '감시'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문제삼아야 할 것은 이 '컴퓨터 이데올로기'를 대하는 미국과 자본의 태도이다. 컴퓨터가 상징하고 있는 인간의 심리나 정신분석의 의미를 우선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분명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제국의 의도'이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안보를 위해 조국안보부를 창설했다. 실제 이들은 각 부처 산하에 있는 컴퓨터 보안단체들을 통합했고 또한 부시 대통령 자문위원들은 민간 보안기술업계가 정부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미 백악관이 사이버공격에 대한 탐지 및 방어를 위해 인터넷 감시센터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이에 대해 업계 컨소시엄이 아닌 정부가 이 같은 강력한 감시센터를 운영할 경우 심각한 인권침해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얼마 전 부시행정부는 정보시스템과 인터넷을 방어하기 위한 일환으로 '안전한 사이버공간을 위한 국가 전략(NSSC)'이라고 이름이 붙은 보안정책을 만들었다. 지금 미국이라는 제국의 사고에는 '통제'와 '감시'라는 의식이 '국가안보'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주된 이데올로기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과정과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은 미국이라는 제국이 앞으로 다룰 정보기술에 대한 사고와 이데올로기이다. '인터넷 감시센터'같은 경우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전자우편을 도청, 감시하고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현실이며 다양한 정보기술을 통해 프라이버시보다는 국가안보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말 그대로 모든 곳에서 'security by security(비밀로 비밀을 지킨다)'의 닫힌 사고가 지배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이런 '클로즈 아키텍쳐(Closed Architecture)'의 이데올로기에서 지금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정보혁명이 미국을 중심으로 다시금 재편되어가고 있다는 현실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우리나라 또한 이와 별반 다름없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정보통신부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개념에 기반을 둔 `임베디드 SW산업 육성 계획`을 마련, `임베디드 에브리웨어(Embedded Everywhere)`를 목표로 우리나라를 오는 2007년까지 임베디드SW 세계 2대 강국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러한 엄청난 기술의 구조를 만들어가면서 어떠한 철학이나 사고도 전제에 담겨져 있지 않고 오직 기술과 경제의 측면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지금 우리 정보기술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있다)


'컴퓨트(Compute)' 되지 않는 미래, 여전히 문제는 '아날로그'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물리공간에다 컴퓨터를 집어넣는 혁명'이다. 이것은 아마 오래지 않아 우리에게 놀랄만한 이슈가 되어 등장할 것이다. 즉 이제는 기술이 '도구'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기능하며 우리의 현실이 되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패배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은 결국 컴퓨터가 디지털화하는 텃밭은 결국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며 여전히 그 무게 중심과 대안 또한 아날로그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세계나 특히 미국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구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미래를 '컴퓨트(compute)'하고자 할 것이다. 컴퓨터는 미래를 알고자 하는 인간 욕망의 소산이지만 결코 '컴퓨트(compute)'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픈 아키텍쳐에 기반을 둔 GNU/리눅스의 '열린 사고'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컴퓨터 이데올로기'에 대한 잠재적 대안이 이 물리적 공간에, 아날로그에 있다는 낙관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여전히 문제는 '아날로그'인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