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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섯개의 시선'을 보는 시선(2)

강문식( 1) 2003.04.29 20:32

[편집자 주] 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을 보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영화 프로젝트 '6인의 시선'. 한편에서는 자칫 지루하고 딱딱한 인권이라는 소재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며 칭찬하고, 한편에서는 영화의 기획과 제작과정, 그리고 여섯편의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부실함(!)에 대한 비판한다. 여기 '6개의 시선'을 본 두 기자의 영화평을 싣는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기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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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인 '인권영화-6개의 시선'을 보게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을 지원한 한국 최초의(!) 인권영화", "6명의 감독이 참여해 인권에 대한 각자의 다양하고도 풍성한 시각을 담아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거창한 홍보를 왜 그렇게 믿었을까?

'6개의 시선'에 대한 기대는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6개 시선 중 1시선, 1시선이 끝날 때마다 터지는 관객 박수 소리 속에서 품었던 기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이렇게 인권을 기만하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만 강해져갔다.

영화는 △대륙횡단 △그 남자의 사정 △얼굴값 △그녀의 무게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신비한 영어나라 등으로 장애인, 외모, 이주 노동자 등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인권영화-6개의 시선'은 인권이라는 단어에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각 영화들은 개별적인 사건들을 나열하지만 잘못된 것은 '개개인의 편견'이라고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잘못된 현실을 이야기해도 누구의 가슴에도 꽂히지 않고 그저 '맞아. 현실이 저래.' 이상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전달하지 못한다. 누구나 잘못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안전한 부분만 살살 건든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인권 문제 원인을 '개개인들이 가지는 편견'이라고만 말한다. 사회적으로 인권이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인권은 결코 '개개인의 편견'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는 게 인권이 가지는 기본적인 함의이다. 그리고 이런 의미의 발전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 '인권'영화는 이런 의미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모든 문제들을 개별적인 사건에만 머무르게 하며, 사회적 원인을 전혀 지적하지 않는다.

영화 안의 사람은 대상화되어 있고, 특히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대상을 희화화시키기까지 한다. 한 네팔 이주노동자가 사람들의 오해로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있게 된 일을 다룬 이 영화는 '재수 없는 한 외국인의 이야기' 일뿐이다.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가 외국인을 잘 몰라본다는 것에서 기인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영화가 끝난 후 "인권이라는 말을 빼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려고 했고, 따지고 보면 우리가 잠을 자고 꿈을 꾸는 것도 인권의 문제다"라는 어떤 감독의 말은 '인권을 저리도 기만해 놓고 저런 말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비겁했다.

이들의 영화는 문제의 지점이 지극히 안전한 범위에 있다는 점, 그리고 그마저도 근본적인 부분에 이르지 못하는 점 등을 바라 볼 때 이들의 영화는 단지 조금 특별해 보이기 위해 '인권'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인 '쟁쟁한 감독들의 짧은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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