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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삼보일배 35일째 소식

편집팀( 1) 2003.04.30 11:24

2003년 5월 1일(목), 삼보일배 35일째

맑고 더운 날씨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던 삼월에 순례를 시작했는데, 벌써 산과 들이 초록으로 고운 오월입니다. 그 오월의 첫날, 노동절에도 순례단은 쉬지않고 길을 나서, 드디어 오후에는 아산시를 벗어나 천안시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렇게 점점 서울이 가까워지면 도시 구간이 많아집니다. 차량도 많아져 정체가 심할 것이 걱정이고, 그 많은 차들이 내뿜는 열기와 매연도 큰 걱정입니다.

천안으로 다가가는 오늘 아침에는 특히 정체가 심했습니다. 순례단이 편도 2차선 도로 가운데 바깥 차선을 차지하고 가면 그 뒤로는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천천히 움직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자동차들도 우리처럼 순례길에 나선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 순례단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현대문명이 추구하는 물질주의와 속도 지상주의에 반대하는 거북이를 닮았다면, 우리 뒤의 자동차 순례단은 출근시간·약속시간에 맞춰 가야하는 길이 막혀 빨리 가지 못하니 짜증나고 화내는 토끼를 닮았습니다.

▲아스팔트 바닥에 이마가 닿도록 절 하시는 신부님과 스님

그런 순례단을 향해 차를 세우고 거칠게 항의하고 삿대질하는 운전자가 있는가하면, 차창을 열고 "힘내세요" 응원하거나 손을 흔들어주시는 운전자도 많습니다. 충남 7 X 2060 트럭 운전자께서는 길을 가시다가 "애 많이 쓰시는데, 물이라도 사드시라"며 돈 몇만원을 쥐어주셨습니다. 경기 38 X 7864 승용차를 타고오신 '지나가는 여인들'이라고 밝히신 분들은 "며칠 전 TV 뉴스를 보았는데 감동되었다. 고생 많으시다"며 물과 음료수 세 상자, 초콜렛 한 상자를 주고 가셨습니다.

열살 난 딸 세린이와 함께 순례에 참여하신 아산 갈매교회 김대경 목사님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에서 절을 하시는데, 그 순간순간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새만금 문제는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단되어야 하며 갯벌은 어떠한 형태로든 보전되어야 한다. 갯벌은 여러 생명의 서식지이며, 오염물질을 걸러준다. 자연은 자연 스스로 살아가도록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순례에 참여하신 느낌을 말씀하셨습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김지현 부위원장님도 삼보일배 순례에 대해 "마음이 너무 애절하고, 너무 힘드시게 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저렇게 고행을 하시는데 신부님과 다른 성직자들이 원하시는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인도인으로서 호서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계시는 프라싸드 목사님은 "삼보일배는 매우 훌륭하고 대단한 일이다. 이렇게 포스터도 붙이고, 전단지도 사람들에게 전해주면 보다 우호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희운 목사님과 새만금갯벌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산을 파괴하여 방조제를 건설하는 모습을 보았다. 간척사업은 생명에 반하는 사업인데, 이러한 자연자원을 파괴하면 사람들에게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다"고 순례에 참여하신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아산을 벗어나 천안을 향해 가고 계신 교무님과 목사님

천성산 지킴이로서 최근 고속전철 관통터널 건설 때문에 장기간에 걸친 단식도 하셨던 내원사 지율 스님도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단식을 했지만 몸은 건강하다. 천성산 문제에 대해서는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보일배 고행을 하시는 성직자들을 보면서 '힘드시겠다'는 생각만 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순례에 동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이렇게라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느끼고,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스님은 쉬는 시간마다 성직자들의 팔다리를 주물러드리며 고통을 함께 나누셨습니다.

한국해양연구소 제종길 박사님도 순례에 참여하셨는데, 성직자들의 고행에 붉어진 눈시울을 감출 수 없으셨던 박사님은 "우리 과학자들이 제대로, 양심적으로 일했었더라면 네 분이 저렇게 힘든 일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네 분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며, 처음부터 동참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새만금 문제만큼은 모든 방법론과 이념을 초월하여 관련 전문가와 단체가 힘을 합치고 뭉쳐야 한다. 서울까지 삼보일배로 가시면서 새만금갯벌의 무수한 생명을 살리시겠다는 메시지도 전해주시고 있지만, 조그만 의견 차이로 단결하지 못하던 우리에게도 어떤 메시지를 주시는 것 같다. 진작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치고 함께 움직였더라면 이런 고생은 않으셔도 되었을텐데"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말씀하셨습니다.

한국법제연구원 전재경 박사님은 "네 분의 종교가 다른데 함께 삼보일배 하시는 것을 보며 '대지가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파를 넘어 불교 수행의 형식을 빌어온 이러한 행동은 새만금이라는 극적인 계기가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변에서 이야기 듣고 뉴스를 통해 보던 것 말고 이곳에 와보면 우리가 얼마나 자연과 대지에 대해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느낄 수 있다. 저분들은 기도를 하고, 뒤를 따르는 우리들은 통곡을 하며 간다. 그러나 그것은 절망의 통곡이 아니고 희망을 잉태한 통곡이다. 이렇게 천리를 간다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는가? 그러나 이 작은 움직임이 전국을 움직일 지렛대가 될 것이다. 아까 차에서 내려 삿대질하고 욕하던 사람에게 진행팀이 아주 겸손하게 무저항으로 수용하며 넘기는 것은 참 보기 좋았다. 비폭력과 무저항을 정부와 사업자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비협조적인 시민에게도 보여준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안에 관해 싸울 때에는 과격해지기 쉬운데, 삼보일배는 이런 것을 넘어 자신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말이나 시간이 나실 때마다 순례에 참여하시는 풀꽃세상 대표 박병상 박사님은 "새만금 갯벌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볼 수 없는 갯벌이며 꼭 보전해야 한다. 우선 방조제 공사를 중단시키고, 갯벌이 건강해지도록 방조제 중간중간을 뚫어 바닷물의 흐름을 도와준다면 지역주민과 후손들은 갯벌 그 자체를 즐기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갯벌은 단순한 뻘만이 아니라 그 뻘 속에 수많은 생명의 씨앗이 있기 때문에 갯벌은 자궁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바다의 콩팥이며 허파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매립했던 곳을 다시 바다로 되돌려주는 활동이 활발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이 외에도 천안 원성동성당 우희수 신부님과 수녀님·교우 십여분, 대구 사회복지회 신부님과 수녀님, 천주교모임 장영예님께서 오셨습니다.

아침과 점심은 멀리 태안 태을암에서, 저녁은 천안아산한살림생협에서 마련해주셨고 과일도 후원해주셨습니다. 대구 사회복지회에서는 음료수를, 천안 쌍용동성당에서는 맛있는 호도과자를, 장영예님은 간식거리를 후원해주셨습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 : 마용운)


※순례가 한 달을 넘기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늘었는데,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시려면 자신이 마실 물 정도는 준비해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 아산시 배방면 소재지 - 천안시 신방동 (5.5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195.2km)
※앞으로 갈 길 : 천안시 신방동 - 천안 시내(5월 2일) - 성환읍(5월 4일) - 경기도 평택시(5월 7일) - 오산시(5월 1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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