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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삼보일배 36일째 소식

편집팀( 1) 2003.05.01 10:19 추천:1

2003년 5월 2일(금), 삼보일배 36일째
맑고 더운 날씨

봄이 무르익는 가운데, 서울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는 순례단은 오늘 드디어 새만금 해창갯벌을 떠난 지 200km를 지나 천안 시내 한복판까지 왔습니다. 300여km의 먼 길을 출발했을 때에는 과연 서울에 도착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극한의 육체적 고통을 참으며 힘겨운 수행을 해오신 네 성직자 모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이제부터 날씨가 더워지고 도시구간을 간다는 것이 부담이긴 하지만 서울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이렇게 시속 1km의 속력으로 북상하고 있는 순례단은 부안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가의 거의 모든 열린 화장실을 다 이용해봅니다. 노숙하며 길을 가는 순례단에게는 언제 또 화장실을 만나 용무를 볼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열린 화장실만 보면 습관적으로 이용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런 면에서 주유소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입니다. 적당한 간격으로 길가에 있으며 화장실을 열어놓으니 말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천막 주변에 있던 LG주유소에서 세수하고 발 닦았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서 부랴부랴 밥 먹고, 밀린 일을 하다보니 세수도 못하고 이도 못닦고 순례길에 나섰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만난 화장실이 바로 천안시 쌍용동에 있는 SK 대양주유소입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지 않듯 저도 주유소를 그냥 지나지 않고, 큰 일·작은 일 다 보고, 이 닦고, 세수하려는데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들어오려다 웬 시커먼 사내가 화장실 안에 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랍니다. 그러나 이내 삼보일배 순례단임을 알아보고는 "힘들지 않냐? 앞에서 절하시는 분들은 무릎 아프지 않으시냐? 고생 많이 하신다"고 말하고는 사라졌습니다.

볼일을 마저 보고 나오는데 아까 그 청년이 조금만 기다리라며, 주유소 안의 편의점으로 얼른 들어가서 음료수 깡통 두 개를 들고나와 "수고하시라"며 멋적은 듯이 건네줍니다.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고운 이 젊은이 덕분에 저는 하루를 아주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삼보일배 수행을 하시는 네 분에게는 여전히 힘든 날이었습니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천안 시내 한복판을 지나려니 차량도 많아 매연과 먼지, 소음도 심합니다. 이제까지는 건강에 별 문제 없으시던 신부님도 그저께부터는 땀을 유난히 많이 흘리시더니 오늘은 동작마저 둔해지신듯한 느낌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진행팀도 걱정이 많습니다.

▲세 걸음마다 절을 하시느라 김경일 교무님의 왼쪽 신이 특히 많이 닳았습니다. 닳은 부분에만 가죽을 덧대어 신었지만 그마저 이제는 다 떨어져갑니다. 새 신을 사드리겠다고 말씀드려도 아직은 신을만 하다며 계속 신으시는 모습을 보며 검소한 삶을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고배웁니다.

그러나, 오늘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순례단에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기독교환경연대 대표이신 김영락 목사님과 집행위원이신 채희동 목사님, 유미호 실장님, 아산인권선교위원회 김대경 목사님 등 서울과 인근 지역의 목사님과 기독교 단체 관계자들께서 많이 오셨습니다. 김영락 목사님은 "다른 환경문제도 마찬가지이지만, 새만금은 신앙 차원의 문제이다. 신앙인들이 국민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바꾸어야 한다는 참여의 마음으로 수행하시는 네 분의 모습에 감동받았다. 국민들도 이 문제를 정신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고 스스로의 삶과 문명을 바꾸려는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4개 종단의 성직자가 함께 삼보일배를 하며 종교간의 벽을 허물고 하나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생명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총무이신 전종훈 신부님도 오셨는데, "올 때마다 경이로울 뿐이다. 서울에 들어오면 사제단 자체에서 결합하여 각 교구의 신부들이 다 삼보일배 수행에 참여할 것이다. 순례단이 서울에 들어오면 시민사회와 종교단체가 함께 총력을 집중하여 태풍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약속하셨습니다.

익산 작은자매의집 주임신부이자 문규현 신부님의 친형이신 문정현 신부님은 오늘 200km를 돌파한다는 말에 "처음에는 3월 28일이 오는게 무서웠고 겁이 났어. (삼보일배 수행하시는) 이 사람들한테 한 말이 '삼보일배는 안된다. 못한다'였어. 그 무서움의 표현이 '차라리 다비식을 해라. 장작은 내가 쌓아 놓고, 불을 붙여주마'였어. 삼보일배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니까. 지금까지는 서울에 갈 수 있을까, 충청도 건너갈 수 있을까, 충청도 벗어날 수 있을까였는데 이제는 '어! 서울을 가네. 그러나, 서울까지 가도 아무 움직임이 없을텐데 어떡하지?' 그 걱정이 들어. 해창에서 청와대까지 왔는데 아무 일도 없으면 그냥 물러날 수 있나? 아니다. 과천 정부청사에도 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도 가고 과화문과 효자동 일대에도 가서 삼보일배를 해야해. 그러다보면 저절로 다비식이 되겠어. 그걸 다 견딜 수 있겠냐? 죽지 않겠냐? 이러고 다녀도 별로 정치권의 움직임이 없는데, 서울에 가도 별 움직임이 있겠는가 생각한다"며 걱정하셨습니다.

▲오늘 드디어 새만금 해창갯벌을 떠난 지 200km를 지나 천안 시내 한복판까지 왔습니다

드라마 작가이신 송정림 작가님은 삼보일배 수행을 보시고 "이보다 더 간절할 수는 없다. 많은 시위가 있지만, 세 걸음 걷고 한번 성찰하는 삼보일배는 차원이 다르며, 그 걸음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앞으로 갈 길이 굉장히 힘들겠지만 바라시는 바가 꼭 이루어질 것같다"고 말씀하셨고, 수원대 이주향 교수님은 "사스의 경우 어제는 북경에서, 오늘은 홍콩에서, 내일은 토론토에서 발생하는 것을 보아도, 바깥이 아픈 것은 곧 내가 아프게될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일상생활인데 그것을 건드려주는 것에 대해 부끄럽고 속상하다. 뒤에서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고, 매연에 눈도 아파 집에 빨리 가고싶다. 하여간, 말이 필요없다. 와서 봐야 한다"고 삼보일배에 참여한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천안아산환경연합 차수철 사무국장님과 실무자 여러분, 아산 둔포성당 방경석 신부님과 천안 원성동성당 우희수 신부님, 오룡동성당 김종민 신부님, 쌍용동성당 최상순 신부님·마리비안네타 수녀님과 교우 여러분, 월간 '생활성서' 최연숙 디아나 수녀님 등 많은 분들이 순례에 참여하셨습니다.

아침과 점심은 천안아산환경연합 신언석 상임의장님이 담임목사로 계신 온양교회에서, 저녁은 '연꽃 작가' 스님이신 아산 혜원사 성효 스님께서 마련해주셨습니다. 기독교환경연대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민주노총 공공연맹 천안 중앙자동차학권노조에서는 한 말짜리 생수 한 통을 각각 후원해주셨고, 잠자리는 천안 원성동성당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 : 마용운)



※순례가 한 달을 넘기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늘었는데, 삼보일배 순례에 참여하시려면 자신이 마실 물 정도는 준비해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온 길 : 천안시 신방동 - 버스터미널 (5.3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00.5km)
※앞으로 갈 길 : 천안시 버스터미널 - 직산면(5월 3일) - 성환읍(5월 4일) - 경기도 평택시(5월 7일) - 송탄 - 진위면 - 오산시(5월 11일) - 수원시(5월 17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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