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사회 삼보일배 29일째 소식

편집팀( 1) 2003.04.24 00:37 추천:1

새만금 삼보일배 하루 소식

2003년 4월 25일(금), 삼보일배 29일째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옴

새벽 6시가 조금 지나 일어나자마자 가장 궁금한 것이 날씨였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꽤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내릴까? 다행히 봄비치고는 꽤 굵은 빗줄기입니다. '이 정도면 오늘은 좀 쉬겠구나' 내심 좋아했습니다.

며칠째 계속 강행군을 해오고 있는데다 어제 '새만금갯벌 생명 파괴 참회의 날' 행사를 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고 일정도 좀 무리하게 진행하였더니 어제는 진행팀원들도 다 피로를 심하게 느꼈었습니다. 저도 하루 소식을 쓰다가 피곤하여 잠깐만 누워있는다는 것이 결국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비가 와서 쉬게되면 쓰지 못한 하루 소식도 마저 쓰고, 사진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릴 시간이 있겠다 싶었는데, 아침을 먹으며 수경 스님께서는 길을 나서자고 하십니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가면 건강에 무리가 따를 것 같고 안전 문제도 있어, 진행팀이 쉬었다 가자고 말씀드렸지만 스님은 마음이 급하신가 봅니다. 봄비보다는 다가올 더위가 더 걱정스러우신가 봅니다.

결국, 평소보다 2시간 늦은 10시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오전에는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 삼보일배는 하지 않고 예산읍까지 걸어갔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을 걸으니 신이 다 젖어 양말까지 축축하고, 비옷을 입었지만 땀이 차서 안에 입은 옷이 자꾸만 몸에 달라붙고, 얼굴과 목으로는 빗물인지 땀방울인지 계속 스며듭니다. 걸을 때에는 덥지만 쉴 때에는 금방 열기가 식어 추위를 느낄 정도입니다.

▲빗물이 흥건한 아스팔트

예산읍내에 있는 산성리성당에 도착해 점심을 먹으니 빗줄기가 좀 가늘어져 오후부터는 삼보일배를 진행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삼보일배를 하려니 성직자 네 분도 더욱 힘들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온몸이 빗물과 땀에 젖고 쉬는 시간에도 전처럼 밝은 표정을 좀체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비바람을 맞고 무리한 일정 때문인지 진행팀 가운데 두 명의 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아직은 심하게 아프지 않지만 금방 나을 수 있도록 쉬게 해야겠습니다. 나머지 사람들도 다들 피곤한지 저녁을 먹자마자 초저녁부터 불끄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매일 하던 평가회의도 하지 않고.

스님도 벌써 주무신다고 합니다. 선원에서 수행과 정진에만 힘쓰시던 분이 당신의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고통에 빠진 중생과 뭇 생명들을 구하시고자 선방에서 나와 이렇게 힘든 고행을 하고 계십니다. 순례 길 옆에 늘어서 있는 수많은 절과 교회와 성당과 교당을 보면서, 또 이렇게 힘든 고행을 하시는 성직자들을 보면서 참된 종교는 무엇이고, 종교인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오늘 내린 비는 농사를 준비하기에 딱 좋은 비입니다. 벌써 만들어놓은 못자리에는 모가 파랗게 자라고 있습니다.

오늘 순례에는 문규현 신부님이 북한에 갔던 임수경를 데리고 온 일로 공주교도소에 계실 때 수인들을 위해 사목활동을 하셨던 방경석 신부님을 비롯하여,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꼬 수도회 나프란체스카 수녀님을 비롯한 여러 수녀님과 교우님들, 지리산 실상사 스님 한 분, 당진환경연합 김병빈 사무국장님과 회원님들, 충남지방의제21 최진하 사무처장님 등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오늘 아침은 홍성 석련사에서 점심은 용화암에서 마련해주셨고, 당진환경연합은 점심시간에 귀한 실치(뱅어) 회를 준비해오셔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천주교 산성리성당은 점심 먹고 쉴 수 있는 자리를, 신례원성당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잠자리를 제공해주셨습니다. 순례에 참여하거나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 : 마용운)



※오늘 온 길 : 예산군 응봉면 소재지 - 예산읍 신례원리(13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167.5km)
※앞으로 갈 길 : 예산군 예산읍 신례원리 - 아산시 신창면(4월 26일) - 아산 시내(온양, 4월 28일) - 천안 시내(5월 1일) - 성환읍(5월 3일) - 경기도 평택시(5월 5일) - 오산시(5월 9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