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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삼보일배 23일째 소식 - 서울팀

편집팀( 1) 2003.04.19 00:22 추천:2

2003년 4월 19일 토요일, 삼보일배 23일째
이른 아침에 내리던 이슬비가 낮에는 그쳤지만 오후 늦게부터 또 비가 내림

"다음주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비소식이 있습니다."
몇 일에는 비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는 날이면 진행팀의 마음은 벌써부터 조급해집니다. 특히 비가 내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삼보일배 일정을 진행해야하는 오늘같은 날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먼길을 생각하면 비 때문에 하루를 쉴 수 없다'는 두 분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조심스레 준비를 해야합니다. 아무리 작은비라도 비를 맞으며 진행을 하면 감기에 걸릴 우려도 있고, 편히 쉴 수가 없기에 참으로 난감합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립니다.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다는데, 간단한 우의를 차려입고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도보로 조금씩 이동했습니다. 한 삼십분쯤 걷다가는 "햇볕이 쨍쨍한 날보다는 시원해서 좋다"며 빗속에 삼보일배를 시작하십니다.

어제는 길가에 개구리들이 마중을 나왔더니 오늘은 곳곳에 지렁이들이 구경을 나와 있어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평일엔 원광대학교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시고 주말마다 삼보일배에 동참하시는 김숙원 교무님께서 나오셔서 함께 해주십니다. 모르긴해도, 신부님과 스님 두 분에겐 보이지 않는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비가 조금씩 뿌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며 삼보일배는 계속됩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엊그제는 100km를 돌파를 기념한 작은 잔치를 했고, 가끔씩 펴보는 지도를 볼때마다 점점 서울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지나온 23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하루하루 한걸음 한걸음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목적지에 다다르게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내딛는 걸음이지만 오늘처럼 보령시에서 홍성군으로 지역의 경계를 넘어갈때면 새로운 경찰들이 마중을 나옵니다. 오늘 들어온 홍성시 광천읍은 젓갈로 유명한 곳인지 젓갈가게들이 즐비해있습니다. 마침 젓갈상점 주인께서(광천은 특히 토굴에 저장 숙성시킨 젓갈로 특히 유명하답니다) 각종 젓갈을 내주시고, 갯벌을 막아 상처를 받아본 주민들이어서 그런지 이렇게 해서는 언제 도착하겠냐며 걱정을 하시면서도 음료와 따뜻한 격려의 말들로 힘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법장스님과 하루일정을 마친 수경스님 문규현신부가 새만금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후 4시경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이신 법장스님이 방문하셨습니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 진행되는 현장에 오셔서는 5시까지 기도수행 대열과 함께 했고, 하루일정을 마친 수경스님, 문규현신부와 함께 새만금문제에 대해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법장스님은 "그동안 발전이란 이유로 개발정책이 앞섰지만, 21세기는 생명과 환경문제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어 새만금문제가 환경과 개발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연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놔둬야지 함부로 손을 데면 큰 문제가 생긴다"며 지난해 강릉에서 발생한 수해문제도 결국 인간이 물길을 인위적으로 바꾸어서 발생한 인재(人災)라며 새만금, 북한산, 천성산 문제가 모두 같은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수경스님이 3보1배 기도수행에 개인적으로 참석했지만, 이는 교단의 뜻이며 교단이 함께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서울에 올라가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각 교단 지도자들을 초대해서 새만금문제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건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셨습니다.

오늘 삼보일배중에는 계룡산 갑사의 주지스님인 장곡스님과 여덟 분의 신도들을 비롯하여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인 보선스님, 대전환경연합의 박재묵 의장님과 활동가들, 작가이신 안학수님이 방문해주셨습니다. 풀꽃세상의 회원들과 함께오신 박병상 대표님께서는 갯벌과 환경문제에 관한 슬라이드를 준비해오셔서 함께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김숙원 교무님을 응원하시러 황등교당의 안자은 교무님과 보령교당의 최은주 교무님, 홍성교당의 김연희 교무님이 따끈한 유자차와 간식을 준비해오셔서 빗속의 추위를 녹여주셨습니다.

▲문규현신부 수경스님 문필버그(!) 감독

우리의 '문필버그'(스필버그 감독의 이름에서 따온) 문정현 신부님은 바쁘신 중에도 들르셔서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빗속에서도 혼신을 다해 촬영을 하시는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삼보일배 진행팀에게 피가 되고 살이되는 귀중한 아침식사는 갈매못 순교성지의 이용호 신부님께서 정말 국물이 끝내주는 된장찌게를 준비해주셔서 진행팀 모두가 아침부터 과식을 했답니다.
점심과 저녁식사는 충남 예산의 화암사에서 정성껏 준비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콩까스(돈까스처럼 생긴, 콩을 고기처럼 만든 음식)를 먹었답니다.

우리밀로 만든 빵을 주신 풀무학교 외에도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나눠주시는 분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 한 분, 지금 이글을 읽고 계시는 당신

저희를 항상 지켜봐 주시는 여러분들이 있기에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 그리고 삼보일배 진행팀은 내일도 희망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답니다. (정리 : 마용운)



※오늘 온 길 : 보령시 청소면 - 홍성군 광천읍 광천성당(7km)
※앞으로 갈 길 : 홍성군 광천읍 - 홍성읍(4월 24일) - 예산군 예산읍(4월 27일) - 아산시(5월 1일) - 천안시(5월 5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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