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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삼보일배 열하루째 소식

편집팀( 1) 2003.04.06 02:13 추천:2

2003년 4월 7일 월요일, 삼보일배 11일째
아침부터 흐리다 오후에는 비가 옴. 바람도 심하게 붐

아침부터 옅은 구름이 하늘 가득 덮고 있었습니다. 오늘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내일까지 온다고 하는데 가는 길에 비를 맞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삼보일배 순례단 말고는 참가자가 거의 없이 단촐하게 아침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120명 가량이 참여해 길다란 행렬을 이루고 교통 정리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금강하구둑에 도착하면 김경일교무님과 이희원목사님을 비롯한 순례단 일부가 군산·익산을 거쳐 전주로 가고, 수경스님·문규현신부님과 나머지 순례단은 금강을 건너 충청남도와 경기도를 거쳐 서울로 가게 되니 순례단이 나누어지는데 외로워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며 금강으로 다가갔습니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길 옆 가까운 공원묘지에서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이 곡을 하고 슬퍼하는 모습에 지나가는 행인도 괜히 숙연해 집니다. 자기 가족이 죽으면 저리도 서럽게 애도하고 슬퍼하는데, 왜 남의 형제·자매가 죽는 모습에는 방관하는지? 오히려 남의 형제들을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새만금갯벌에서 죽어갈 헤아릴 수도 없는 생명들의 원통함은 누가 달래줄 수 있는지. 미군의 바그다드 침공으로 스러져갈 아랍 형제들은 또 어쩌면 좋을지.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서 만드신 창조물이라는데, 우리 모두가 한때는 다른 동물로 태어났던 운명이었다는데. 내 가족을 넘어서, 우리 인간을 넘어서, 모든 생명을 내 형제로 생각하여 함께 살 방법은 없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남쪽 하늘부터 검은 구름이 몰려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을 시작하자 곧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금강하구둑에 가까이 와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이동하여 천막을 치고 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후 내내 오는둥 마는둥 하던 봄비는 밤이 되면서 거세졌습니다. 바람이 하도 세게 불어 천막이 뒤집혀지거나 날아가려고 해서 결국 밤 9시가 가까운 시간에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왠만하면 천막을 단단히 동여매고 밤을 지새려 했지만 워낙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천막이 부러지는 등의 사고가 날까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 천막을 접고 짐을 챙겨 가까운 숙소로 왔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비를 맞고 지쳤기 때문에 실내 숙소를 찾았는데, 한 방에 진행팀 14명이 함께 들어와 발냄새·땀냄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온기있는 따끈한 온돌방에서 텔레비전도 볼 수 있고,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삼보일배를 하시는 성직자 네 분도 열하루만에 처음으로 샤워를 하셔 개운하실 것입니다.

오늘은 익산과 군산지역의 교무님과 목사님들, 조계종 중앙신도회 백창기 회장님과 최연 사무총장님, 서울신도회 김진관 회장님, 불교산악인연합회 김대원사무총장 등 여러분께서 순례단을 방문하고 힘을 주셨습니다.

아침 밥은 익산 관음사에서 점심은 군산 경암교당에서, 저녁은 돌베개교회에서 준비해 주셨고, 물과 과일도 후원해주셨습니다. 도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오늘 온 길 : 군산시 개정면 개정사거리 - 금강하구둑 (6km)
앞으로 갈 길 : 금강하구둑 - 충남 서천시 마서면(내일) - 서천(모레)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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