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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언론비평] 파병반대 폄하하는 지역언론

전북민언련( 1) 2003.04.05 12:08 추천:2

국회가 어제(2일) 저녁 미국의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반전, 파병반대운동을 펼쳤던 많은 국민들은 이날이 우리나라를 '전범국가'로 만든 치욕적인 날이라며 한탄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한편에서 파병결정 철회를 위한 투쟁의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도내언론의 파병관련 보도는 이미 지적됐던 것처럼 국익을 위해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번 전쟁의 성격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논조를 보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국익우선 발언들을 내보내 문제로 지적한 바 있기도 하다.

이후에도 도내언론은 파병관련 보도에서 파병반대 움직임에 대해 폄하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내, 지역언론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안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교육위 파병반대는 "공공기관 위치 망각한 처신"?

먼저 전북도민일보는 28일자 사설 <도내 파병반대 움직임들>에서 "'파병동의 의원 낙선운동’이나 도교육위원회의 기관 명의 ‘파병반대’ 성명처럼 반전활동의 본궤를 벗어나거나 공공기관 위치를 망각한 처신을 나타내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유로운 의사표시나, 국가정책 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정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파행적 행태에 다름아니다."고 단정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례를 예로 든 교육위원회의 성명에 대한 비난은 도민일보가 얼마나 편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잘 드러내준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 반전성명의 경우 파병을 결정한 노무현대통령 조차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을 정도로 문제될 것이 없으며, 더더욱 교육위원회의 반대성명에 대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 조직되고 공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이 기관을 동원하여 기관의 이름으로 국정 찬반결정의 의견을 내는 것은 언어도단이다"라고 주장하는 도민일보의 인식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참여정치’가 국정에 대한 교육위원회의 의사 타진이나 기관 명의의 일반정책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닌 까닭이다"라는 해석에는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민들의 선거로 선출된 교육위원들이 특정사안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할 수 없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더군다나 이번 사안은 민족의 운명을 판가름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입장발표가 불가능하다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행사참여 어린이 문제 과장, 집회 의미는 생략

그런가하면 전북일보와 전라일보가 어제(2일) 오전 전북대 앞에서 진행된 전쟁반대, 파병반대 집회와 관련 집회내용에 대한 소개는 생략한 채, 이날 행사에 참여했던 유치원생 문제를 거론하며 의도적으로 집회의 의미를 왜곡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난에 제기되기도 한다.

전북일보는 4/ 3 15면 박스 <유치원생 참여 반전·평화집회 '비속어 노래' 난무 논란>"시민단체가 주관, 유치원생들이 참여한 반전 평화집회에 비속어가 난무한 노래가 불려지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빚어졌다"면서 "논란은 전주 YWCA 어린이집 원생 50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에는 미국을 강렬히 비난하는 욕설 문구와 비속어로 가득찬 반전 노래에서 발단이 됐다"고 보도했다. fucking usa라는 가사가 들어간 노래가 불리워졌다는 것이 이유다.

전라일보도 같은 날 4면 박스 <전쟁반대 시위도 좋지만...>에서 역시 같은 내용의 이유로 가쉽성 기사를 내보냈다.

문제는 이들이 관련 집회의 내용이나 의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사안 자체를 지나치게 과대포장하여 집회자체를 폄하하려 한 게 아니냐는 부분에 있다.

전북일보와 전라일보의 이런 애틋한 유아교육에 대한 입장은 듣는 이에 따라서는 오히려 이중적이라는 느낌을 들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오늘날 어린이들의 정서에 가장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폭력, 섹스, 물신주의 등은 대부분 언론에 의해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전라일보는 3/29 5면 <'의미없는' 반전배지>에서 일선학교의 반전수업과 반전배지 착용에 대해 "반전운동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반전 뱃지를 착용하지 않거나 이에 동조하지 않는 학생들은 따돌림을 당하는 등 반전 뱃지가 유행상품으로 변질돼 본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면서 전북도교육청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반전뱃지 확산도 눈에 가시

▲관촌중학생들의 반전 뱃지
기사내용을 보면 "일부 중·고교는 전쟁과 관련 토론회 등 반전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이 모방심리로 반전 뱃지 구입을 결의, 2백원을 갹출하는 등 부작용이 일고 있다. 또 임실 관촌중학생들이 5백원을 들여 제작한 반전 뱃지가 일부학교에서는 3백원, 2백원에서 1백원까지 들쑥날쑥 가격 차이가 나는 등 일부 품귀 소문까지 퍼져 앞다퉈 신청하는 상황을 빚고 있다"는 것 등인데 이것이 정말 반전운동의 의미보다 더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반전운동이 반미주의로 확대 해석돼 청소년들의 가치관 혼란과 국가 정책의 왜곡 전달이 우려돼 교육당국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속내가 아닌가 싶다.

전라일보는 이와관련 3/29 사설 <일선학교 반전교육 중단하라>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반전운동은 어린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이다. 학교현장이 너무 정치적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도 높다"며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나이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거의 100% 진실로 받아들이는 게 보통이다. 아직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평가하고 되돌아볼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면서 "교사의 말 한마디에 의해 선과 악이 일방적으로 구별되고 그로 인해 학생들의 시각이 편향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건전한 비판에 그치지 않는 반미교육은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장차 우리의 국익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는 것이다.

결론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 전개되고 있는 반전수업과 반전운동은 즉시 중단돼야 마땅하다. 어린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의식화되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교육적이지도 않다. 교육당국도 대책 없이 방관하고만 있을 일이 절대 아니다"며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평가를 내리고 있다.

청소년들의 반전운동은 위험한가?

그렇다면 학교교육은 왜 하는지 묻고 싶다.

무엇이 국익이고 무엇이 또 다른 비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그토록 위험하다면, 학교교육 자체가 문제 아닌가? 혹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싶은 건가? 검증된(?) 교과서 이외의 이야기는 일체 해서는 안된다고?

이들은 4.19의 김주열이나, 일제치하의 광주학생의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 생각도 없는 어린학생들이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희생양이 된 거라고? 아님 광주학생의거 당시의 조선일보처럼 '동요중의 학생제군 책상앞으로 돌아가라'고 외칠까?


모니터대상 :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새전북신문
모니터기간 : 2003년 3월 28일~4월 3일
모니터기관 : 전북민언련 신문분과
작성자 : 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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