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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안의 작은 학교 '대안교실'

이동백( 1) 2003.03.23 15:27 추천:1

정규학교에서 꽉 짜여진 국어 영어 수학 수업뿐만이 아니라 좋은 비디오 감상하기, 염색,생활도예, 비누 만들기 등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정규 중, 고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학생 자신들이 원하는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신나는 학교들이 있다. 이름하여 학교 안의 작은 학교 '대안교실' 이다.

전라북도에서 대안교실을 맨 처음 시작한 학교는 고창의 영선종합고등학교이다. 영선종합고등학교는 올해로 6년 째 대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농촌고등학교에 활력시도 - 대안교실

영선고등학교가 처음 대안교실을 운영하게 된 것은 바로 학생의 시선에 교육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박선경 선생님 등 열성적인 몇몇 교사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중학생이 되면 농촌을 떠나 도회지 학교로 진학하는 우리 교육 풍토에서 영선종합고등학교는 농촌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한 학생들이 진학하는 전형적인 농촌 고등학교이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에게 학교 생활에 흥미를 붙여주고 부적응의 요소를 줄이기 위하여 시작한 것이 바로 대안교실이다.

대안교실은 대안학교의 이념과 운영방식을 정규 학교에 도입하여 기존의 학급과는 별도의 학급을 설치 운영하여 본래 교육과정에 편성된 학급의 정규교육 활동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특별수업과정이다.

처음에는 대안학급 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지만 정규학급이 아니기 때문에 작년부터 대안교실 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대안교실 어떻게 운영되나

학교내의 대안교실은 먼저 대안교실 운영에 참여할 뜻 있는 몇 사람의 교사가 계획을 세우고 담임교사와 생활지도 담당 교사의 조언을 받아 대안교실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모집하면서 시작된다.

대안교실의 운영 프로그램은 학교마다 다양하나 대체적으로 두 부류로 분류된다. 첫 번째 방식은 1주일 중 특정 요일을 대안교실의 날로 정하여 대안교육을 순환제로 시행하는 방법이다.

즉 1주일 중 하루를 선정하여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년간 계획을 작성하여 그 계획에 따라 운영하는 방법인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정규수업을 마치고 방과 후 특기적성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다른 학생들이 교과와 관련된 특기적성 수업을 받는 동안에 대안교실에 지원한 학생들은 본인들과 교사가 함께 준비한 프로그램을 지도교사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고창 영선종합고에서는 첫 번째 방식으로 대안교실을 운영하였고 실제로 운영한 프로그램은 영화감상, 즐거운 놀이영어, 분재, 염색, 정원수 관리, 백두대간 종주 등 30여 가지이다. 강사는 학교의 교사들이 주로 담당하고 청소년 상담센터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대안교실을 운영하는 다른 학교들도 나름대로 학교의 특성에 맞는 내용들로 대안교실의 수업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정읍 호남중학교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의 정서 순화를 위하여 나의 살아 온 이야기 말하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성교육, 마음공부 프로그램 등을 중간중간에 삽입하여 학생들이 자신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대안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들

대안교실은 아직 제도교육으로 자리를 잡은 단계는 아니다. 몇 몇 열정 있는 교사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하여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시행착오도 많고, 운영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대안 교실을 운영하는 교사들은 학교 안의 작은 학교라는 교과연구회(회장 황종락, 전주 서곡중) 모임을 만들어 20여명의 교사가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서로 어려움을 달래기도 한다.

2002년도에 대안교실을 운영한 학교는 고창 영선종고, 장계공고, 호남중 등 모두 12개교였다.

2003년에도 많은 학교들이 호응을 하여 장계공고(구영회), 줄포공고(임병학), 삼례공고(최병준), 군산기계(김종범), 전주공고(김상기), 고창영선(박선경), 오수고(주용환, 정남희), 호남중(신미라), 학산여중(이종희), 영선중(김운기), 왕신여고(김규완) 이리공고(육남택), 남원정보국악고(성용래), 전주농고(박종화) 진안공고(이인영) 등 15개 학교가 대안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안교실의 성과

올해까지 6년동안 대안학급을 운영해 온 영선고 박선경교사는 대안학급 운영의 어려움과 성과를 이렇게 토로한다.

"대안교실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동료선생님들의 협조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안교실의 수업 중 한 프로그램이라도 부실하게 운영이 되면 대안교실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무너진다. 무엇보다도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학생들은 정규수업시간에 느끼지 못하는 교사와의 신뢰를 대안교실을 통해서 얻게 된다."

대안교실을 운영하면서 얻게된 보람이라면 학생들과의 신뢰라고 한다. 신뢰가 구축되면 학생들의 탈선과 비행이 사전에 예방될 수 있다는 점과 학생들이 학습 말고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 할 지라도 학교라는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학교에 적응시키고 자신감을 회복하여 무사히 사회로 내보내는 것 또한 대안교실을 운영하는 보람이라고 한다.

2003년도 대안교실 교사모임 회장 황종락 교사는 대안교실의 필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대안교실의 운영이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담당교사들의 사명감이다. 교사 본연의 기본적인 업무와 수업을 다 하면서 번외로 대안교실을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운영하는 교사들이 사명감을 갖지 않는다면 대안교실은 또 하나의 번거로운 수업연장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교육 단점 보완해주는 청량제 될 것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학교를 중도에 탈락하는 중·고등 학생이 한 해에 6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모두 대안학교를 찾아갈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우리 현실이다.

이와 같은 교육현장의 절박함 속에서 대안교실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제도 교육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어 지고 있다.

대안교실에서 학생들이 배움의 기쁨을 찾고,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면 정규교육은 분명 무엇인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정규교육 속에서 그와 같은 배움의 기쁨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은 진정한 교육 정상화의 방법이 무엇인지 대안교육의 성공을 깊이 있게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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