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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육교에서 본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운데

최인화( 1) 2003.03.24 16:55 추천:2

전주 팔달로를 관통하는 버스에 몸을 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 늘상 보는 광경에서 눈에 뜨이는 플랑이 있다.

중앙시장 육교가 28일 철거될 예정이니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주의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육교로 달려갔다. 따사로운 봄볕이 청명하게 거리를 비추는 중앙시장 그 곳에 우뚝 서있는 육교. 이 육교가 철거되는구나.

중앙시장 육교에 관한 추억

기자는 시골 출신으로 대학 입학과 함께 전주에 처음 왔다. 시내를 한번 나가려면 길을 잃을까 두근 반 세근 반 가슴을 뛰며 버스에 탔던 대학 초년 시절. 중앙시장 육교는 번화한 시내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이정표였다.

또 카메라를 만지게 된 후, 시도 때도 없이 코아 백화점 앞에서 열리던 학생, 사회단체들의 대규모 집회와 가두행진을 촬영할 때 중앙시장 육교는 기자에게 대규모 군중의 행진을 담는데 가장 적합한 촬영장소였다.

지난 71년 모 의원 공약사업의 일환으로 전주 최초로 세워졌다는 이 육교는 30년이 넘는 세월만큼 기자에게도,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찾는 아주머니에게도, 육교 밑에 곡식과 야채를 들고와 판을 벌여놓은 할머니에게도 많은 추억꺼리를 주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주변에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육교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육교 위에서 점을 봐주던 할아버지도 자리를 걷은지 이미 오래. 또 노후화되어 군데군데 균열이 생겨 위험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게 전주시가 육교를 철거하게 된 배경 설명이다.

▲육교 다리 밑 만물상


그러나 육교를 꼭 철거해야 하는지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있다. 육교 바로 옆에서 만물상을 하고 있는 중년부부는 육교가 사라지는 아쉬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육교가 없어지면 햇볕도 잘 드니 우리에겐 나쁠 것도 없지요.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도 전주 최초의 육교로 명소가 될 수도 있는데 굳이 철거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얼마전 TV를 보니깐 금이 가고 허름해진 부분만 부각시키면서 3천 5백만원 넘게 돈을 들여 철거한다는데, 진작에 보수 관리만 잘 했다면 철거를 할 이유가 없어요. 내일 모레 철거한다니까 뭐라고 말 못하지만 예전에 알았다면 난 반대했을꺼요."

▲산책삼아 손주와 함께 육교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


아이와 함께 육교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가 보인다. 달려가 "육교가 철거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니 "육교가 철거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한다.

소중한 것은 자꾸 사라지고...

육교 철거 공사는 28일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차량통행을 통제하고 진행될 예정이다. 종종 손주의 손을 잡고 육교를 지나 산책을 다닌다던 이 할머니는 앞으로 조금 먼길을 돌아 횡단보도로 길을 건널 것이다.

육교 위에서 거리 풍경을 바라보니 한적한 중앙시장 상가가 보인다. 중앙시장에는 곧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점심으로 떼우려고 중앙시장 떡골목에 들러 잡채와 떡을 샀다. 오늘 본 풍경을 잊지 않고 담아두리라 생각했다.

▲육교위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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