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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바그다드에서 띄우는 시

허철희( 1) 2003.03.23 13:27 추천:1

지난 3월 16일 바그다드 해방광장 한 켠에서는 춤판이 벌어졌다.

이라크 반전평화 팀원으로 활동 중인 유은하(29) 씨가 최병수 씨의 반전걸개 '야만의둥지'를 바닥에 펴놓고 그 위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본인도 감정에 북받쳐 시종 울면서 추었고, 이를 보는 바그다드 시민들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누가 이들을 울게 하는 것일까?
바로 인류를 겁탈하는 미국의 오만과 야만이다.

유은하 씨가 16절지 전쟁반대 홍보지 여백에 빼곡히 적어 보내온 시를 정리해 올린다.



춤 출 수 있을까

-‘야만의 둥지’에 부쳐-

북을 둥둥 울리며
미사일 밭을 밟으며
바스러질 듯한 지구 위를 걸어
아이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통곡하며, 그렇게 춤을 출 수 있을까

내 눈물을 마셔라
나의 아이들아
너희를 찌른 이 못이
내 발바닥을 뚫는구나

내 보듬는 뺨마다
네 눈물이 씻기고
네 목숨과 내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면
내 몸은 물이 되어 쏟아지고
춤은 불이 되어 타버려도 좋으리

둥둥둥 어화둥둥
내 아기들아
이리 와 춤을 추자
네 사는 이 땅이
알에서 깨고
어린 날개를 들어
절뚝이며, 절뚝이며 날아가도록
불꽃같은 웃음으로 펄럭이도록...

유은하
2003.3.17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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