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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욱 전북지사의 행보가 다시 한 번 도내와 고창군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강 지사는 전북도 출입기자들과 가진 저녁식사자리에서 방사능폐기물(핵폐기물)의 안정성에 대한 환담을 나누면서 "2002년 12월부터 도지사 집무실에 저준위 폐기물이 든 유리상자를 설치했다. 지도층이 앞장서서 안전성을 알려야 한다"고 밝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핵폐기물의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 자치단체장부터 직접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2월말 강지사와 '핵폐기장·핵발전소 추방 범고창군민대책위원회(이하 고창범대위)'가 도지사사무실에서 가진 간담회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앞으로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한 편 2월 29일 간담회 면담장에서 강지사는 "핵폐기장 추진은 사실 무근이며 핵폐기장은 도가 아닌 고창군민이 결정한 사항"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대통령 취임식날 내가 이러한 발언(핵폐기장 추진)을 한 것처럼 인터뷰한 이낙연 의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지사가 출입기자들과 나눈 이야기와 간담회에서 해명한 내용이 서로 앞뒤가 맞지 않아 앞으로 도행정의 신뢰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창범대위의 강력한 반발을 자초한 강지사의 이번 '파문'은 실제 고창범대위가 의혹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유치'에 대한 교묘한 여론떠보기가 아닌가하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창핵폐기장 반대 범대위 강력반발

고창범대위는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강지사를 '핵폐기장 선전꾼' 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성명에 따르면 "강지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고창군민은 얼마나 더 모멸을 당해야 하는가"라고 개탄하며 "극심한 허탈과 배신감의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식언과 말 바꾸기로 약속은 헌신짝이 되어 버렸으며 신뢰는 땅에 떨어져 버렸다"고 주장하고 "핵폐기장 유치의 한 축인 강도지사의 고창방문을 결사반대하는 등 오직 투쟁으로만 상대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고창범대위 황승수 홍보위원장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고 허탈해하며 "서로 만나 오간 이야기가 귓가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바로 뒤통수를 치는 이러한 행동은 정말 어이가 없고 강지사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라며 "그럼 그 날 고창범대위 관계자분들이 찾아갔을 때 강지사가 밝힌 입장과 주민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주장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식언(食言)이었으며 우리를 우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현재 고창범대위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고창범대위 김종건 집행위 차장은 "앞으로 우리는 강지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도내 순회방문도 저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면서 "다른 도는 그렇지 않은데 왜 우리 전북만 이러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또 한번의 말바꾸기로 이미 강지사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며 현재 도행정과 강지사에 대한 군민들의 여론을 전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후 개혁국민정당 고창부안지구당(위원장 최강선 이하 개혁정당)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긴급회의를 갖고 고창범대위에 힘과 여론을 실어주기로 기본적인 방침을 정한 후 지구당 당원들에게 각 면대책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오교만 개혁정당 고창부안지구당 집행위원장은 "강지사는 현재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지금 고창범대위는 주민의 의사와는 아랑곳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번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의 핵폐기장 최종부지 선정을 철회시키고 핵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도지사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쉽게 말 바꾸기를 해도 되는지 도내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강지사의 행보"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귀원 개혁정당 고창부안지구당 사무국장도 "지금 강지사는 핵폐기장의 안전성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산자부의 일방적이고 잘못된 중앙행정관행을 비판하고 견제하여 지역주민의 민심과 새로운 핵정책의지를 보여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지금 강지사는 지방분권시대에 걸맞는 행정과 사고방식을 가져도 모자랄 판국에 여전히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도내 행정전략에 큰 의구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4일 산자부와 한수원의 핵폐기장 최종부지 선정에 전북 고창이 포함된 이 후 조직된 '핵폐기장·핵발전소 추방 범고창군민대책위원회'는 산자부와 한수원의 정확하지 않은 조사자료와 주장에 근거한 최종후보지 선정발표를 철회하고 핵정책 전환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100여 개가 넘는 군내 사회단체들과 종교계, 개혁정당, 민주당과 같은 정당 등 실질적으로 고창군을 아우르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대규모 기구이다.


핵폐기장·핵발전소 추방 범고창군민대책위원회 성명서 전문
핵폐기장 선전꾼 강현욱 도지사를 강력 규탄한다.


강현욱 도지사(이하 강도지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고창군민은 얼마나 더 모멸을 당해야 하는가?

정부의 핵폐기장 선정을 위한 후보지 발표(2002년 2월 4일) 이후에도 한국수력원자력(주), 원자력문화재단 등의 사주를 받아 음모적인 술수를 일삼는 강도지사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에게 우리 민초들은 얼마나 더 얼간이 노릇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동안 "강도지사 핵폐기장에 적극적"이라는 언론보도에 의혹이 일어 우리는 성명서도 발표하고, 직접 강도지사를 만나 해명도 들어보았지만 그 때마다 "핵폐기장 추진은 사실 무근이다. 핵폐기장은 도가 아닌 고창군민이 결정한 사항이다"라고 밝혔었다.

그런데 2월 말일 면담장에서 나눈 악수의 온기가 채 식기도 전에 뒤통수에 대고 "중저준위 폐기물이 든 유리상자를 도지사 집무실에 설치했다. 지도층이 앞장서서 안전성을 알려야 한다"는 주장의 보도를 접하면서 극심한 허탈과 배신감의 상처 속에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강도지사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특수처리하여 제공해준 유리상자인지 그 전모를 밝히고 우리에게 인도하여 확실하게 검증을 받아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사주을 받아 가식적인 쇼를 행하여 고창군민에게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대구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교훈을 얻기는커녕 사회지도층이라는 강도지사의 안전불감증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핵폐기물은 안전물질이 아니라 존재자체부터 살인시설이다. 집무실 유리상자가 단기간 동안 견고하게 보관되고 있다고 해서 안전시설이라고 말해서는 결단코 안된다. 다만 불안한 무사고 상태일 뿐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사고 직전까지의 운좋은 무사고를 안전성이라고 속단하는 순간부터 재앙은 싹트기 시작한다. 더구나 시간적으로 반영구적이고 공간적으로도 광범하기 짝이 없는 핵폐기물의 위험성은 인간의 말과 글로는 형언할 수가 없다. 강도지사는 집무실에 짧은 시간에 보여준 불안한 무사고의 유리상자로 반영구적인 살인시설을 안전성 물질이라고 왜곡하지 말라! 당신의 운명도 앞으로 많아야 몇십년에 불과한데 변화무쌍한 지구의 운동성을 어떻게 몇만년이나 책임질 수가 있단 말인가? 핵폐기물에 관한 한 책임진다는 말만큼 무책임한 막말은 없다.

식언과 말 바꾸기로 약속은 헌신짝이 되어 버렸으며 신뢰는 땅에 떨어져 버렸다. 강도지사의 말이라면 그 어떤 말도 믿어서는 안된다.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존하여 후세에 온전하게 물려줘야 할 막중한 책무를 망각하고 핵폐기장 선전꾼으로 전락한 강도지사를 더 이상 도지사로 인정할 수 없다. 핵폐기장 유치의 한 축인 강도지사의 고창방문을 결사반대하는 등 오직 투쟁으로만 상대할 것임을 내외에 천명하는 바이다.

다시 한번 말하건데 3월 13일 오후 2시까지 집무실의 유리상자를 제공받은 경위를 소상하게 밝히고 우리에게 인도하라! 그리고 강도지사는 핵폐기장 유치 선전꾼의 역할을 당장 중단하라!

2003년 3월 10일

핵폐기장·핵발전소 추방 범고창군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고석원, 정길진, 정상훈, 송재숙, 전종열, 안재운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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