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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참사사건과 관련한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데 대해 당혹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언론보도를 통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는 사건전모를 통해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안전불감증과 제도적 헛점들에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듯 그 피해규모가 이처럼 확산된데는 최소한의 안전의식조차 확보되지 못한 우리사회의 근본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화재가 처음 발생한 객차의 승객들의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이러한 분석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이들 대형참사의 원인을 분석,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일상적인 감시와 개선에 나서야 하는 것은 관계당국 뿐만아니라,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언론의 책무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과연 언론보도는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가운데 하나라고 판단된다.

용의자 아들이 무슨 죄인가?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사건이 발생한 이후 도내언론도 발빠르게 관련 속보를 전하면서, 우리 지역내 안전불감증을 우려하는 취재보도를 지속하고 있다. 지역내에서도 이미 여러차례 이러한 사건들이 불거졌었기 때문에 이런 보도는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평가된다. 실제로 군산화재참사를 비롯하여 최근 발생한 호남선 철도사고, 방치된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던 어린이 익사사고 등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증거하는 여러사건들이 이슈화된 바 있다.

물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관심을 갖는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개선하지 않는 것은 더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철저하고 광범위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방화용의자의 정신병력에 맞춰 정신질환자 관리문제를 주요 이슈로 여론화하고 나서, 이것이 과연 올바른 보도태도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도내언론은 오늘자 사회면 등에 일제히 <도내 정신질환자 관리 '구멍'>이나 <불특정다수 상대 무차별 범죄 정신질환자 관리 바상>이라는 제목으로 도내 정신질환자 관리에 관련당국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전북일보는 이와관련 "최근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수백명의 인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이 우울증 증세를 보여온 50대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우발적 돌출행동으로 빚어진 것으로 이런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나열하고 있다.

전라일보와 새전북신문도 의료기관 및 요양시설의 부족으로 "상당수 정신 질환자들이 방치되거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도민일보는 아예 <'대구참사' 남의 일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도내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문제는 이들 언론보도가 자칫 정신질환자=예비범죄인이라는 식으로 이들의 매도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실제로 전북도민일보는 관련기사 리드문으로 "전국 지하철 사고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를 낸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 도내에서도 정신질환자 등의 유사모방범죄 발생이 우려되고 있어 정신 질환자 관리 등 대비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기사화. 사실상 도내에만 5만 4천명에 달한다는 정신질환자들을 예비범죄인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각종 범죄에 연관된 사람들 가운데 이들 정신질환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적다는 것이 각계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거니와 오히려 정신병을 일반 병증과는 다르게 사회적으로 터부시하는 사회적 문제를 확대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자리한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질병 가운데 하나는 정신병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정신병 자체는 사회적 병증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은 사회에서 격리수용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지 못한다.

또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 부족문제도 본질적인 처방과는 괴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오히려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함으로써 이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에 대해 사회의 관심영역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각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정신질환자=예비범죄인이라는 등식의 기사, 또는 이런 인식이 가능한 기사를 보도하는 것은 올바른 보도태도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이런식의 보도태도는 언론보도의 선정성과도 관련이 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이렇게 처참한 사건을 저질렀는가는 모든 국민의 관심사항이고 당연이 언론의 관련보도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신병력이라는 사건용의자의 특이병력을 부각시키는 것은 다른 한편, 이번 사건이 안고 있는 사회적 안전불감증이나 물질만능주의 의식(각종 부실공사나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는 것도 결구 물질만능주의 의식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할 것이다) 등 사회적 관심과 해결노력이 필요한 영역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안전불감증과 부조리 문제분석 어긋나는 언론의 선정성

이와관련 굿데이라는 한 스포츠신문의 이번 사건 관련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오마이뉴스 이일화기자는 스포츠신문 굿데이가 보도한 <'본지 기자 방문에 용의자 차남 도주…택시 추격전>이라는 기사에 대해 비판의 기사를 올려 관심을 끌었다.

"용의자 김모씨(사진)의 차남 김모씨는 사고 직후 집에서 뉴스를 보고 얼이 빠졌다. 기자가 이날 오후 집으로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 모범택시를 타고 그를 추적, 대구 중부쪽에 내린 김모씨와 오후 4시5분부터 약 3분간 인터뷰를 했다. 사진은 그가 거부해 찍지 못했다"는 내용의 이 기사에 대해 오마이뉴스 기자는 "그 아비의 죄를 아들에게 묻겠다는 기자의 발상도 그렇거니와, 용의자의 아들이 답을 하기 싫어 자리를 피한 것을 '도주'라 표현하고, 택시 추격전을 벌여가면서까지 기어이 그 아비의 죄를 묻고야 만 것은 또 무슨 권리에 근거를 둔 행패인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일화기자는 여기에 더해 "범죄자 또는 범죄 용의자에게도 분명 인권이라는 게 있고,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그 인권은 엄격히 보장받아야 한다. 범죄 용의자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 또한 선의의 피해자 방지를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 할 지라도 그로 인해 가족 등 죄없는 주변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죄를 추궁받는다든가 고통을 당하는 일이 있었서도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번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사건은 온 국민을 깊은 슬픔과 허탈감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그것은 누가 범행을 저질렀느냐하는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인명피해 없이 진화될 수 있었던 사건을 수백명의 인명피해로 몰고간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슬픔과 허탈감일 것이다. 자칫 이번 사건도 예전의 경우에서처럼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잊혀지는 일과성 사건이 되지않게 하기위해서는 우리 언론의 보다 심각한 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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