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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 시대의 살기어린 광기에 대하여

이동백( 1) 2003.02.18 16:34 추천:1

2002년에 한 정신병력이 있던 사람이 흉기를 들고 어린이 집에 침입하여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어린이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여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심각한 부상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사람은 돈이 없어서 제대로 자기가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 사건에 대하여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정신질환자나 또는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람들의 관리 소홀에 대해서만 질타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어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이 시대의 광기에 대하여 모두 반성해야 할 때이다.



그로부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떤 테러집단도 꾸미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참혹한 사건이 도심의 한 복판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1백 몇 십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나 다름없는 지하철 방화가, 세상을 비관한 한 사람에 의하여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처음에는 이 범행을 저지른 사람의 범행동기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 가는 가 싶더니, 어느 새 언론과 세인의 관심은 지하철 화재에 대한 안전관리의 허술함 쪽으로 방향을 맞추어 가고 있을 뿐이다.

보호없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낳은 무작위적 보복감정

이 두 사건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지난 해 발생하였던 어린이집 사건과 이번에 발생한 대구의 지하철 사건의 유사점은 바로 세상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대하여 무작위적인 보복감정으로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 두 사고를 가슴아파 하며 교훈을 얻을 점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무한경쟁 체제는 끊임없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줄 것이며, 약자에 대한 사회보장 없는 경쟁 시스템은 사회 곳곳에 이번 사태와 같은 엄청난 불안 요소를 키워나갈 뿐이라는 것을 한시바삐 깨닫고 그 치유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어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이 시대의 광기에 대하여 모두 반성해야 할 때이다. 몇 사람에게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여 나만 잘 살면 세상 모두의 행복이 나에게 쏟아져 들어 올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면서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에 불어오고 있는 능률과 경쟁력 강화의 바람은 너무 무서운 광풍처럼 느껴진다.

교육을 통하여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그 능력을 토대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행복을 추구해야한다는 논리는 어리석은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치부될 뿐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온갖 미사여구의 교육제도들은 오직 승자와 경쟁력을 갖춘 자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제발 이제 정신 좀 차리고 경쟁이라는 광기에서 벗어나자. 새로운 정부는 의료와 교육에 대한 사회보장 체제를 완벽하게 보강하고 사람을 죽임으로 몰아가는 경쟁의 교육이 아니라 서로 상대방의 허물을 채우며 상생하는 교육이 되도록 교육 정책을 입안하기를 바란다.

이 시대의 살기어린 광기를 교육에서부터 잠재우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사회 요소요소에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던져둔 채로 나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논리속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한 채 어이없는 죽음의 시간만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를 일이다.

이 시대의 잘못된 광기의 논리속에서 어이 없이 운명을 달리하신 고인들께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빌며 부상당한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 필자는 전교조 전북지부에서 전임활동가로 일하다
올해 다시 학교현장으로 돌아가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고 있는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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