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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집회결사자유, 보장이냐 제한이냐

평화와인권( 1) 2003.01.20 00:15

지난 17일 검찰이 민주노총 조합원 3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혐의로 기소한 사건 재판에서 검찰은 각 3년과 1년씩 구형했다.

그동안 이 재판은 전북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폭력적 시위 제한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적용을 통해 오히려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를 옭죄는 것으로 사법부와 경찰의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그 결과가 중요하다.

이 재판(2002고합112호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전주지법 제1형사부)은 지난해 2월 발전노조 파업과 관련 민주노총이 지역별로 집회일정을 가질 당시 민주노총 전북본부(본부장 염경석, 아래 전북본부)가 같은해 2월 19일 연대투쟁 일환으로 전주역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려다 경찰의 집회불가처분에 22일 '경찰 승인을 받아' 전주 종합경기장 옆 주차장에서 집회를 준비하던 중 벌어진 사건이다.

검·경의 선택적 법률해석

이번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민주노총 사이의 쟁점은 최근 집회신고가 사실상 '신고'보다 '허가'에 가까워 권리의 제한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과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이제 집회신고를 내고도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불법집회가 될 수 있다. 경찰의 고의적 폭력행사도 정당한 공무집행이 되어 일각에서는 '얻어 맞아도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집회의 자유는 이제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심지어 검찰은 '전주시 관할의 종합경기장 옆 주차장에서 집회를 하려면 집회신고 외에 전주시에 허가를 받아야 하지 않는가'는 어이없는 주장도 제기했다.

▲사진 민주노총 전북본부
민주노총은 오후 1시부터 집회신고를 냈고 당시 경찰이 집회를 준비하던 전북본부 조합원과 사회단체 회원 등 15명 중 11명을 연행한 것은 11시 40분경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북부경찰서의 이모 형사에 따르면 이미 10시 30분부터 150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충돌을 유발하며 집회를 방해하려 한 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인도무단점거와 전북본부 조문익 사무처장 등에 대해 각목을 휘둘렀다며 폭행 등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씌웠다.

전북본부의 박재순 교선부장에 따르면 신고 당시 집회신고서1장과 천막, 플래카드, 피켓 등 집회시위용품 내역서 1장, 질서유지인 명단서 1장 등 일반적인 집회 신고에 필요한 3장을 모두 제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천막이 포함된 집회시위용품내역서와 질서유지인 명단서를 제외한 채 검찰에 제출해 천막을 불법용품으로 몰기도 했다.

경찰은 또 전북본부 조합원들이 승합차에서 스티로폼을 꺼내자마자 지휘관이 병력투입을 지시했는데 스티로폼이 폭력을 유발할 도구가 아닌 이상 물품 탈취 사실은 집시법 제1조의 적법한 집회와 시위의 최대한 보장이라는 궁극적 목적과 거리가 멀다.

또 폭행·협박 기타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안된다는 같은법 제3조의 집회시위방해 금지 조항에도 위배된다.

집시법상 권리제한이냐 헌법상 권리보장이냐

경찰의 인권 침해가 드러나는 또하나의 증거는 당시 연행과정에서 어떤 연행자도 미란다 원칙을 전해들은 바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영장 없이 임의동행을 요구한 것과 사전 고지 없이 기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위법행위이며 인권침해라는 게 민주노총의 박민수 변호사의 견해다.

이 모 형사는 "천막은 야간 농성용이므로 집회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야간 농성은 관할 서장과의 협의를 통해 현행 집시법 상 충분히 가능하고 민주노총 등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한해동안 전교조 앞 같은 장소에서 지난해에만 4차례에 걸쳐 천막농성을 벌였다.

또 2월 22일 야간농성이 예상됐다면 사전에 금지나 제한통고를 서면으로 알리게 되어 있지만 경찰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폭력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의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

"집시자유, 준비과정도 보호 받아야"

박민수 변호사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그 준비과정도 헌법상 결사의 자유에 따라 역시 보호받아야 할 권리"라며 "오히려 경찰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집회를 보장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조문익 사무처장은 최후변론으로 "당시와 같은 부당한 공권력 행사는 일상적으로 벌어졌으며 검찰이 기소한 폭력행위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이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다음 판결은 2월 7일 오전 9시 40분에 전주지법 2호법정에서 열린다.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25호 ( http://onespar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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