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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영화감독이 되고, 시민들이 관객이 되는 시민영화제가 어느덧 3회째를 맞았다. 매년 상당한 수의 지역시민 출품작을 상영해 지역영상문화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시민영화제. 올해는 '독립영화, 광장에 서다'라는 컨셉으로 시민들을 만난다.

적은 예산과 인력이지만 젊은 영화인들의 열정으로 이끌어가며 나날히 풍성해지고 있는 이 축제의 장에는 항상 김정석 프로그래머가 있다. 그동안 전주시민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레스페스트 영화제 등의 준비를 진행하며 관록이 붙은 중견지역영화인이지만, 전주시민영화제의 주관단체인 전주독립영화협회의 멤버로써 자신이 직접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영화인이기도 한 김정석 씨.

16일 전주멀티미디어지원센터 한켠에 마련된 영화제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회의준비에 바쁜 김정석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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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많이 바쁘시겠어요. 어떤 일들 주로 하고 계시나요?
전주시민영화제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언론홍보, 작품공모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일과를 따져보면 솔직히 온통 서류작업 뿐입니다(웃음). 영화진흥위 등에 지원을 요청하는 서류에, 협찬, 회의자료 등등. 예년에 비해 영화제 조직이 간략화된 대신에 한사람당 업무분량이 많아졌습니다.

▲2회 전주시민영화제 풍경
2. 전주시민영화제가 어느덧 3회째를 맞았는데 이번 영화제의 컨셉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죠.
'독립영화, 광장에 서다'라는 이번 영화제 컨셉은 작년부터 대두된 광장문화의 한 형태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푸는 자리로 만들어보자는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독립영화를 알려야 할 필요도 있고, 작가와 관객, 영화제가 서로 의사소통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 컨셉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의 특징적인 운영의 하나로 작가가 스스로 영화를 홍보하고 영화를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일명 '쫌만더' 기금이라고(웃음) 관객들이 입장료 1천원을 내면 그것을 스티커로 교환받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에 스티커를 붙이면 그 만큼을 작가의 후원금으로 돌려주는 기금이 있습니다. 영화제는 작가를 철저하게 지원하게 되는 거고, 작가도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홍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 영화제 기간이 3일에서 4일로 늘어났던데 그건 작품의 내용이 풍성해졌다는 의미인가요?
작년에는 총 21편의 작품이 상영됐는데 이번엔 약 30여편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외부 초청작이 늘었습니다. 2003년부터는 메이드인부산영화제, 대구단편영화제, 서울 10만원비디오페스티발, 대전독립영화협회 등 다른 지역의 영화제들과 작품을 교류하기로 했는데 다른 지역의 작품들이 전주에서 상영되고 전주에서 출품된 작품들이 다른 지역에서 상영되는 거죠. 또 해외작품들을 묶어서 심야상영할 계획입니다.

3.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도 '독립영화'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던데 전주시민영화제 만의 차별성을 둔다면?
국제영화제에서 말하는 독립영화는 개념이 불분명합니다. 국내보다는 아시아 등지에서 메이저 제작사에서 제작하지 않은 영화들을 보여주면서 독립이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우리와는 다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독립영화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현실적인 예산에 맞추고 표현의 자유보다는 관객을 의식하고 맞추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작품들까지 독립영화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표현에 대해 적극적으로 만든 걸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영화제를 준비하는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나요?
벌써 세 번째 영화제이기 때문에 기존의 백서 같은 걸 통해 노하우도 생겼고 역량있는 스텝들을 갖추어서 조직위 운영에 있어서는 아주 편합니다. 요즘 제일 큰 고민은 작품공모가 잘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상을 차려놔도 음식이 없다면 문제가 되는데 지역작품이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5. 영화도 직접 제작하고 계시는데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한 계획은 없나요?
지역에서 누구는 영화만 찍고 누구는 영화만 만드는 게 불가능합니다. 또 지역은 정보가 너무 느리다는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조금은 답답하게 막혀있는 구조가 있기 때문에 시민영화제 같은 것들을 통해서 안에서 풀어주고 지역 안에서 얘기하는 공간을 만들고 다른 지역의 영화들을 보여주면서 계속 자극받는게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구조를 만드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제가 6개월은 영화를 찍고 6개월은 영화제를 치르는데 힘을 쏟아붇고 있는데 전주독립영화협회가 안정화되고 영화제를 준비할 수 있는 영상인력들이 많이 생긴다면 저도 여유를 갖고 영화를 찍어서 시민영화제에 출품하고 싶습니다.

6. 원론적인 질문인데요. 지역에서 영화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역에서 영화하는 것은 실상 서울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서울에 환경이 조금 더 조성돼있다는 것을 빼고는요. 서울에서 찍어도 촬영장소가 지방이라면 장비를 가지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영화자체에서는 지역이냐, 서울이냐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마인드에 있어서는 확실히 다릅니다. 지역에서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서울지향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소중한 영상인력들이 빠져나가려고만 하지 충원이 잘 안되는 거죠.
또 문화적인 한계로 사고가 고립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청소년 영화인데, 나이 어린 학생들의 영화를 보면 충무로 카피인 경우가 많아요. 자살, 살인, 폭력, 어설픈 노출 등 극단적인 내용들을 담은 자기만족성의 작품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서울에서나 다른 곳들을 보면 작가가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고 여백을 남기는 영화들이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청소년들이 상업영화를 접할 뿐 다른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이 자라기 때문에 상업영화를 표본으로 많이 따르기 때문입다. 그런 부분이 해결돼야 하는데 시민영화제처럼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서 좋은 선례를 남기는 작품과 작가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7. 전주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영상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지금 전주시가 펼치고 있는 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인프라 육성이 아니라 단기적인 서비스 산업육성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안에 결과물이 툭툭 나오고 1억을 투자하면 1억 이상의 흑자를 요구하는 산업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인프라를 돌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단지가 육성이 되는데 단지 내에 외부에서 끌어들이는 자본만이 있을 뿐입니다. "여기에서 영상 서비스 할테니 돈 쓰고 가라" 이건 관광사업이지 산업육성정책이 아닌거죠.
또 현실을 돌아보면 전북지역에 남아 육성되는 영상인력은 거의 없습니다. 영상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는 구조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방분권시대를 얘기하지만 막상 먹고 살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한다면 먹고 살수 있게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문화정책은 하드웨어적으로만 판단되어서는 안됩니다.

8. 지역영화에 대해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마디 해주세요.
지역에서 만든 영상은 모두 눈에 익은 풍경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냥 스쳐지나가거나 무시돼서는 안될 것들이 우리 지역에는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이것이 카메라에 담겨있을 때 색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공감대도 커지고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겁니다. 그런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 지역의 작품을 가지고 다른 지역, 세계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영화에 애정을 갖고 아껴주고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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