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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대강] ① 전북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강문식( 1) 2010.10.23 23:00 추천:1

▲금강 공사현장에서 가져온 모래흙을 농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포장해 논 위에 그대로 퍼붓고 있다. ‘시키는 대로’만 하는 4대강 공사는 어쩌면 ‘나만 아니면 돼’의 전형일지도 모른다.

개발 논리에 갇혀 거대한 국책토건사업의 실험장이 되어왔던 전라북도가 이번 4대강 사업에서는 예외가 되나 싶었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4대강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을 다른 지역의 이야기로만 여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북도청에 4대강사업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니, 익산 용안과 군산 성산지역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a4 한장 짜리 회신을 받았다. 이것만으로는 어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워, 직접 공사 현장을 찾아보기로 하고 익산, 군산 등지를 방문했다.


용안지구(농지 리모델링사업)

 

 

익산시 용안면에 들어서니 얼핏 푸른 들녘이 펼쳐진다. 작물이 자라서가 아니라, 올해 농사를 짓지 않아 잡풀이 자라서다. 저 들녘 너머가 모두 4대강 공사 현장이었다.


영농금지푯말이 서있는 곳 너머로 트럭들이 오가며 흙을 퍼나르고 있었다. 길가에 서있으니 15t 덤프트럭이 1분이면 2대씩은 한 가득 흙을 싣고 지나간다.

 

 

예전엔 논이었을 땅 곳곳에 흙더미가 쌓여있었다. 흙을 싣고 온 덤프트럭들은 흙을 부리고서 다시 흙을 실으러 바삐 돌아갔다.

 

 

공사가 진행되는 뒤쪽으로 아릿하게 보이는 물줄기가 바로 금강이다. 위 두 사진은, 아래 지도에서 파란 선 안쪽이다.

 

작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물으니, 이렇게 흙을 퍼다 날라서 강폭을 넓히는 공사라고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덧붙인다.

“기자양반이 보기에는 이게 해야 할 사업이요?”

강폭이 넓어지는 만큼 물의 양은 확보가 가능한지, 수심은 어떻게 되는지,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는 분들이 걱정하고 있었다.

강 옆 하천부지에서 퍼낸 흙을 실은 트럭은 우리가 들어온 길을 따라 나가 지도의 빨간 테두리 안쪽에 가져다 붓기도, 더 멀리 가져가기도 했다.빨간 테두리 안 쪽은 생태공원을 만든다고 한다.

 

 

다시 돌아나와 용안면사무소 쪽으로 이동하니, 마을 가까이 붙어있는 땅에 트럭이 오가며 흙을 붓고 있었다.

 

 

‘모래 논’의 정체

어떤 영문인지는 웅포에 도착해 알 수 있었다.

웅포면 대붕암리의 주민 엄남섭씨는 흙을 실은 트럭이 마을 앞 땅으로 못들어오게 막고 있다고 했다. 농지를 좋은 땅으로 리모델링 해주겠다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모래흙을 논에 퍼다 나르더라는 것이다. 그 모래흙은 조금전 들렸던 금강변을 긁어내는 작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하천에서 퍼낸 준설토를 처리할 곳이 마땅찮으니, 농지 리모델링이라는 사업을 고안했다. 공사 기간동안 농업 손실 보상금을 주고서, 땅을 넘겨 받으면 그 땅에 준설토를 매립하는 것이다. 엄남섭 씨는 이렇게 모래흙을 밑에 쌓으면 위에 좋은 흙을 쌓아도 물을 가둬야 하는 논을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헌집 주면, 새집 준다 하고서는 아예 있던 집을 망쳐놓는 꼴이다.

 

▲대붕암리 마을

 

그 논들에 이렇게 흙을 쌓고 있다. 위 사진의 빨간색 표지판 화살표 높이까지 흙을 쌓는다고 한다.

농지 리모델링 사업의 정체는 공사 현장사무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도의 노란색) 지도 위쪽의 용안구역이 대붕암리 마을에 오기 전 들렸던 곳이다.

공사 안내도에는 농지리모델링 사업의 목적이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하는 준설토를 처리하는 데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준설토가 어느 위치에서 발생하는지도 자세하게 나와 있다.

모래흙을 농지에 쌓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을 현장사무소 관계자에 물었다.

“그쪽(금강 제1공구)에서 보내는 걸 이쪽(농지)에 묻는 게 우리 일이다. 다른 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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