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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에서 자행된 반인권적인 노동자 퇴출 프로그램에 대한 폭로가 있었다. 개인별 퇴출 계획을 작성하고 해당자에 대한 징계를 위해 사생활을 감시하라고 지시하는 퇴출 프로그램의 내용이 지난 14일 전직 관리자였던 반기룡 씨에 의해 알려지며 KT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해왔던 활동가들은 KT의 인권침해가 최근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은폐됐던 문제가 수면위로 오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KT의 사기업 전환 이후,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들이 잘려나갔다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 시기에 공기업들이 사유화되고 철도청 등의 정부 부처는 공기업으로 전환됐다. 당시 공기업인 한국통신도 2002년 5월을 기준으로 해외투자자의 주식지분이 49%인 완전한 사기업으로 전환된다.

 

KT는 사기업 전환 이후, 주주이익 극대화를 핵심적인 기업 가치로 삼았다. 여기서 주주는 소위 개미라고 일컬어지는 소액투자자들이 아닌 해외투자자라는 가면을 쓴 국경 없는 금융 자본들이다. 이들은 의결가능 주식을 기준으로 볼 때 KT 지분의 2/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KT가 매출 및 당기순이익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더라도 매년 주주들에 대한 고배당이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2년 이후 KT가 실질적으로 금융 자본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KT의 주주이익 극대화 경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노동자들이었다. 주주들의 이익을 가장 단기간에 많이 달성하는 방법은 연구개발·시설투자 등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정리해고·명예퇴직 등의 노동자 감원을 통해 주식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KT는 그렇게 노동자들이 퇴출되면 각 사업 부분에 대한 분사와 업무 위탁을 진행해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워갔다. 이 과정에서 회사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상품판매 전담팀(이하 상판팀) 구성이 그것이다.

 

상판팀은 명목상으로는 상품판매를 전담하는 부서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이 부서에 배치된 노동자들은 회사의 퇴출 대상이었다. 노조 활동경력자, 명예퇴직 거부자 등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상판팀을 구성하고 ‘상판팀에 대한 관리의 최종목표를 퇴출’이라 명시하면서 퇴출을 위한 개별 노동자에 대대적인 인권탄압과 차별이 자행됐다. 심지어 특정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관리자들의 집요한 감시와 미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권탄압과 차별 등으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은 상판팀의 60%에 달했으며 이들 중 몇몇은 정신적 피해로 인한 산업재해 판정을 받기도 했다.

 

KT의 강도 높은 탄압에 맞선 인권단체들의 대응이 시작되면서 노동자들의 피해증언이 이어졌고 상판팀 해체를 위한 전국적인 서명운동과 농성 등의 투쟁이 진행되었다. 결국 KT 노동자들과 사회단체들의 노력으로 2004년 6월에 상판팀은 해체된다.

 

KT의 조직적이고 은밀한 인권탄압과 노조탄압

 

그러나 이후에도 KT가 개별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적이고 은밀한 인권탄압은 지속됐다. 2008년과 2009년 충청도와 경상도 지역의 여성노동자들이 피해사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2009년 12월 단행된 대규모 명예퇴직 당시에도 퇴출 프로그램의 방식처럼 교묘하게 명퇴를 강요받은 노동자들이 다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탄압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한 개입 행위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전라북도에서 KT 사측이 노동조합 선거에 개입한 문건이 발견돼 논란이 일어났고 해당 관리자는 벌금형에 처해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KT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기업 경영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의 폐해가 노동자들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KT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여 특정요금제에 가입시킨 부당한 경영으로 인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10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기업은 결국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더구나 KT와 같은 거대 통신기업의 경영방식이 다른 기업들에 영향을 미쳐 제2의 퇴출 프로그램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KT의 기업경영에 대한 사회적인 감시와 견제를 통해 올바른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덧붙임] '미디어스'에 4월 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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