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노동자는 술 취한 손님을 대하는 감정노동자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노동환경과 복지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대리운전회사들이예요.”

전라북도 대리운전기사(이하 대리운전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하루 일과에 지친 직장인들이 동료들과 술 한잔으로 회포를 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야심한 밤, 모두가 잠을 청하는 그 시간이 이들에게는 하루의 시작이다.

16일과 17일, 대리운전노동자들은 하루의 시작을 파업으로 알린다. 파업을 몇 시간 앞둔 16일 새벽 일을 마친 한 대리운전노동자는 “까만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보이는 꿈을 꿉니다. 전장을 나서는 병사의 마음이 이런 걸까요?”라며 설레는 마음을 표현한다.

민주노총 전국대리운전 노동조합 전북지부는 16일 저녁과 17일 저녁 파업을 선언하고 노동조건 개선 투쟁을 시작했다.

파업은 노동자들의 특권이다. 이 사회는 그 특권조차 쉽사리 용납하지 않지만, 노동자들은 절망적인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파업을 선택한다. 전북지역 대리운전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전국 최고 수준의 수수료, 이중보험과 업체 간 경쟁에 터무니없는 요금 등은 대리운전노동자들이 뭉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신분은 개인사업자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실업 상태에서 급여조차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노동계는 이런 노동자들을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부른다. 전북지역에는 대리운전노동자들이 약 18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해서 새벽 3·4시까지 보통 7~10콜, 많게는 13콜까지 받는다는 이들은 한 달 평균 160만원 수준의 수입을 얻는다. 8만원짜리 요금이 드는 핸드폰 3개와 보험료 11만원, 프로그램사용료 4만원. 다른 사람의 발이 되어주는 이들이지만, 일을 하다보면 한 달에 어림잡아 2~30만원의 교통비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빼고 손에 들어오는 160만원은 가족을 생각하면 부족하다. 그래서 일명 ‘투잡’을 뛰는 대리운전노동자도 절반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민주노총에 가입한 전북지역 대리운전노동자들. 그들의 현실과 각오를 전국대리운전 노동조합 전북지부 최장윤(54, 8년차) 부지부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전국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전북지역 대리운전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어 권리를 찾겠다고 나섰다.

“전국 최고 수준의 수수료, 항변할 곳 없어 노조 만들었다”

Q. 민주노총 가입을 축하한다. 왜 노조를 만들게 되었나?

최장윤 부지부장 : 전라북도 대리운전의 역사는 약 15년 정도 된다. 그동안 많은 대리운전업체들이 난립했고, 이들은 사업자 이익단체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했다. 하지만 대리기사들은 입·퇴사가 많으니 조직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노동조건이 후퇴를 거듭했다. 그러다보니 불만은 쌓이고 이제는 우리도 모여서 우리들의 조건을 개선해보자는 마음에 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Q. 그전에도 이런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과거에도 노동자들이 모여서 이익단체들과 협상을 하자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래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이익단체들과 협의체가 구성되기도 했다. 우리는 상생을 원칙으로 했는데, 그 협의체를 회사가 인정하지 않았다. 협의체가 사라지니 회사의 악행은 커졌다. 이야기를 할 채널이 사라지니 바꾸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Q. 회사의 악행이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악조건이 있었나

우선 수수료 정책이 너무 나빴다. 전라북도는 전국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회사가 가져가고 있다. 다른 지역은 기본 수수료 3000원 외에는 더 가져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수수료를 %로 계산해서 가져간다. 예를 들면 기본 1만원에 3000원을 가져가는데, 장거리를 뛸 경우에는 30%에서 37%까지 적용해서 수수료가 4만원까지 되기도 한다. 서울까지 대리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수수료에다가 숙박비, 교통비까지 지출하면 남는 것이 없다. 전주에서 익산, 군산을 가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전라북도에는 사업주단체가 2곳이 있다. 우리는 콜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2곳 모두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런데 이 2곳과 계약을 맺으려면 각기 다른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한 보험 당 5만5,000원인데, 11만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서울은 이곳에 비해 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크고 업체도 많지만 보험은 하나만 가입하면 된다. 몇 년전에는 사업주단체가 4곳이었다. 4곳 다 계약을 하면 한달 보험료만 22만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행정도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아! 스스로 권리 찾을 수밖에”

Q. 이런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행정적 도움을 받고자 노력한 적은 없나?

이중보험에 대해 재작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단체보험은 회사의 자유로 회사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과다 수수료 문제의 경우,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너무 억울해서 헌법을 찾아보니 119조에 이런 구절이 있더라. 국가는 국민소득 분배를 관장할 권한이 있다. 이 말대로라면 행정기관은 직무유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민원을 제기했을때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면접이나 통화로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Q.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는 말인데, 노조를 조직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최근에 전북지역 대리업계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사업자단체와 15%를 점유하고 있는 사업자단체가 심각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85%단체가 독점하려는 모습을 취하면서 대리기사들이 무척 힘들어졌다. 하나만 설명하면, 최근에 이 단체가 자기단체의 ‘콜’을 밤 11시까지 3곳을 뛰고 상대업체 콜을 수행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만약 3곳을 수행하지 못하면 ‘락(잠근장치)’ 기능을 걸어 ‘콜’을 받을 수 없도록 불이익을 준다. (설명 : ‘락’에 걸린 대리기사는 다른 대리기사들에 비해 ‘콜’이 약 5초 늦게 자신의 핸드폰에 뜬다. 대단히 짧은 시간이라고 볼 수 있지만, 5초가 늦으면 다른 대리기사들이 ‘콜’을 잡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렇다보니 11시까지 ‘콜’을 수행하기 위한 노동강도가 심해졌다. 그러다보니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고,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도 뭉쳐보자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3일 전주 중산공원에서 새벽 1시에 집회를 가졌다. 그날 220명의 대리기사들이 모였다. 나는 100명만 모여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이고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다들 억울함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당시 1시간 반 동안 집회에서 여러 노동자들이 발언을 했는데, 잠깐 모이는 것으로는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노조를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다들 동의를 했다.

그리고 2번째 집회를 12일 새벽 1시에 중산공원에서 가졌다. 그때는 130명이 모였다. 그리고 12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아마 이번 파업에는 4~500명 정도가 동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자 등을 통해 집회를 갖자고 연락했는데, 100명 이상이 2차례에 걸쳐 모였다. 지난 12일 새벽 전주 중산공원에 모인 대리운전노동자들. <사진제공 - 전국대리운전 노동조합 전북지부>

“우리가 힘든 건, 만취 손님보다 책임 회피 회사”

Q. 술 취한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감정노동이다보니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시민들이 대리기사를 낮게 보는 태도와 음주한 손님들의 태도에 적응 못하는 신입 대리기사들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해 회사가 취하는 태도이다. 현재 대리기사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회사와 개인사업자로 개별계약을 맺고 있다. 그렇다보니 회사가 우리의 노동조건을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 신입 대리기사들은 음주 손님 대하는 법과 여러 안전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는 기사가 들어오면 바로 현장에 투입시킨다. 당연히 손님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고, 서비스의 질도 떨어진다. 대리운전시장이 작아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노동조건, 환경, 복지 등은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회사는 이런 책임은 회피하고 ‘갑’의 위치에서 우리를 종속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고용관계와 노동조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Q. 회사가 무책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하나 말해줄 수 있나?

픽업차량이라는 것이 있다. 전주로 보면 ‘콜’이 많이 없는 동산동 같은 외곽지역에 손님을 모시고 나면 올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때, 회사가 준비한 픽업차량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차량이 현재 전주에는 1대가 운영되고 있다. 그것도 85%단체가 아니라 15%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원래는 2대였는데, 최근 두 단체가 경쟁을 하면서 85%단체가 운영비를 내지 않으면서 1대로 줄었다. 전주에만 대리기사가 1,000명인데, 너무 부족하다. 

당연히 외곽에 가는 손님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회사는 이런 것을 방지한다고 우리에게 ‘콜’을 내릴 때 ‘도착지’를 공개하지 않는다. ‘콜’을 받고 도착지가 외곽이라면 절망할 수밖에 없다. 취소하면 벌금이 1000원 붙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가는 것이다. 만약 픽업차량을 증차한다면 대리기사들이 시 외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구의 경우, 픽업차량만 48대를 배치하고 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노사협의체를 만들고 전국 대리기사 표준 수준의 노동조건과 복지를 원하는 것이다. 높은 수수료와 이중보험 등 대리기사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대리기사들의 분노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회사가 책임감을 가지고 노동환경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3일 전북지역 대리운전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전북본부 회의실에서 전국대리운전 노동조합 전북지부를 출범시켰다.

현재 민주노총 전국대리운전 노동조합 전북지부는 다음과 같은 7가지 요구안을 마련했다.

△보험단일화 △‘락’ 해제 △저가콜 생산 금지 및 현실 요금 준수 △수수료 인하 △도착지 공개 △개인배차 금지 △노사협의회 구성

과연 이들의 소박한 바람은 파업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까? 기사를 마무리하고 전주시 대리운전노동자들의 커뮤니티에 한 노동자가 적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몇 개의 콜을 탔던, 얼마를 벌었던, 일과 후 벌써 내일의 피곤함을 감지하고 먼저 걱정하고 잠자리를 들곤 했었는데, 이날(파업)이 오리라고는... 그저. 저들과의 응어리진 한을 하소연하듯, 가슴 펴고 함성을 외칠 수 있다는, 이 시기를 맞이했다는 것 만으로도 본인은 무한한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오늘의 축제를 만끽하고 향연을 고대하겠나이다. 많은 기사님들이 이 사람과 같이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