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사회 영화 ‘도가니’는 장애인 시설 비리 빙산의 일각

천용길( newscham@newscham.net) 2011.10.04 10:45

지난 9월 22일 영화 ‘도가니’ 개봉이후 광주인화학교 재단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영화는 광주에 위치한 청각 장애 특수학교인 인화학교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교장 등 교직원들에 의한 학생 성폭력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가해자에 대한 구속 수사를 진행했으나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고 재단은 지금도 아무런 제재 없이 운영 중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성폭행 사건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때문에 인화학교 문제가 다른 '장애인 시설 비리 재단'처럼 족벌 체제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2005년 사건 당시 인화학교의 이사장은 설립자(아버지), 이사장의 큰 아들은 교장, 둘째 아들은 행정실장, 처남은 학교 근로시설장, 동서는 인화원장으로 친인척이 학교 주요 직책을 독차지했다. 현재는 사위가 이사장으로 있다.

‘도가니’는 빙산의 일각

지난 9월 30일 SBS라디오 ‘김소원의 SBS전망대’에 출연한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책실장은 “언론에서 여러 차례 다루어지고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인화학교와) 유사한 사건들이 있었는데 항상 본질까지 접근하지 못하고 일회적이고 단발적인 분노로 그친 적이 많아서 이번만은 좀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는 데까지 힘이 미치기를 바란다”며 이번 사건이 특수한 사건이 아닌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 ‘도가니’로 불거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은 족벌 운영 체제를 바탕으로 한 장애인 시설이 가지는 구조적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장애인 시설 재단의 인권 유린과 비리문제는 이전에도 있었다. 재단의 족벌 운영 체제와 재단 비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에 시설의 성폭력 사건도 쉽게 드러나지 않아왔다.

재단 시설 비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기 시작한 것은 에바다복지회 비리 재단 퇴진 싸움이었다. 1996년 11월 26일에 에바다학교의 학생들과 농아원의 원생들이 대통령에게 에바다복지회의 비리를 밝히는 탄원서를 발송하고 농성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알려졌다. 에바다복지회는 최성창 목사와 누나, 동생, 조카 등이 주요 요직을 장악한 재단이었다. 수억 원의 국고 및 후원금 횡령과 작업장에서의 강제 노역, 해외로의 인신 매매, 세명의 장애 아동 의문사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2003년 6월 7일 재단 세력이 완전히 나갈 때까지 학생과 교사들, 시민단체 등은 7년간의 싸움을 진행했다.

[사진 : 참세상 자료사진]

2006년 성람재단의 인권 유린과 비리 문제가 등장한다. 시설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던 경기도 경찰청에 의해 공금횡령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당시 장애인단체들은 비리 이사진 전원 해임과 민주적인 이사진 구성 등 성람재단 비리 척결을 요구하며 143일 간 노숙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사회적인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성람재단 측은 지난 2007년 3월 산하 복지시설 3곳을 서울시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재단 소유의 강원도 철원 복지시설 3곳을 서울시립 시설로 전환하기로 해 성람재단 비리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재단은 '기부채납'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성람재단 비리 사건으로 장애인 재단에 대한 민주화 요구가 드높아졌다. 이로 인해 2006년 11월 당시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표발의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이사회, 운영위원회의 민주적 운영과 계약제의 도입 등 시설의 입소, 퇴소 과정에서의 인권보장 규정들이 주요하게 포함하고 있었다. 이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보건복지부가 낸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도 법인대표자 등 당사자의 반발과 한나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사회복지지사업법 개정과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2006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요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사진 : 참세상 자료사진]

최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인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일명 ‘도가니방지법’인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남병준 정책실장은 “당시에 보수 기독교 단체와 법인시설 운영자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서 굉장히 강력하게 반대했다. 한나라당이 결국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반대를 해서 무산됐다.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사회주의법이다, 빨갱이 법이라고 그렇게 매도를 했다”고 비판했다.

남병준 정책실장은 “공익이사를 외부에서 선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존의 법인을 운영하던 운영자들에게는 치명적인 기득권에 위협이 된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들을 가지고 있었고요. 그리고 대표이사와 그 가족의 재산변동 사항을 공개하라는 것은 사생활침해라는 논리도 들었다. 사실 이것은 국가 보조금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지를 정확히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것을 사생활 침해라고 이야기 하는 자체가 사실은 이런 복지법인이 이것을 사유재산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당시 법안을 반대한 법인 측의 입장을 비판했다.

지난 9월 30일 전장연은 성명을 통해 “<도가니>에 나타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면서 인권침해와 시설 비리를 저질렀던 법인운영자들과 세력들이 또다시 돌아와 장애인을 팔아 시설을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인화학교 폐쇄요구와 관련해서는 “그것은 왜곡된 해법이며 도마뱀의 꼬리만 자르는 것이다. 법인 자체가 취소되거나 그 운영자 전원이 해임되어야 한다. 공익이사제 도입과 법인설립허가 취소의 요건이 강화되어야 한다”며 사회복지사업법에 대한 개정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더 이상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도가니 방지법’은 수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갇혀 살아가는 문제를 핵심으로 삼고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지원을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아고라에서 청원이 인화학교 사건 재수사 청원이 진행중이다.


한편,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에서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우석법인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4일 현재 다음 아고라 청원에 서명한 누리꾼들은 서명목표치인 오만명을 넘어 칠만명에 달하고 있다.

 

(참세상 - 천용길 수습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