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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우 씨가 사망한 1월 16일 새벽 4시부터 산외면 희곡리 102번 송전탑 건설 현장에 한전 측 직원들과 동양건설, 대동전기 직원들, 그리고 50여 명의 용역들이 들이닥쳐 공사를 강행했으며, 주민들이 이들과 대치한 상태에서 철탑 공사부지에 속한 이치우 씨의 논에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들어서자, 이치우 씨는 낙심해서 “내가 죽어야 끝날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마을주민들은 전했다.

 

▲이치우 씨가 분신하고 가족들이 오열을 터뜨리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치우 씨는 공사관계자들이 중장비를 논에 남겨두고 일부 철수하자, 더욱 상심해 울분을 토하기도 했는데, 결국 어두워진 저녁 8시 10분 경 마을회관 뒤편에서 휘발유를 몸에 뿌리고 마을입구인 보라다리 근처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인근에서 이 광경을 지켜봤던 김응록(송전탑건설반대 대책위원장)씨 등이 달려와 불을 끄려했으나 화염이 오히려 김응록 씨 옷에까지 옮겨붙을 정도여서 고인은 분신 후 몇 걸음 옮긴 뒤 바로 사망했다.

 

그러나 17일 9시 경 보라마을을 방문한 조경태 국회의원(민주당, 지식경제부 간사)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사고사’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17일 MBC 아침뉴스에서는 밀양경찰서 관계자가 “저희는 자기 과실로 봅니다. (깻단에) 불을 붙이려고 하다 바람에 (옷에 불이) 확 붙으니까 발부터 탄 거죠”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고 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이치우 씨가 분신을 시도했을 때, 소화기를 들고 와 불을 끄려 한 이들 가운데 3명은 밀양경찰서 소속 형사들이었으며, 경찰은 이튿날 고인이 몸에 부었던 휘발유를 담았던 기름통을 직접 수거해 갔다고 전했다.

 

또한 수사과에서 17일 아침 무조건 시신을 경찰서로 옮겨가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그냥 철수했다. 주민들은 고인의 시신을 분신 현장 근처에 마련한 빈소에 모시고 조문을 받고 있는데, 이들은 “민주주의는 다 도망가고 없다”면서 “경찰이 상황을 분명히 확인했으면서도 딴 소리를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한편 MBC 등은 17일 다시 취재한 뒤에야 이날 저녁뉴스에서 분신자살로 보도했다.

 

▲이치우 씨가 분신 직전에 휘발유를 부은 자리와 휘발유통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조경태 의원이 현장을 방문해 분신한 자리를 확인하고 있다. 조 의원은 현장에 있던 경찰을 불러 '명백한 수사결과를 밝혀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밀양 경찰서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톨릭 뉴스 지금여기>


조경태 의원은 17일 현장에 와 있던 밀양경찰서 경비과장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이 문제는 국회에서도 다룰 것”이라며, “이치우 씨는 무도한 행위에 분노해서 분신한 것이니, 경찰은 사실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주민들은 이치우 씨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홍석우 지경부 장관의 늑장대응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2011년 11월 15일에 국회에서 있었던 홍석우 지식경제부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조경태 의원은 밀양에서 송전선로와 관련해 발생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밀양 방문’을 요구했으며, 이에 홍 장관은 수락했으나 밀양 방문은 계속 늦추어졌다.

 

‘선 공사 후 대화’를 주장하며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던 한전 측에 맞서던 주민들이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한전 측에 고소당해 애초에 73명이던 것이 현재 130여 명이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식경제부 간사를 맡고 있는 조경태 의원은 여러 차례 장관의 밀양 방문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 장관이 차일피일 미루는 도중에, 한전의 공사강행에 더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이치우 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주민들은 "이제라도 지경부 장관이 밀양에 내려와 사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호소했다.

 

(기사제휴=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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