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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7월 3일 04시. 당시 민주버스본부 소속 전주시내버스 노동자들은 2차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민주노총은 당시 성명을 통해 “버스노동자들의 권리, 시민 혈세에 대한 감독, 교통체계 개선 등 전주시민의 요구가 단 한 가지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는 제3의 버스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히고, 현장에 복귀해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심경을 전했다.

 

▲29일 오후, 민주노총은 3차 버스파업을 선언하고 전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측이 끝내 교섭회피와 탄압으로 일관한다면 투쟁으로 맞서겠다”며 버스사업주의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의 업무복귀 선언 후 4개월이 지난 29일, 전주시내버스 5개사 노동자들은 3차 파업을 선언했다. 성실교섭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민주노총의 7월 입장이 현실이 된 것이다.

 

호남고속 노조 약 100여 차례 교섭 공문 보냈지만 교섭 안돼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 소속 전주시내버스 호남고속지회에 따르면 호남고속지회는 지난 6월부터 약 100여 차례의 교섭 요청공문을 보냈지만, 한 차례도 교섭이 성사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가 교섭 요청을 하고 사무실에서 사측을 기다리고 있는 사진.

 

이미 호남고속은 지난 4월 2일 민주노총과 교섭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사측은 “한국노총이 4월 1일 단체협약(임금협정)을 갱신하기 위한 단체교섭을 재요구했다”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하겠다”며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와 교섭중단을 선언했다. 호남고속에서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에 비해 소수 노조이다.

 

당시 호남고속지회는 “한국노총과 맺는 것은 2012년 단체협약이며, 임금협약의 성격이 크다”며 “우리는 2011년에 맺지 못한 2011년 단체협약을 맺자는 것이고, 이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라야 하는 작년 7월 이전부터 진행된 교섭이라 효력이 유효하다”며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실제 호남고속지회는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신청이 지난 1월 12일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상황이다.

 

그러나 협상테이블에서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단체협상 자리에서 사측이 나타나지를 않는다. 노조가 할 수 있는 게 파업 말고 뭐가 있겠냐”고 반문하며 “피켓 등 노조의 정상적인 활동도 성실교섭을 위해 제거했고, 사무실 앞 새벽선전전도 적극 양보했다. 그러나 사측은 전혀 양보 없이 말도 안 되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만 주장하고 있다”며 혀를 찼다.

 

신성여객 사측 단협안 “조합원에게 세차 및 차량 청소를 시킬 수 있다”

 

신성여객의 경우 단체협상은 진행되었지만, 다소 황당한 사측의 단협 안에 노조가 상당히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29일 3차 파업 기자회견에서도 신성여객 사례를 소개하고, “마치 노조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말도 안 되는 단체협약을 내놓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성여객 사측에서 노조에 제시한 단협안의 주요 내용은 △노조전임 무급 봉사 △업무외 세차 및 차량 청소 강요 △세차비, 수리비, 사고비용 개인부담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을 담았다.

 

이 내용을 담은 문장을 살펴보면, 노조 입장에서 보면 황당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대목도 있다 

 

“회사는 1항(노조전임)의 경우 봉사한 것으로 간주하여 일당액 전액무급처리 한다”
“1항 회사는 조합원에게 세차 및 차량 청소를 시킬 수 있다”
“회사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조합원에게 세차비 및 수리비 일체를 부담 시킬 수 있다”
“업무상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을 경찰서 신고유무와 상관없이 부담하고 조합원에게 민사상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쟁의행위에 의한 손해에 대하여 노조 또는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측의 단협안은 과거 한국노총과 맺은 단협안을 살펴보면 차별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노조전임만 보더라도 한국노총과 사측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합의했다. 그리고 조합원에게 세차 및 차량 청소를 시킬 수 없다.

 

민주노총 신성여객지회는 사측이 제시한 단협안을 거부하고 제일여객지회 등의 요구안을 수정한 단협안과 지난 3월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당시 결렬된 합의서 등의 수정안을 신성여객에 제시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

 

사측 한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단협안에 대해 “제시안이지 합의안이 아니다”면서 “제시안을 보고 화를 내는 것은 노조가 잘못한 것이다. 자신들이 안을 제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신성여객지회가 제시안 수정안에 대해서는 “타 회사 단협안을 가져왔다”거나 “3월에 이미 결렬되어 서로 지키지 못한 합의서는 무용지물이다”는 이유로 신성여객지회의 안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사측과 교섭이 난항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신성여객지회는 29일 3차 파업이 시작되자 가장 높은 참여율과 투쟁력을 보여줬다. 이날 신성여객지회는 조합원 80명 중 65명이 참여했다.

 

이창석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은 “신성여객이 제시한 단협안을 보고 딱 한마디만 했다. ‘쓰레기’”라면서 “한 마디로 엿 먹으라는 것 아니냐, 일부러 시간 끌려고 그런 단협안을 만든 것이며, 교섭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사측 단협안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민주노총은 신성여객을 의도적 교섭해태로 노동부에 고발한 상태다.

 

▲지난 3월 8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 3차 쟁의 조정 장면. 당시 노사는 9가지의 조항을 합의하지 못해 조정을 종료됐다. 이 후, 노조는 쟁의권을 획득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박진승 노무사는 “전주시내버스노조가 교섭하자고 하면 사측이 주로 회사에 일이 있다고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회사 내부적 사유로 인해 교섭을 회피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사측이 교섭을 피하며 회사 내부적 사유라든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노조가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단협안을 제시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시내버스의 경우 법적으로 보장된 노조의 권리를 사측이 전혀 존중하고 있지 않다”며 “사실 버스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파업뿐”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노동자들에게 파업만이 길이냐고 말하며, 그렇게 해서 해결하는 게 있냐고 비난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법대로 사측이 하지 않으니까 쟁의행위를 하는 거다. 그리고 쟁의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왜 그렇게 파업만 하면 노동자들만 비난하는지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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