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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경찰, 동료 잃은 버스노동자 투쟁 강제 진압

민주노총, "약자에게 강한 군화발 진압" ... 경찰, "정당한 법 집행"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6.04 17:17

지방선거 투표일인 6월 4일 오전, 부당해고에 항거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버스노동자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시작된 노조의 승무거부 투쟁을 경찰이 병력을 동원하여 강제 진압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노총은 이번 진압을 ‘강제 침탈’로 규정하고 “사측을 비호하면서 발생한 경찰의 과잉대응”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이번 진압을 '약자에게 강한 군화발 진압'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맞서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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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노조의 승무거부 투쟁을 강제 진압하자 노동자들과 연대 단체 활동가들은 부당함을 호소하며 버텼다. 이들은 "폭력 경찰, 물러가라"를 외쳤다. 

민주노총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지회(노조)는 6월 2일 사측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한 진기승 노동자가 34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숨을 거두자 사측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3일부터 승무를 거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고 진기승 노동자는 노동절을 불과 30분 앞두고 회사 사옥 국기봉에 줄을 걸고 자신의 목을 묶은 후, 투신하였다. 그는 투신 전 다음 날 오전에 동료들에게 발송되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회사의 거짓회유를 원망하는 말 등을 남겼다.  

경찰, 노조의 승무거부 투쟁은 불법이라며 9명 연행

전북경찰은 4일 오전 6시 50분경, 전북 전주시 팔복동에 위치한 신성여객 차고지에 집결해 이틀째 승무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신성여객지회의 집회에 난입하여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던 남상훈 전북버스지부장과 송기완 신성여객지회장을 연행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노조가 버스의 출차를 막는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되고 신고가 들어와 연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진기승 열사의 운명 이후에도 사측은 노조의 대화 요구에 어떤 반응도 없으며 일체의 교섭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벌인 투쟁에 경찰이 과잉대응으로  억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집회에 난입하여 두 명의 노조 지도부를 연행하고 뒤로 빠졌던 경찰은 오전 11시경 다시 한번 신성여객 사내로 진입하여 농성을 벌이던 노조 지도부를 대거 연행하고 해산을 시도했다. 

당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약 100여 명은 사측과 다른 노조에서 일부 차량을 밖으로 빼려는 시도를 보이자 차고지 입구에서 연좌하며 ‘출차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이에 경찰은 대거 병력을 동원하여 연좌 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윤종광 전북본부장과 공공운수연맹노조 이상무 위원장 등 투쟁 지도부와 조합원 7명이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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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수 명의 경찰 병력에 거칠게 들려 연행됐다. 주변 노동자들과 윤 본부장이 걸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 당했다.

이어 경찰은 약 50여 대의 차량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차고지 진입로에 도열하여 노동자들의 진입을 막아섰다. 4일 오후 4시 현재 경찰 병력은 신성여객 차고지에서 철수하였으며, 버스노동자들은 분향소가 마련된 신성여객 사옥 주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한 관계자는 “경찰이 신성여객 차량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운 덕분에 사업주는 노조와 앞으로도 대화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노조 투쟁에 엄격한 법 잣대, “노사 문제에 너무 편파적이다”

경찰은 이날 민주노총이 고 진기승 노동자의 한을 풀고 사측의 사과를 촉구하는 승무거부 투쟁은 ‘불법’이라며 노조의 집회 발언 중 난입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이런 모습에 대해 노조는 “경찰이 진기승 동지의 투신 이후 36일 동안 사태를 방치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조합원과 가족을 우롱했던 신성여객 사측의 편에서 탄압을 시도한 것”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혜진 조직국장은 “진기승 노동자가 사측의 부당해고와 모욕으로 자결한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사측은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승무거부 투쟁은 노조가 할 수 있는 가장 상식적인 투쟁으로 앞·뒤 안 가리고 진압부터 하고 보자는 경찰의 태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기승 노동자의 자결과 관련해서 신성여객은 모든 책임을 부인하고, 명예회복과 사과 등 노조의 요구조건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신성여객은 진기승 노동자가 사경을 헤매는 과정에서 진행된 5월 1일 서울행정법원(1심)의 부당해고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하는 등 해고문제에 대해 법의 최종 심판을 확인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4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놨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침탈은 지도부를 연행하여 투쟁의 예기를 꺾고 노조에 족쇄를 채워 굴복시키기 위한 의도”라면서 “버스사업주는 굳이 많은 돈을 써 용역업체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니 사업주에게는 너무도 인자한 경찰”이라며 경찰을 비판했다. 

경찰이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설명하는 4일 진압에 대해 민주노총이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지난 4년의 버스 투쟁 과정에서 경찰이 유독 노조에게만 엄중한 법 잣대를 내세웠던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지난 4년 간 3차례에 걸친 합법 파업 과정에서 경찰은 유독 버스노조원들의 농성과 대체인력 저지투쟁에 엄격한 대응 자세를 취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로 인해 수 백명(확인 불가)의 노동자가 구속과 집행유예, 벌금 등의 처벌을 받았고, 벌금액은 약 3억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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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찰이 승무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지회 노조원들을 강제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지도부 다수가 연행됐다.

노조 관계자는 “정당한 파업을 불법으로 낙인을 찍고, 작은 행동에도 엄격하게 법을 내세워 진압하던 경찰을 비롯해 노동부, 전주시 등 행정은 버스사업주의 불법에는 관대한 것이 사실 아닌가”라면서 “우리가 부당노동행위, 불법직장폐쇄 등으로 여러 차례 고소·고발을 해도 처벌을 받은 사업주가 없다. 그런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진기승 노동자는 죽음을 선택했다. 이 얼마나 불평등한 처사인가”라며 탄식했다. 

이날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울분에 찬 한 신성여객 조합원은 “사람이 죽었고, 그것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 그렇게 큰 죄냐?”며 경찰 병력을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오전 9시경에는 덕진경찰서가 버스노동자 4명의 경찰선 관내 출입과 면회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해 노동자들의 상실감은 더욱 컸다.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버스지부장을 포함한 3명의 버스노동자들은 8시 10분경 덕진경찰서를 방문하여 면회를 신청했다. 경찰은 면회는 9시부터 가능하다고 답했고, 경찰서에서 1시간을 기다리고 노동자들이 9시 10분경 면회를 신청하자 거부했다. 경찰은 “현재 조사를 마치지 않았고,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어 면회를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박상길 지부장은 “8시 10분경에 우리가 면회를 요청했을 때는 9시부터 가능하다고만 말해 1시간을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증거 인멸 등으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노동자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고 허탈해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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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제지로 이인수 신성여객지회 법규부장은 연행된 노조 지도부 면회를 할 수 없었다. 그는 덕진경찰서 주차장 진입도 제지당했다. 경찰은 오전 연행된 노조지도부의 면회를 제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인수 신성여객지회 법규부장도 비슷한 시간에 덕진경찰서를 방문했지만, 주차장에서부터 출입을 제지당했다. 경찰은 “현재는 청사 보호 차원에서 조합원의 출입을 제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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