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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현대차 전주·아산비정규직지회, 정규직 채용 관련 합의

전주지회, "현실적 상황 고려한 선택"...울산지회, "불파 소송 앞둔 합의, 동의할 수 없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8.19 21:48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금속노조 현대차 전주·아산비정규직지회가 사측(현대차 및 사내 하도급업체)과 잠정 합의한 정규직 채용관련 합의서를 19일 통과시켰다. 

전주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완주군 봉동읍 현대차 전주공장 인화관에서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 268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92명(71.6%), 반대 75명(27.9%), 기권 12명, 무효 1명으로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아산사내하청지회도 이날 아산공장 문화관에서 진행한 찬반투표 결과, 총 161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 가운데 창성 92명(57.1%), 반대 68명(42.2%), 무효 1명으로 잠정합의안이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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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전북 완주군 봉동읍 현대차 전주공장 인화관에서 진행된 전주비정규직지회 총회 현장

울산은 원칙, 전주·아산은 현실에 무게... 입장차 보여 

전주와 아산지회가 합의한 ‘정규직 채용 합의서’는 내용이 발표된 18일부터 논란이 있었다. 이번 합의안은 근무경력이 최대 4년까지 인정되는 신규채용안으로 쟁점인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한 소송 취하도 합의안에는 담고 있어 불법파견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운 울산비정규직지회가 반발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합의에는 현대차 비정규직 3주체 중 하나인 울산비정규직지회가 참여하지 않았다. 울산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 2일, 현대차가 기존의 3500명 신규채용만 고수하고 있다며 교섭에서 빠졌다. 울산지회는 21일과 22일 예정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 승소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울산지회는 불법파견 문제에 있어 불법파견 소송 승소 등 주도권을 쥐고 교섭 및 투쟁을 병행한다면 사측의 신규채용이 아닌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현제 울산지회장은 “이번 합의는 21일과 22일 소송을 무력하게 만들기 위한 현대차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앞으로 불법파견 투쟁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안타깝다”며 아산과 전주지회의 합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민·형사 소송 취하 관련하여 전주와 아산 이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송 취하 문구가 들어가 있는 등 울산지회 조직과 싸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전주지회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주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소송 등 법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는 판단을 했다. 특히 전주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불법파견 소송에 있어 불리한 상황이라는 점이 합의에 나선 이유였다.   

조봉환 전주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전주공장 14개 하청업체 중 6개 업체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8월 말 행정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이다. 이들 업체에 전체 조합원(280명) 중 40%(130여명) 이상이 가입되어 있다”면서 “이들 하청업체의 불법파견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여러 의견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주지회 내부 관계자도 “전주지회는 불법파견 관련하여 모범이 될 만한 판결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측은 전주공장의 경우, 승용차 공장이 아닌 상용차 공장으로 공정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며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압박하는 등 조합원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지부(정규직노조)는 전주지회의 이런 입장을 존중했다. 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원·하청 공동투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 ‘불법파견’ 문제가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는 뜻도 밝혔다.  

현대차지부 진상건 사무국장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모두가 다가오는 재판에서 승소하지 않는다. 패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아산지회와 전주지회, 현대차지부는 패자 없이 가자는 뜻을 모아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하청 공동투쟁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우선 원·하청 노동자 간의 간극이 사실상 존재하고 있으며, 서로 신뢰를 쌓고 투쟁을 기획할 시간이 여러 이유로 인해 부족했다”고 말했다. 

울산지회가 배제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울산지회도 여러 논의 과정에서 교섭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울산지회와는 간담회 등을 통해 방향을 잡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주비정규직지회는 19일 오후 2시 완주 봉동읍 현대차 전주공장 인화관에서 찬반투표에 앞서 조합원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전주비정규직 왕재영 지회장은 “동지들의 모든 뜻을 담아 교섭에 들어갔지만, 동지들의 생각에는 많이 부족한 합의안을 도출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조합원들의 판단에 따르겠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한편, 19일 가결된 합의서는 종전보다 직접채용 인원이 3,500명에서 4,000명으로 늘렸다. 현재 사측이 자의적으로 진행한 신규채용 인원 2,038명이 포함된 숫자다. 그래서 2015년 말까지 ‘특별고용’이라는 이름으로 1962명을 신규채용하게 될 예정이다. 

합의서에는 아산지회와 전주지회 조합원 우선 채용 등의 문구가 삽입되지 않았으나, 노조 측에 따르면 노·사는 아산과 전주지회 조합원 약 500여 명이 추가 신규채용에 포함되는 것으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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