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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 철폐를 촉구하며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울산·아산지회와 함께 31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전주비정규직노조가 22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난 4월부터 전주비정규직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인 것은 이번이 4번째. 이날 파업을 벌이며 노조는 “현대차의 사내하청(불법파견)은 불법이다”면서 “당장 정규직화를 실시하라. 앞으로 더 강도 높은 현장 파업도 벌이겠다”고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22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현대차 전주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가했다.

 

이날 부분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약 320여 명. 대부분의 전주비정규직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3시 부분파업과 함께 현대차 전주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금속노조 전북지부 결의대회에는 파업에 참여한 전주비정규직노조와 현대차 정규직노조를 비롯한 지역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조합원 약 6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정동훈 금속노조 전북지부장은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법을 우습게 알고, 3년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더 이상 법을 무시하지 말라”고 현대차의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울산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18일째 철탑농성을 벌이고 있고, 양재농 노숙농성도 31일째에 접어들었다”며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투쟁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2013년 반드시 불법파견을 철폐하자”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10년 투쟁, 이제 매듭을 져야 한다”

 

2011년 5월 해고되고 최근 서울 양재동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효찬 현대차 전주비정규직노조 지회장은 “31일 동안 27명의 우리 노동자들이 연행됐고, 50여 명이 고소·고발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렇지만 불법파견이 10년이나 됐다. 이제 해결할 때도 됐다. 마지막 싸움을 벌인다는 마음으로 투쟁을 성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찬 현대차 전주비정규직노조 지회장이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장성수(가명, 95년 입사) 씨는 “해고자들과 지도부가 서울과 울산 등에서 고생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이번 부분파업을 결의했을 때 조금도 두렵지는 않았다”며 “비정규직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아파도 해고가 두려워 아프다는 말을 못했는데, 지금은 당당하다. 이제 정규직 전환을 이뤄내는 일만 남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부분파업과 금속노조 결의대회에는 오은미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도 함께 했다. 오 의원은 “대법원도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만큼 정몽구 회장은 책임 당사자이며 법을 어기고 있다”며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방미에 정 회장을 국빈 대우를 하며 동행했다. 옳지 못한 행동이며,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도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특별협의(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재개하는 것에 20일 합의했다.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은 “현대차가 더 이상 신규채용 등으로 우리를 우롱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곧 재개될 특별교섭은 어떻게 정규직전환을 만들어 갈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참소리는 22일 현대차 전주공장을 찾아 이번 부분파업을 이끌고 있는 김효찬 전주비정규직지회장을 만나 이번 파업의 의미와 각오를 들었다.

 

참소리 : 이번 파업의 의미를 알려달라.

 

김효찬 지회장 : 이번 투쟁은 금속노조 전북지부 결의대회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지만, 앞으로 벌이게 될 현장파업의 결의를 다지는 부분파업으로 생각하면 된다. 곧 있을 투쟁도 힘있게 진행하려고 한다. 그리고 양재동 노숙투쟁 등 내·외 투쟁을 병행하면 벌일 것이다.

 

참 : 양재동 노숙투쟁이 오늘로 31일째다. 힘들지는 않은가?

 

김 지회장 : 해고자 중심으로 현재 노숙투쟁을 하고 있지만, 최근 거점(본사 정문)을 침탈당하면서 많이 어려워졌다. 특히 비가 자주 내렸는데, 피할 곳이 없어서 더 힘든 것 같다. 그렇지만 해고자들이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노숙투쟁을 끝내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어서 치열하게 싸울 예정이다.

 

참 :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는 여러 차례 법원의 판결도 있었는데, 왜 해결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김 지회장 : 이 문제는 자본과 노동계의 힘 싸움이 표현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현대차와 정부는 불법파견과 비정규직 문제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우리 투쟁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도 중요성을 알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모범 사례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대처할 것이다.

 

참 : 현대차 정몽구 회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김 지회장 : 현대차가 진정한 국민기업이 되려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대법원 등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벌금 몇 푼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정리하려고 마음 먹는다면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현대차 전주비정규직노조 김효찬 지회장이 '불법파견'이 적힌 얼음을 힘차게 내리치고 있다.

 

참 : 이번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생각은?

 

김 지회장 : 우리 조합원 모두가 참여한 부분파업이다. 노조를 만들었을 때부터 함께한 조합원들인 만큼 지도부에 대한 지지가 확고하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조합원들이 위로를 해준다. 그래서 조합원들을 보고 앞으로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참 : 218일째 울산에서 철탑농성을 벌이고 있는 천의봉, 최병승 조합원의 건강에 대해 걱정이 많을 것 같다.

 

김 지회장 : 얼마 전 최병승 조합원과 통화를 했다. 최 조합원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고 하더라.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도 더 각오를 다지게 된다. 그래도 건강은 걱정이다. 그런데 지금은 투쟁 말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절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투쟁의 성과가 앞으로 대한민국 전체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 나 하나 살자는 마음을 먹지 않을 것이다.

 

기자의 말 : 올해로 입사 13년차인 김효찬 지회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표정을 보고 있으면 김 지회장이 해고자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없을 정도. 현재 전주비정규직노조에는 모두 16명의 해고자가 있다. 이들은 2011년 5월, 하청기업으로부터 2010년 점거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들을 해고까지 당하게 한 2010년 점거파업은 겨울에 진행한 것으로 2010년 7월 대법원이 현재 울산 철탑 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병승 조합원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면서 불법파견 철폐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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