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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성 노동자 고 김주현 씨 유족, 줄줄이 폭행·연행

윤지연( newscham@jinbo.net) 2011.03.16 16:38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서초동 삼성 본사 앞에는 아들을 잃은 유족의 절규가 메아리친다. 고 김주현씨 유족들이 거대한 삼성 본사와 실랑이를 하며 쏟아내는 목소리다.


그들은 65일째 아들 또는 동생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삼성 본관 앞 1인 시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격렬해지고 있으며, 삼성은 더욱 견고하게 이들의 싸움에 대응하고 있다.

 

▲[출처= 참세상]

 

유족, 줄줄이 폭행 또는 연행 “이제는 내 차례냐”


지난 3월 6일, 고 김주현 씨의 유족과 삼성 백혈병 유족들이 삼성 본관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 과정에서 김주현 씨의 부친 김명복 씨가 경비대에 의해 가슴을 가격당해 병원으로 이송 돼 심근경색 수술을 받았다. 김명복씨 뿐 아니라, 삼성 백혈병 정애정씨 역시 경비대에 의해 끌려나오는 과정에서 머리를 돌에 부딪치기도 했다.


6일, 유족들의 본관 진입 시도 이후 삼성은 대응수위를 더욱 높였다. 유족들이 본관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본관 건물에는 바리케이트가 설치된다. 책임자 면담을 요구하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는 유족들에 대한 연행 역시 줄줄이 이어진다.


지난 8일, 김주현 씨의 이모는 경비대원과 실랑이를 하다 흙을 던졌다는 이유로 서초서로 연행됐다. 삼성 측 경비대원 5명은 유족이 뿌린 화단의 흙으로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으며, 이모는 5시간의 경찰 조사 끝에 풀려났다.

 

15일에는 김주현 씨의 누나 김모 씨가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삼성 측 경비대원이 고 김주현 씨의 영정사진이 들어있는 피켓을 훼손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비대원은 김모 씨를 고소했으며, 김모 씨는 2시간 가량의 조사 끝에 풀려났다. 

 

▲[출처= 참세상]

 

김주현 씨의 부친, 이모, 누나에 대한 폭행과 연행이 이어지면서 유족들의 울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주현 씨의 모친은 삼성 본관 건물을 향해 “유가족을 다 현행범으로 잡아가고, 이제 나 한사람 남았다”며 “이제 내 차례다. 나도 잡아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김주현 씨의 누나는 “삼성 측이 유족들을 약 올리며 자극하고 있다”며 “사람을 사람같이 보지 못하는 상태의 유족을 건드리면서 삼성은 폭행을 유도하고 있고, 경찰은 이에 맞춰 유족들을 연행해가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격렬해지는 싸움, 엄호세력 절실...“저들에게 주현이를 보여줘야 하나”

 

벌써 60일이 지난 유족들의 싸움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유족들은 절망 보다는 절박함이 더욱 쌓여간다. 그러다보니 싸움도 더욱 격렬해진다. 그들의 1인 시위는 날이 갈수록 절규와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 나와라, 주현이 장례좀 치르자”고 소리치는 모친과 이모의 목소리는 수십 번씩 본관 건물을 울린다.


김주현 씨의 누나는 “우리의 마음도 변해갈까봐 우리는 주현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삼성 측의 행동을 보면서, 저들에게 주현이를 보여줘야 정신을 차릴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 삼성일반노조]

 

유족들의 힘든 싸움에 연대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천안에서는 반올림을 중심으로 연대단체들이 대책위를 구성해 싸움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역시 삼성의 해고, 자살, 산재, 무노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 대책위를 구성하고 전면전에 나섰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차원의 대책위에서는 해고, 자살, 산재 등 현안문제, 그리고 노동자 조직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우선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사회 저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광화문 1인시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소수의 유족들의 현장 투쟁에 대한 연대 세력의 지지, 엄호와, 전반적인 사회 공론화의 부족은 아직까지 문제로 남아있다. 김성환 위원장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있었을 때 소위 수많은 논객들과 세력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노동자 수십 명이 백혈병으로 죽고, 자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며 “또한 힘들게 싸우고 있는 유족들에 대한 주변 세력의 연대가 필요한데 잘 모아지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노동자 산재나 해고, 자살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여론 형성도 부족하다. 김주현 씨의 누나는 “삼성은 계속 주현이의 죽음을 은폐하려 하고 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파헤치는 여론의 힘이 부족하다”며 “우리의 싸움만으로는 사회적 공론화를 이루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언론과 다수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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