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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성, 투신자살 노동자 자료 공개 왜 안하나

정재은( cmedia@cmedia.or.kr) 2011.02.24 11:36

삼성LCD 천안공장에서 투신자살 한 고(故) 김주현 씨가 44일째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는 가운데 삼성측이 ‘영업 비밀’을 이유로 유가족이 요청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특히 사건을 수사, 조사하고 있는 경찰측과 노동부가 한 달이 넘도록 어떠한 결론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보 공개를 거부해 사태는 더 장기화될 전망이다.


유가족과 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는 지난 2월 8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김주현 씨 자살과 관련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취업규칙, 기숙사규칙, 화학물질 사용실태 뿐만 아니라 작업환경 측정 자료, 특수건강검진 자료, 자살자 현황, 질병자 현황 등 안전보건과 관련한 자료들을 요청했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투신자살의 원인으로 꼽히는 장시간 노동, 노동 강도, 화학물질 사용에 따른 피부병 발병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이다.


하지만 삼성측이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 거부해 정보 공개 처리 기한이 부득이하게 28일까지로 연기되었다. 관련해 노동부가 24일 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듣고, 정보를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삼성뿐만 아니라 노동부가 자료를 공개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유가족과 반올림 등은 삼성측이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자료조차 거부한다며 ‘비상식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취업규칙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의해 상시 1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자는 취업규칙을 게시, 비치하고 근로자에게 주지시킬 의무가 있다. 또, 취업규칙이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작성되었는지 확인하고, 법 개정시 반영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관할 노동부에 신고해야 한다. ‘영업 기밀’을 위한 비밀문서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공개되는 자료인 것이다.


또, 노동부가 삼성의 취업규칙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 심의위원회까지 열자 반올림 소속 노무사들은 관례와 다르게 ‘까다롭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자 삼성측이 주현 씨의 투신자살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 감추기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 노동부 정보 비공개 잦아


삼성과 노동부가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일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일한 노동자에게서 백혈병 및 희귀병 질환이 대거 발병하자 반올림, 노동안전보건 단체들은 ‘직업병’이라고 주장하며, 각 종 자료들을 요청했다.


노동부는 2008년 3월에 실시한 반도체업체 근로자 건강실태조사를 공개하기 거부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반도체업체 역학조사를 위해 수집된 노동부의 자료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다르지 않다. 2009년, 2010년 실시한 ‘반도체 제조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환경 및 유해요인 노출 특성 연구 1,2차년도 보고서’도 비공개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자료를 영업비밀로 부치는 것은 노동부가 사용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역학조사를 하고, 노동자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노동부가 오히려 노동자에게 정보를 비공개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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