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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과연 안전한가’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획부장,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과 교수,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국장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일본의 현상황을 진단하고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한국 에너지 정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토론회는 백여 명의 청중들이 지켜보는 등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세 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체르노빌급 곧 능가할 것”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사고 발생 이튿날째 스리마일사고(TMI, 5등급)를 넘어선 사상 두 번째 큰 원전 사고”라고 규정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돼 원자력 발전소 하나 혹은 두 개가 폭발할 경우 체르노빌을 훨씬 상회하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출처= 참세상]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국장은 “연쇄적으로 6개 원전에 문제가 생기고 지속적으로 방사능이 유출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라며 “체르노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고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국장은 또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사고의 심각성을 규정하는 0등급부터 7등급까지의 사고등급이 만들어졌는데, 이번 후쿠시마 사고 이후 등급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획부장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일본에서 처음 사고가 났을 때 4등급으로 자체 평가 했지만 지금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6등급 정도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번 원전 사고를 “인간의 영역 벗어난 신의 영역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은 뒤 “공학적 입장에서 안전적 설계가 폭발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장정욱 교수는 “여러 가지 대책이 있어서 핵폭발 자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하더라도 문제는 방사성과 중성자”라며 “99년도에 일본 동해 마을에서 20%의 우라늄 농도를 20kg 가공하고 있던 도중 연기 일어나서 반경 10km 이내 주민들이 피폭되고 가까이서 작업하던 사람들은 중상 입거나 죽었다. 임계사고는 방사능과 적어도 몇 km까지 갈 수 있는 중성자가 문제다. 임계사고도 외부에 노출되는 문제가 없더라도 방사 자체의 강력한 힘은 무시 못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3호기 연료가 혼합산화물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핵 연료봉이 노출된 게 1호기이고 3호기가 30% 정도 노출돼 있다는데, 걱정되는 것은 3호기 연료가 플루토늄이 6%정도 섞인 혼합산화물이라는 점”이라며 “그럴 경우 더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원전사고 안전지대 아니다”


이석호 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대한민국 방사능안전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안심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부장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게 방사능 영향인데 기상청 예보를 보면 앞으로 편서풍이 지속될 것이고, 전국 70개소에 설치되어 있는 환경방사능감시기가 5분 간격으로 주시하고 있다”며 “이상상태가 발생할 시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령 핵분열 생성물들이 전부 우리방향으로 몰려온다고 가정해도 피해지역과 1,100km 거리를 두고 있어 피폭량은 0.3mSV(밀리시버트)에 불과해, 우리나라 법정 규정되는 게 일반인 연간 선량 한도가 1mSV라는 점을 감안하면 3배 정도 여유가 있다”며 “우려는 공감이 가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평가해서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이원영 국장은 “체르노빌 사고 당시 가까운 데에서 오염되었던 오염양이 스위스나 독일남부, 이탈리아, 영국처럼 1,000km가 넘는 지역에서도 부분적으로 발생했다”며 “높은 곳은 편서풍이 지속적으로 불지만 지상풍은 그렇지 않다. 바람을 인간이 예측할 수 없다”고 반론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국이 판 경계에 있는 일본과 달리 지진이 잘 나지 않는 지역이라 안전하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자주 안 일어나는 것 뿐 우리나라에도 역사가 기록된 이후 진도 7~8 해당하는 지진이 일어났다”며 “우리나라 원전 내진 설계 기준인 6.5보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양이원영 국장은 “국내 원전의 안전검사를 위한 민간공동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도한 불안 조장도 문제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해 준비하고 점검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며 “안전점검을 위한 민간공동기구를 꾸리고 현재 수명연장이 진행되고 있는 원전에 대한 안전성 평가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욱 교수는 “정부대책이 최악의 경우를 생각했다고 하지만 앞으로 그것이 비나 눈으로 지상에 내려앉았을 때 토양, 수질오염 문제 어떻게 씻어낼지에 대한 대책까지 준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석호 부장은 “다음 주부터 정부 주최로 국내 전 원전에 대한 종합적 점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원자력,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 바뀌어야”


이들은 단기적으로 현존하는 원전들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원전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창환 교수는 “이번 일본 원전 사고는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이기도 하지만 인간들이 너무 쉽게 욕심을 해결하려고 한 대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전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정책을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위주의 공급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국장도 “원자력은 단한번의 사고로 인간이 제어하지 못하는 사고 발생한다는, 근본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효율적이지 못한 시설을 전면적으로 보수하는 등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정욱 교수는 “원자력이 지구온난화의 가장 좋은 대책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경제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한국 상황을 보면 정보가 전문가들에게 집중돼 있는 반면 국민의 정보수집능력은 차단됐다”며 “정부는 투입 대 산출 비율이라는 에너지의 경제성 부분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가며 에너지 정책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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